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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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드론(Drone, 무선전파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의 인기가 거세다. 특히나 방송국에서 멋진 풍경을 담기 위해 드론에 카메라를 부착한 헬리캠의 용도로 많이들 사용하고 있다. 이런 인기를 등에 업고 머지 않은 시일 내에 드론에 사람이 타는 자동차용 드론이 나온다고 하니 SF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로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미래 언젠가는 버스나 택시, 지하철은 사라지고 대체수단으로 드론이 하늘길을 여는 그런 세상이 도래할 것인데, 이런 현상이 왠지 모르게 달갑지만은 않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들과 함께 했던 과거의 추억들이 기억 속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올더스 헉슬리의 상상력은 자동자형 드론의 탄생을 앞두고 있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앞서 나갔다고 볼 수 있다. 80년 전의 상상력이 현재보다도 더 앞서고 있으니 그의 풍부한 상상력에 대단하단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인간의 탄생은 지나온 기억 속에 묻혀 버리고, 인간이 부화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것도 난자 하나에 태아 하나가 아닌 ‘보카노프스키’란 과정을 통해 96명의 인간이 탄생이 아닌, 부화가 되는 그런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그들은 부화(생성)되었다고 축복해 주는 사람도 없이 정해진 임무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잠을 자는 동안 가르치는 최면학습을 통해 성장하고, 책과 꽃을 보기만 해도 증오심을 일으키게끔 세뇌시키고 훈련시킨다. 이런 반복적인 세뇌와 학습을 통해 역사는 허튼 수작이고, 가정은 육체적, 심리.정신적으로 추악한 곳이라는 명제를 머릿속에 단단히 주입시킨다. 이것뿐이 아니다. 노쇠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노쇠에 따른 생리학적인 문제들을 제거함과 동시에 노인들의 정신적인 특징들마저도 제거함으로써 그들은 죽음의 공포에서조차도 해방에 이르게 된다. 이들에겐 그 어떤 걱정이나 근심도 존재하지 않게 되고, 쾌락과 만족에 젖은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설령 이들에게 공포나 근심이 생긴다해도 환각제의 일종인 ‘소마’란 약을 통해 해결하면 그뿐이다. 약을 통해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고,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세상, 이 세상이 바로 유토피아인 것이고, 이런 멋진(?) 신세계가 있다는 것을 올더스 헉슬리는 이 책 《멋진 신세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옛날 인도의 카스트제도처럼 태어나자마자 계급으로 서열화되고, 맞춤형 인간으로 태어나 내 의지가 아닌 타자에 의해 통제받고 지배받는 세상이 정말 멋진 신세계인 것일까? 고통스러우면 소마란 약을 통해 그 고통을 지워버리고, 정신이 소마에 지배당하는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인 것일까? 책에서 야만인 존이 이렇게나 멋진 신세계를 버리고 다시금 원시지역으로 떠난 이유를 우리는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처럼 타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삶보다는 내 의지대로, 내 생각대로 사는 삶이 진정한 신세계이자 유토피아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다시 미래에 관한 얘기로 돌아가기로 하자. 만일 지금 이 소설을 다시 써야 한다면 나는 ‘야만인’에게 세 번째 선택권을 부여하고 싶다. 이상향적인 세계와 원시적인 세계라는 갈등의 두 갈래 사이에는 정신적으로 건전한 세계라는 또 다른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이 가능성은 ‘멋진 신세계’로부터의 망명자들과 난민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보호 지역’의 경계선 내부에서 어느 정도 이미 현실화되었다.(본문 12쪽 머리글 中)


멋진 신세계를 꿈꾸었던 올더스 헉슬리의 신세계는 멋지지 않았다. 그가 묘사한 신세계는 우리 인간이 해서는 안 될 금기사항이 적혀 있는 비문(祕文)처럼 느껴졌다. 그 비문을 그 누구도 열지 못하는 상자에 넣어서 영원히 잠자게 했으면 좋겠지만 그 언젠가는 인간이 열게 될 것이고, 그 상자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거라고 본다.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순간 올더스 헉슬리의 신세계(유토피아)가 우리 인간을 A.F.632년으로 안내할 것이다. 쾌락의 세계로 인도할 소마란 환각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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