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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되어가는 시대에 잘 먹는 것(Well being)과 함께 이슈가 되는 것이 잘 죽는 것(Well dying)이다. 죽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암이나 다른 심각한 질병으로 인해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들이 한 평 남짓한 침대에서 그 병들과 사투하다 가는 그런 죽음이 아닌, 자신이 살아온 날들에 대해 반추해보고 회상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세상과 작별인사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마지막을 함께 하는 그런 죽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마지막까지 병실 침대에 누워 진통제를 맞아가며 항암제와 싸우고, 최후엔 수술대에 올라 암이 완치되는 기적을 바라지만 그 바람은 모멸 차게 거절당하고 만다. 고통스럽게 죽어간 자신도 힘들었겠지만 그 과정을 지켜본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기억은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힐거라 생각한다. 이쯤에서 우리 모두 한 번쯤 불치병이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한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말 그대로 죽음에 관한 책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마지막에 가서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이 진리 아닌 진리 속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에 어떻게 죽어야 인간답게 죽는 것인가를 의사이자 사상가인 아툴 가완디를 통해 말하고 있는 책이다. 인간 모두가 결국에 가서는 죽음으로 귀결되는 이 세상에서 과연 아름답게 죽을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죽음에 있어서 아름답게 죽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인간에게 있어 사고사나 급작스런 죽음이 아닌 이상 죽음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며, 아름답게 죽을 순 없지만 인간답게 죽을 순 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마지막 죽을 때까지 의학적 기술에 맡겨져서 여기저기 이곳저곳을 수술용 매스로 난도질당하는 그런 죽음이 아닌 내 자신의 죽음을 내 스스로가 인정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때 비로소 그 죽음이 인간다워진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암이 온 몸에 퍼져 가망이 없는데도 의학적 기술에 매달려서 공격적인 치료에 의존한 나머지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런 몸 상태로 산소호흡기에 의존에서 1년을 더 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 그렇다면 나는 마지막 순간에 어떻게 할 것인가?다. 상상하기 싫지만 내가, 내 가족이, 내 사랑하는 사람이 회복불능의 암이나 불치병에 걸려 사경을 헤맨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결정하기가 힘들 듯 싶다. 의학의 손을 빌리면 살 수 있는 시간을 더 연장할 수 있고, 아픈 사람의 말을 듣자니 곧 죽을 것만 같은 상황에서 내(보호자)가 내려야 할 선택이 무엇일지는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우리도 이제 죽음에 대해 논의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죽음에 임박했을 때 유언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좀 더 폭넓게 생각해서 우리가 몸이 건강할 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잘 죽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좀 더 인간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끔 죽음에 대한 계획표를 짜고, 그 계획표에 맞게 실천하는 것도 잘 죽기 위한 하나의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나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은 분명히 찾아온다. 이런 순간이 왔을 때 선택은 바로 내 자신의 몫이라고 본다. 의료기술에 내 아픈 몸을 맡길 수 있고, 요양병원에서의 기계적인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 아니면 간호사, 의사, 성직자,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된 호스피스 케어를 받을 수도 있다. 이것도 싫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정에서의 돌봄을 받을 수도 있다. 인간답게 죽기 위해 위의 방법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설명했다시피 죽음에 대해 먼저 인정하는 용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죽음을 부정하는 사람에게 죽음을 인정하는 치료를 한다면 이것 또한 잘못된 치료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아툴 가완디가 나이들어 병드는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했던 두 가지! 이 두가지 용기가 갖춰졌을 때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비로소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 진실을 직면하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본문 355쪽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