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책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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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형도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그의 시를 처음 접했을 때의 묘한 동질감이 나를 사로잡았고, 현실적이면서도 사실적인 표현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한창 뛰어놀 나이에 방안에 갇혀 시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는 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눈물이 났더랬다. 이처럼 한 사람이 쓴 글은 다른 사람의 눈에서 눈물을 뺄 수도 있고,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할 만큼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의 대소(大小)는 중요치 않다. 남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 만큼의 필력만 있다면 족하다. 그렇다고 이 힘이 아무에게나 주어지지는 않는다. 글을 잘 쓴다는 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경험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보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로 시작하는《대추 한 알》이라는 시를 통해 장석주 시인을 알게 됐다. 그의 시를 처음 읊조릴 때는 김영랑 시인의《모란이 피기까지는》이란 시와 묘한 대칭을 이룬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읊으면 읊을수록 더 깊은 감동의 물결이 밀려 왔다. 내가 좋아했던 기형도 시인이 가장 사랑한 시인이자 소설가라고 하니 그의 전작(前作)들이 더 궁금해졌다. 최근에 읽었던《명사들의 문장강화》란 책에서도 장석주 편이 있었는데 좋은 문장의 글을 쓰기 위해선  반드시 많은 책을 읽어야 함과 동시에 내 삶이 들어있는 책 한 권을 써보라고 권하던 그다. 이런 것들을 한데 모아《글쓰기는 스타일이다》란 책에서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론과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에 왕도가 없듯이 글을 잘쓰기 위해 기본적으로 밑바탕에 깔려 있어여 할 것은 바로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소설가나 작가들도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하니, 책을 많이 읽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한 기초작업인 셈이다. 이런 기본적인 틀이 갖추어진 후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허기진 삶’이라고 말한다. 작가란 직업이 가난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직업이기에 굶주림을 각오하지 않는다면 작가가 되는 것은 포기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아니 포기해야 할 것이다. ‘봄봄’, ‘동백꽃’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유정이 친한 벗이자 동기생이었던 안희남에게 도움을 구하는 편지를 보내는 대목에서는 작가란 직업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승부를 봐야 하는 처절한 결투처럼 느껴졌다.


형아! 나는 날로 몸이 꺼져간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밤에는 불면증으로 하여 괴로운 시간을 원망하고 누워 있다. 그리고 맹열(猛熱)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딱한 일이다. 이러다가는 안되겠다. 달리 도리를 찾지 않으면 이 몸을 일으키기 어렵겠다. 형아!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의 담판이다. 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필요하다...(본문 47쪽 中)


29세의 김유정에게 약간의 돈만 있었다면 이처럼 이른 나이에 그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진 않았을 테지만 반대로 김유정에게 돈이 풍족하게 있었다면 그가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는지는 의문이다. 중요한 것은 굶주림이나 절박함이야말로 큰 작가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자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거란 생각이다. 이런 굶주림과 재능이 합쳐져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그야말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이 나올 거라고 본다.


김연수, 어니스트 헤밍웨이, 김훈, 무라카미 하루키, 피천득, 알베르 카뮈, 헤르만 헤세, 박경리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들이 말하는 글쓰는 스타일을 소개하는 부분은 이 책이 우리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치는 퇴고작업을 반복하면서 얻어낸 결과물로 인해 김연수의 소설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고, 비정하고, 냉정한 하드보일드(hard-boiled) 문체 하면 떠오르는 헤밍웨이의 작품들, 그리고 《칼의 노래》 제일 첫 부분에 나오는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에서 체언인 ‘꽃’ 뒤에 붙는 조사 ‘이’와 ‘은’ 때문에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꽃이 피었다.”로 결국 정한 소설가 김훈을 보면서 그의 강렬하면서 탐미적인 문체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쓴다는 건 자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자 수단이다. 하지만 자기 마음 가는 대로 쓴 글은 낙서에 불과할 뿐이다. 글은 정확하고 아름다우며, 상대방의 마음을 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름다운 글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앞에서도 설명했다시피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장석주 시인의 시에서처럼 대추는 그냥 열린 게 아니다. 천둥과 벼락을 맞고, 태풍과 땡볕도 경험하면서 붉고 둥글게 여물었다고 본다. 글쓰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글쓰는 재능은 차치하더라도 문장 하나 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쓴다면 그 진심만큼은 읽는 사람에게 전달될 거라고 본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의 글쓰는 능력을 끌어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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