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씨앗 - 제인 구달의 꽃과 나무, 지구 식물 이야기
제인 구달 외 지음, 홍승효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자연의 품안에서 태어나고 일생을 식물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생존의 필수 조건인 공기과 물, 식량은 물론이고 정서적 안락감과 예술적 영감까지 제공해주는 자연은 대자연 어머니(Mother Nature) 라는 수식어가 과히 부족하지 않는다. 식물이 내뱉는 산소를 인간이 들이마시고, 인간이 산소를 들이마신 후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식물이 흡수하는 상호호환적인 관계를 알게 되었을 때의 놀라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피어나는 각양각색의 꽃과 푸릇한  자연의 싱그러움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음을 생각하고, 늘 같은 자리를 지키는 마을 어귀의 큰 당산나무가 오랜 친구같이 느껴지는 경험들, 내 삶과 추억이 녹아들어 있는 곳은 결국 자연의 한 부분이기에 어쩌면 꽃과 나무에 사랑을 쏟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흡사 어머니처럼 대자연 역시 그곳에 있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가 베풀어준 사랑에 익숙해져 버리기에 그 소중함을 망각해 버리기 쉽다. 그렇기에 제인구달 같은 위대한 활동가가 대두되고 많은 이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테다. 이 책 <희망의 씨앗>을 주저없이 고르고, 읽었던 이유도 그녀에게 보내는 나의 존경과 작은 응원의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의 발로였을 것이리라.


그녀가 자연과 향유했던 유년시절의 기억부터 시작되는 1부는 자연에게 보내는 수줍은 사랑고백으로 가득 차 있다. 여러 곳을 방문하며 보았던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과 경이로움 -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싹을 틔우는 생명력과 생식을 위한 노력은 글로만 보아도 그 경이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 에 엄숙함까지 느끼게 되었는데, 4,845살로 추정되는 나무 ‘므두셀라’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그 경이로움이 극에 달하였다. ‘므두셀라’의 위치는 전 세계에서 단 4명만 알고 있고 비밀에 부쳐두었다고 하는데, 오랜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나무를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아니었다 한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청동기 시대의 무덤에서 발견된 꽃다발의 흔적이다. 떠나는 이에게 마지막으로 전달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꽃으로 대신해 전달하였다고 생각하니, 인간의 식물에 대한 마음과 열정이 새삼스레 따뜻하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식물에 대한 열광은 18-19세기의 식물 사냥꾼의 활동에서도 엿 볼 수가 있는데, 대영 제국이 형성 중이고 프랑스와 네델란드,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이 해외 식민지가 될 다양한 영토들을 발견하고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원정대를 보내던 시기에 그들의 여행이 이루어졌다.(p.110) 정교한 보존 방법과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시대였음에도, 식물 사냥꾼의 채집 활동은 수많은 식물종을 분류하고 보존하게 만들어 주었다.


책의 전반부는 이렇듯 식물에 대한 제인 구달의 애정과 탐험 활동을 베이스로 식물과 채집의 역사에 대해 기록해 두고 있어, 인류사에서 식물이 어떤 역할을 하고 관련성을 맺어왔는지에 대해 나름의 정보를 습득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책의 후반부이다. 한 가지 질문을 해보자. 식물에도 ‘착한 식물’ ‘나쁜 식물’이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 여러 반사회적 사건을 불러일으키는 마약과 알콜, 담배는 모두 식물을 재배, 가공하여 나온 결과물이다. 거대한 목화밭을 재배하며 어린아이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강력한 살충제를 뿌려 환경을 황폐화한다. 그럼 목화는 나쁜 식물일까? 제인 구달은 현대 사회의 탐욕과 상업주의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으며, 이 식물들을 ‘적’으로 간주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비극이라 말한다.(p.279)  신성한 식물이 사회에 잘못 흡수가 되었다는 시각이다. 또한 그녀는 탐험하며 겪었던 일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이렇게 소중한 자연을 인간이 점점 황폐화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시종일관 큰 우려를 나타낸다.


무분별한 벌목과 대농장식 농업 기법, 몬산토 회사를 위시로한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식물 재배와 화학비료 살포 등은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며, 이것에 대한 시민 간 연대의식이 확장되어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나GMO 농산물에 대한 부분은 나로서도 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며, 제인 구달 역시 이 책에 실린 내용 중 가장 열정을 느끼는 부분이라 말하고 있다.(p.320) 여러 연구 결과와 논문을 근거로 GMO 농산물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으니, 이 부분은 꼭 많은 독자가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실제로 우리가 자주 먹는 옥수수 통조림의 경우 대부분 GMO 제품인 걸로 알고 있고,  굉장히 많은 분야에서 GMO 옥수수가 사용되어 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위험성이 충분히 연구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여러 제품에서 쓰이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에 대해 서술하며 책은 끝을 맺는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윤리적 농업의 하나로 커피 농업을 소개하고 있는데,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커피 농장에서 벌어지는 저임금, 아동 노동력 착취 문제는 심각하다.  제인 구달이 비판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 커피 생산의 유통에 관여하고 있기에, 이런 저임금 노동력 착취 문제가 쉽사리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공정무역 커피와 같이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녀가 소개한 것과 같은 합리적인 커피 농장이 있겠지만 지속 가능한 윤리적 농업으로 제안하기에 충분한가? 라는 물음에는 약간의 의문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제인 구달의 이 책이 지구상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꽃과 나무, 식물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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