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 삶에 질식당하지 않았던 10명의 사상가들
프레데리크 시프테 지음,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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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안고 살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으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거나 소중한 사람을 저 먼 하늘나로 떠나보냈을 때의 슬픔이 오래 지속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슬픔의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슬픔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입장을 바꿔 내가 슬픈 상황에 처해있다고 가정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루에도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그 여러 일들 중에서 기쁜 일만 있으면 좋겠지만 신은 공평한 것인지 정확한 것인지 기쁜 일 뒤엔 슬픔을 주시고, 슬픔 뒤엔 또 다른 슬픔을 주셔서 인간의 감정에 대한 인내력을 시험하곤 합니다. 왜 인간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수없이 반문해 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인간은 고통을 거쳐야 성장하는 동물이라는 철학적이고도 원론적인 대답만이 되돌아올 뿐입니다. 여기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인간에게 내려진 고통이나 아픔을 진정으로 받아드렸을 때 우리에게 또다른 행복이나 기쁨이 오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약간 철학적이긴 하지만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키는 일도 지나고 보면 우리에게 행복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프팡스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작가인 프레데리크 시프테의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란 책은 이 시대의 내로라하는 10명의 사상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 제목만 봐서는 매우 우울하고 슬픈 책일 거 같지만 막상 읽어보면 슬프지는 않습니다. 다만 분위기가 약간 무겁고, 어려울 뿐이죠. 이 책의 주인공들을 열거해 보자면 난해하기로 유명한 니체부터 포르투갈의 국민시인 페르난두 페소아, 4천 쪽이 넘는 대작「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남긴 마르셀 프루스트,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와와 「수상록」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셸드 몽테뉴, 냉철한 눈으로 프랑스 상류사회를 신랄하게 비평한 세바스티앵 샹포르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상가(철학가)들이 이 책의 주연들입니다. 이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주연배우들과 함께 풋내기 신인 감독인 프레테리크 시프테가 그려낼 작품이 궁금합니다.

 

이 책은 특이하게 사상가들이 말한 아포리즘(격언, 경구)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생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관심있는 마르셀 프루스트 편은 “관념은 슬픔의 대용품이다.”란 말로 처음을 시작을 합니다. 이 문장은「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문장 중 하나인데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하면서도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문장입니다. 책의 내용을 풀어보자면 플라톤이라는 철학자는 시적 재능을 신이 인간의 영혼에 행사하는 권능으로 보았고, 칸트는 예술가가 천부적 소질을 발휘해서 자연이 직접 끝마치지 않은 생산을 마저 끝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깐 예술가들이 창작하는 데 있어서 ‘정신적 흐름’이라는 보이지 않는 도구가 존재하는데 플라톤과 칸트는 이 ‘정신적 흐름’을 열광(enthousiasme) 또는 영감(inspiration)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프루스트는 글쓰기를 정신적 흐름, 그러니까 플라톤이나 칸트가 말한 열광이나 영감이 아닌 슬픔을 간직한 고통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프루스트의 명언이 나오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삶은 곧 고통이라는 것에 대한 증언 행위가 글쓰기라면, 고통 없는 삶을 누린 자의 증언은 아무 가치가 없다.”(71쪽 中)


정말 매몰차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반어적인 표현일 테지만 4천 쪽이 넘는 소설을 쓰기 위해 프루스트가 경험했던 고통을 생각하면 존경을 넘어서 경의를 표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행복’은 작가에게 있어서 사치이고, 이 말은 모든 예술가와 철학가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그렇다고 고통스러운 삶을 경험해야 글을 잘 쓴다는 건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자신이 처한 위치가 절박하고, 고통스러울 때 위대한 작품이 탄생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 거 같습니다. 프루스트도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 고통을 기다려야 한다로 말하고 있으니까요.

 

프루스트 얘기만 해도 끝이 없습니다. 아무튼 유명한 사상가의 아포리즘을 통해 이 소설은 시작과 끝을 하고 있습니다. 프루스트 이외의 9명의 사상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리라 생각됩니다. “인생 이야기는 항상 고통의 이야기다.”라고 말한 쇼펜하우어나 “우리 생애의 목적은 죽음이다.”라고 말하면서 그 뒷얘기가 궁금한  미셸드 몽테뉴, 그리고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란 말로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10인이 남긴 유명한 아포리즘과 함께 우리네 인생의 자화상을 우리 스스로가 들여다 봤으면 합니다. 내 인생엔 기쁨이 있는지 슬픔이 있는지 말이죠. 기쁨이 있다면 다가올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 좋겠고, 슬픔이 있다면 내 자신이 더 크게 성장할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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