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옹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지음, 손영미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 세계에서, 그 중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의 지위는 학대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많은 차별대우를 받았었다. 유교를 기본으로 했던 조선시대만 보더라도 여성들은 그저 남편을 위해 밥을 해다 바치는 부억데기 정도의 취급을 받으면서 식사할 때 남자들과의 겸상은 꿈도 못 꾸었으며, 오로지 일만 하는 존재로 취급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변해도 너무나 변했다. 공직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많이 진출하고 있고, 직장 내에서 여성상사를 모시는 게 평범한 일상이 되었으며, 심지어 대한민국 군인의 상징인 육사에까지 여성들이 진출한 걸 보면 이제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우월한 존재이자 더 강한 유전자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다 미래에 가서는 남성들은 여성들의 출세를 돕는 들러리 정도로 전락할지도 모르겠다면 너무나 큰 비약일까?

 

여기 한 여성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255년 전 영국에서 태어나 혁명을 사랑했고,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여성들을 억압하는 사회부조리에 대해 해방을 꿈꾸었던 여성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1797), 그리고 그녀가 여성들의 인권과 권리 신장에 관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가 이 책 《여권의 옹호》속에 가득 들어있다. 대한민국에 여성들이 핍박받던 조선시대가 있었다면 유럽에는 17세에서 19세기 중엽까지 유럽 전역에 전파된 계몽주의와 낭만주의의 영향으로 자유와 평등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계몽주의와 낭만주의가 입으로는(사적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외치고 있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공적으로는) 여성들을 배제한 채 남성들끼리 반쪽짜리 자유와 평등을 외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사회에서 필요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땐 여성들에게 그 부족분을 채우려 했지만 사회의 부정적인 상황에 닥쳐서는 철저하게 여성들을 이용하려고만 했으니 여성들이 느끼는 상실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혁명 후 삼부회(三部會) 의원 탈레랑이 의회에 제출한 교육 법안에 반발해서 쓴 반론서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쓴《여권의 옹호》란 책이고, 이 책 속에 정치.경제.사회.문화에서 여성들이 불평등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나아가서 남성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평등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누려야 할 권리들을 요구하면서 나는 그들의 결점을 감싸려는 게 아니라 그게 모두 그들이 받은 교육이나 사회적 지위 때문에 빚어진 자연스러운 결과임을 입증하려 했다. 그러니 여성에게 육체적.도덕적.법적 자유가 주어지면 그들도 자신의 성격을 바꾸고, 잘못된 행동과 어리석은 짓들을 바로잡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합당할 것이다.

(본문 350쪽 中)

 

이 책에서는 서두에 인간의 권리와 의무, 여성에 대한 선입견이나 여성의 이미지 등 여성과 관련된 여러 견해들을 먼저 밝히면서 그것들을 풀어나가는 방법에 있어서 여러 명제를 분류하는 연역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 이 점을 무시한 채 17세 유럽 대부분 지역의 문명은 계급과 재산, 그리고 왕권의 세습에 의해 불공평해졌고, 이 부패한 권력과 재산으로 인해 남자들의 폭정이 정당화됐으며 ,이로 인해 여성들은 남자들의 폭력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더 웃긴건 그 당시의 지식인이라 불리면서 여성의 교육과 풍속에 글을 썼던  작가들(루소, 그레고리)이 그들의 펜으로 여성들을 더 불평등하고 나약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여성의 여권 신장을 위해 글을 써도 모라잘 판에 여성들을 차별의 구렁텅이에 빠트렸으니 그들이 여성들의 불평등에 일조했다는 사실이 씁쓸함을 가져다 줄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약 250년 전에 정치, 사회을 넘어서 인간이 참여하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여성들의 권리를 주장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참 대단한 여성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녀의 주장이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사조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그녀가 주장했던 ‘여권의 옹호’가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권리를 대변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라면서, 그녀에 대한 고마움을 많은 여성분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현재를 열심히 사는 여성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