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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침팬지 길들이기 -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심리학 특강
토니 크랩 지음, 정명진 옮김 / 토트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내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회사에서 요구하는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인간관계의 어려움, 거기에 결혼까지 했다면 결혼생활에서 오는 육아스트레스와 가정사의 힘듦이 우리들의 몸을 더욱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하는 것처럼 오늘 내게 맡겨진 임무를 다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일처리를 하지만 되돌아오는 건 해냈다는 성취감이 아니라 내일 또 뛰어야하는 두려움인 것이다. 이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과연 이 두려움을 없애면 내 자신을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일까?
겉보기엔 심리학과 관련된 책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의 책이다. 주요 내용은 어떻게 하면 일상의 분주함이나 바쁨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들어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 읽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은‘ 침팬지’의 의미이다. 이 책에서는 침팬지를 묘사하는 부분이 책 말미에 있는데 스티브 피터스(Steve Peters)라는 정신과 의사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심리적 마음을 세 개의 뇌, 즉 앞뇌(frontal), 변연뇌(limbic), 정수리(parietal)를 가진 것으로 설명한다. 앞쪽 뇌는 ‘인간’으로, 변연뇌를 ‘침팬지’로, 정수리 뇌를 ‘컴퓨터’로 부르는데 ‘인간’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데 반해 ‘침팬지’는 감정적으로 생각하고, 실제의 침팬지가 사람보다 힘이 다섯 배 더 세듯이, 이 ‘침팬지’는 쉽게 인간을 제압하고, 정보는 가정 먼저 ‘침팬지’에게 보내지며 ‘침팬지’는 빠르다는 것이다. 거기에 ‘침팬지’는 쉽게 결론을 내리고, 비이성적이며, 흑과 백 아니면 선과 악 등 이분법적으로 간단하게 사고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런 ‘침팬지’가 인간의 몸 속에서 우리의 변연뇌(limbic)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분주할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뒤로 밀려날 것이라는 불안감 속에서 우리의 몸 속에 ‘침팬지’라는 분주함을 안고 산다는 얘기다. 이 분주함을 없애고 ‘침팬지’를 진정시키게 만드는 게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무엇 무엇을 해라!와 같은 화법들이 자주 등장한다. ‘침팬지’(변연뇌를 지칭)와 같은 분주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게 하고, 내 안의 내적 감정이나 외적 행동의 해석을 달리 해볼 수 있도록 나에 대해 재평가를 하라는 것,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자신감을 느껴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한 일에 자긍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우리는 성과주의라는 목표 속에서 너무 앞만 보고 달린 나머지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중시하게 됐고, 결과만을 중시했기에 조급하고 분주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을 즐겨버리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날 ‘침팬지’는 압박과 경쟁에 시달리는 나머지 거의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사태가 차분해질 때까지’ 기다리지만 해가 바뀌어도 차분해지는 날은 없다. 우리는 분주함을 유지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투입하면서 군인 같은 정신으로 버티면서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할 에너지는 거의 남겨놓지 않고 있다. 우리가 소파에 퍼져서 포도주와 TV로 통증을 누그러뜨릴 때 ‘침팬지’는 만족하지만 우리 안의 인간은 그것이 전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본문 381~378쪽 中)
위의 글을 읽으면서 어찌나 서글프던지, 눈물이 다 날 정도로 공감하고 싶은 글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은 이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면서 수고하는 내 자신에게 힘내라는 위로의 말을 전하겠지만 내 안의 또 다른 나인 ‘침팬지’는 더 열심히, 더 분주하게 일하라고 하면서 나를 혹사시킬 것이다. 여기서 답은 나왔다고 본다. 한번 뿐인 내 인생을 ‘침팬지’에 맡길 것인지, 아니면 내 스스로가 분주함에서 벗어나 나만의 여유로운 방법을 찾을 것인지 말이다. 그 여유로운 방법은 먼 데서 찾지 말고 ,바로 이 책을 통해 내 안에 있는 ‘침팬지’를 길들여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