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궁궐 여인들 - 관능으로 천하를 지배한
시앙쓰 지음, 신종욱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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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세상을 정복하지만 그 남자를 정복하는 건 여자다’라는 말처럼 남자를 힘이나 무기가 아닌 미모로 굴복시키는 게 바로 여자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 힘이 궁궐에 있으면 더 무시무시한 파괴력으로 나타날는지도 모르겠다. 조선의 역사만 보더라도 장희빈이 갖은 음모와 모사로 인현왕후를 폐서시키고 국모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그 힘은 바로 숙종을 미모로 굴복시켜버린 장희빈의 얼굴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엔 사약을 받고 죽음을 당했지만 그녀가 궁에서 행한 이력들은 30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의 역사에도 여인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궁에서 행했던 일들을 보면 입이 떡하니 벌어질 만큼 놀랍고 잔인하다. 이렇듯 중국의 궁궐에서 일어난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여인들의 암투 같은 내용들이 이 책《구중궁궐 여인들》에 실려 있고, 중국의 역사 속에 숨겨진 여인들과 놀아난 황제들의 이야기들이 이 책에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책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내용이 바로 궁녀들에게 몸으로 배우는 황제들의 성교육이다. 그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유모나 궁녀들에게 성교육을 받게 되고, 혼례를 치르기 전에 이미 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어린 나이에 여자를 품에 안았으니 이제는 눈에 보이는 여인들 모두를 품으려 할 것이고, 궁에 사는 여인들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황제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의 연인이 되면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궁궐의 주인을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권력 암투가 벌어지는 것이다. 여황제가 되기 위해 자신의 아들들까지 죽인 무측천이 있었는가 하면, 한 고조 유방의 조강지처인 여후는 유방의 총애를 받았다는 이유로 유방과 척 부인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 여의를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척 부인의 손과 발을 자르고 두 눈을 뽑은 다음 연기를 피워서 두 귀도 멀게 하고 벙어리까지 만든 후 화장실에 집어넣고 죽여버렸으니 그녀의 질투심이 부른 마지막은 처참함을 넘어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한 성제를 동시에 차지한 조 씨 자매의 이야기나 어린 남자를 물색해 구중궁궐로 데려와서 정을 통한 후 싫증이 나면 죽여버린 가 황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중국의 구중궁궐은 꽃향기가 흩날리는 여인들의 전쟁터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꽃향기가 흩날리는 아름답고 화려해 보이는 구중궁궐. 이곳은 황후와 비빈들, 궁녀들이 단 한명뿐인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전쟁터다(책 9쪽, 1장 소개글에서)

중국의 역사 뿐 아니라 세계의 역사에서 왕들을 지배한 여자들의 이야기들은 은근히 재밌으면서 상당히 자극적이다. 한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허락하는 것은 예삿일이었기에 성性 적으로 야한 부분도 있다. 이 책《구중궁궐 여인들》도 중국의 구중궁궐에서 벌어진 여인들 간의 암투를 기록한 것이어서 곳곳이 자극적이고 야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궁궐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해야만 했던 그녀들을 생각하면 괜히 짠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구중궁궐이라는 전쟁터에서 그러할 수밖에 없었던 여인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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