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고금통의 1 - 오늘을 위한 성찰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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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웃어른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는 말처럼 옛 조상들의 말씀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 물론 그분들도 그 웃어른 분들께 전해 들은 말이겠지만 이런 옛말들도 오랜 기간 시행착오들이 쌓이고 쌓여서 후대들에게 전해진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일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웃어른의 말씀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말고 새겨들은 건 새겨들어서 내 것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한자성어처럼 옛 것을 공부하고 복습하여 새 것을 알 수만 있다면 이것만큼 효울적인 공부가 또 어디 있겠는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게 쏟아지는 요즈음 새겨둘 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덕일 하면 역사를 보는 시각에 있어서 기존의 역사학자들과 심심찮게 마찰을 빚은 책들의 출간으로 유명세를 탄 역사학자이자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의 하는 일이 일제의 식민사관이나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로 인한 역사의 왜곡을 바로잡고, 국내에 잔존하는 일제의 식민사학을 뿌리뽑는 일을 하고 있기에 그의 역사서 또한 일제의 식민사관을 배제한 채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출간한 책들에서 보여준 역사적 관점이 기존의 역사학자와 대립되는 부분이 많아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지금도 그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역사계에 있어서도 일제의 식민사관이 분명히 존재해 있다는 점이고, 그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역사는 과거 일본에 당했던 치욕스런 과거를 고스란히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 책은 이덕일의 다른 역사서들과 다르게 옛말을 모아놓은 고사성어集으로 봐도 무방하다. 고금통의古今通義는『사기史記』의 <삼왕세가三王世家>에 나오는 말로 한자 뜻 그대로 해석하자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통하는 의義는 같다’는 뜻으로 지금 벌어지는 일의 미래도 옛일에 비추어 알 수 있다는 뜻인데 온고지신과 비슷한 의미로 해석해도 되겠다. 이런 옛말들이 우리가 지나온 역사적 순간에 저지른 실수를 지혜로서 우리에게 되돌려주고 있으니 옛 것을 통해 의를 구하는 고금통의와 일맥상통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각 단락마다 서로 연결성은 없기에 어느 쪽을 펴도 쉽게 읽을 수 있고, 귀감이 될만한 많은 일화들이 이 책에 실려 있어서 그것을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한 책이다. 앞쪽에 나오는 ‘벚나무 원산지 논쟁’ 부분을 읽으면서는 벚꽃이 일본을 상징하는 꽃인 줄은 알았지만 예쁘고 아름다워서 봄만 되면 벚꽃 구경하는 재미에 살았었는데 일제가 창경궁에 왕벚나무를 심고 창경원으로 격하한 후 일반에게 공개한 일화를 읽으면서는 일제 식민 통치의 잔재가 벚꽃 구경에까지 침투해 있다는 말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거기에 선조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승지 윤국형尹國馨과 그의 말을 묵살하고 상주 목사로 좌천시켜버린 선조의 모습에서 현재의 대한민국이 연상되는 건 나만의 착각인지 여러분에게 묻고 싶은 마음이다.

유득공柳得恭은 《발해고渤海考》서문에서 “고려가 끝내 약소국이 된 것은 발해의 땅을 갖지 못했기 떄문이다. 참으로 한탄스럽구나”라고 탄식했다. 고조선이 계속 논란의 여지가 된 것은 대륙사관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반도 사관을 버리고 대륙 사관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본문 109쪽 中)

서양의 철학서에 교훈을 줄 만한 아포리즘들이 있다면 동양, 아니 대한민국엔 선조들이 남긴 옛 것이 있다. 그 옛 것을 통해 자신에게 닥친 문제에 대해 실마리를 풀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까? 지금처럼 편리한 세상에서 옛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옛 것의 좋은 것들을 배우고 익힌다면 나에게 닥친 지금의 시련이 그렇게 아프지만은 않으리라. 이 책을 통해 배워보는 삶의 통찰과 혜안이 우리들에게 피와 살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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