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 정호승의 새벽편지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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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비해 세상살이가 팍팍해졌다는 말들을 한다. 이웃 간의 情은 사라진 지 오래고, 가족들 사이에서도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질 않는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에누리하는 건 꿈도 못 꾸고, 친구 간의 오랜 우정은 깨져야 맛인 것처럼 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렇게 변한 걸 누구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 내 탓이고, 내가 잘못해서 일어나는 일이고, 나만 변하면 되는 것이기에... 그리고 그 변화는 나를 위하는 것도 아닌,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해 필요한 공과금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공과금을 연체하느냐, 꼬박꼬박 내느냐는 순전히 우리들의 몫인 것이다.

정호승의 책에는 사람 냄새나는 情이 있다. 우연히 들어간 찐방 가게에서 들려오는 주인 아주머니의 “저녁 같이 먹어요”란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영등포 요셉의원 선우경식 원장의 무료 진료활동 속에 피어난 헌신 속에서, 책방 앞을 떠나지 않는 소년을 위해 하루하루 책장을 넘겨준 책방주인의 배려하는 모습에서, 노점상 물건을 깎지 말고 부르는 대로 주고 사야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라던 김수환 추기경님의 무한한 사랑 앞에서,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말라던 성철 스님의 강건한 말씀 속에서, 당신을 위해 정성스런 마음과 함께 아무런 조건 없이 주는 선물 속에서, 정채봉 동화작가의 어린아이를 향한 동심 속에서, 내가 없으면 당신이 없고, ‘나’라는 존재가 없으면 ‘너’라는 존재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삶 속에서 세상 살맛 나는 情이 있음을 느낀다.

나는 나로서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 나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있음으로써 나는 비로소 존재한다.
(본문 187쪽 中)

아침이 밝아오는 새벽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소나가가 퍼부어야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 진리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지혜는 고사하고 남을 헐뜯고, 시기하고, 미워하는 마음들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내 것을 주기보다 남의 것을 빼앗는 게 현실이 되어버린 세상, 그 살벌함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정호승의 책을 만난 건 어찌 보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情이란 감정이 이렇게 따뜻하다는 걸 느꼈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나를 위함이 아닌 당신을 위한다는 것을 알게 해줌에 무한감동을 느꼈으니깐 말이다. 나보다는 남을 위해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지만 세상은 혼자 살 수는 없는 법! 혼자 살 수 없다면 같이 사는 법을 배워야 하고, 같이 산다면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게 훨씬 나은 삶이 아닐까? 이처럼 정호승의 책《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을 통해 내가 느낀 감정들을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쉽지 않겠지만 나보다 남을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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