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 길 위의 사진가 김진석의 걷는 여행
김진석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배가 부르면 걷고, 날씨가 좋아도 걷고, 기분이 좋을 때도 걷는다. 거기에 고민이나 근심이 있으면 필히 걷는다. 걸으면서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자책 아닌 자책도 해보고, 내게 닥친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옳은 것인지를 걸으면서 해결하곤 한다. 근데 신기한 게 걷다 보면 해결책이 나오던지, 아님 해결점에 가까운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걷는 걸 좋아한다. 힘들게 걸으면서 나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이 시간이 정말 좋다.


 나이를 먹고 내 인생을 되돌아볼 나이가 되었을 때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야 겠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막상 계획을 잡아보려고 해도 낯선 곳에 대한 환상보다는 두려움이 앞설 뿐이다. 하지만 이름만으로도 벅차오르는 스페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의 길)를 볼 때마다 떨려오는 그 긴장감은 내 몸을 전율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번 책 《걷다 보면》을 읽으면서도 산티아고의 길을 걷는 모습에서, 그 힘든 여정 속에서도 여유스런 모습을 보여준 저자의 모습에서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40일 동안 800 km를 걸어야 만날 수 있는 ‘산티아고의 길‘은 길이로만 봤을 때도 보통 사람들이 걷기엔 분명 힘든 길이고, 하늘의 도움이 없이는 완주할 수 없는, 안개 때문에 앞을 볼 수 없지만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수록 앞이 조금씩 보이는 그런 미지의 길이 산티아고의 길이다. 이런 길을 배낭보다 무거운 카메라를 등에 업고 걷는 사람이 있었으니 길위의 사진가라 불리우는 김진석 작가의 걷는 여행이 그것이고, 40일 동안의 산티아고 순례기를 기록한 책이 바로《걷다 보면》이란 책이다.

책에서는 산티아고 여행기와 함께 많은 사진들이 수록돼 있다. 대부분 카미노를 걷는 사람들의 사진들인데 하나같이 웃거나, 얼굴에 행복함이 묻어나는 사진들이다. 그 힘든 여정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행복은 멀리서 찾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낸다는 말에 동의하게 된다. 하루의 여정을 알베르게(산티아고의 숙박지)에서 끝마치고, 하루의 시작을 “부엔 카미노 Buen Camino!”를 외치며 시작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같은 인간으로서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고, 그들이 이 여행을 통해 많은 걸 얻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해보게 된다.

“나는 생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모른다. 그러나 걷기는 하나의 목적이 있다.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놓는다. 그리고 기쁨이 뒤따라올 때까지 다시 시작한다.” - 이브 파칼레 (본문 84쪽 中)

일주일 동안 같은 풍경만 이어지는 메세타(Meseta)를 걸어야만 하고, 비가 올 땐 비를 맞으며 무거워진 배낭의 고통을 이겨내야 하며, 발에 생긴 물집을 터트려가며 800 km를 걸어야만 만날 수 있는 곳 카미노 데 산티아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의 길을 찾는 건 변해있을 나를 발견하고, 살아있는 나를 발견하기 위함이 아닐까? 그 변화 속에 바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