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사물들 - 시인의 마음에 비친 내밀한 이야기들
강정 외 지음, 허정 사진 / 한겨레출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시에서만 허용되는 ‘시적 허용’에 대해 불만이었던 적이 있다. 모두가 바로 쓰고, 맞춤법에 맞게 쓰자고 노력하는데 시에서만큼은 그게 아니어서 읽는데 어색하고 불편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르다 보니 시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나 표현들이 얼마나 감칠맛이 나는지 모르겠다. 시인이 사물을 바라보는 감정이나 아쉬움, 미련을 ‘시적 허용’이라는 표현방법을 통해 아름답게 묘사하는 그 표현법이 이제 와서야 몸으로 느껴지니 말이다.

시를 창작하고 지어내는 시인들의 능력은 사물을 보는 능력에 있어서도 탁월하단 느낌이 든다. 짜장면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짬뽕도 쉽게 만들 수 있듯이 시를 짓는 시인들은 사물을 대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적 화자의 감정이나 정서가 사물을 보는 데 있어서도 고스란히 들어났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쉰 두명의 시인이 동원된 《시인의 사물들》은 그들의 삶을 통해 차곡차곡 쌓인 사물에 대한 추억과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신변잡기의 내용들로 가득찼다.

유강희 시인의 <술병>을 읽으면서 내 어린시절을 보는 거 같아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술 심부름을 통해 호기심과 술이라는 매개체 사이에서 갈등하는 어린 소년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다 커서는 온갖 시련과 아픔을 간직한 술병이 내 인생을 대변하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아려온 그런 느낌이다. 정영효 시인의 <성냥>에서는 시인이라는 테두리 안에 갖혀 있기엔 아까울 정도로 사물의 표현력을 보여준 그의 글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멍하니 책 속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들 말고도 우리들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의 추억들을 삶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으니 이 책을 통해 추억을 회상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당장 불을 지펴야 하는데, 당장 몸을 녹여야 하는데 딱 하나만 남아 있는 성냥. 자칫 세게 그었다가는 툭 하고 부러질 듯하고 살짝 그었다가는 불이 붙지 않을 듯 하고. 그러다 마침내 조심스럽게 불을 붙이고 난 후에는 어느새 성냥 한 개비의 존재는 쉽게 잊히고. 걱정 없이 활활 타오르는 불 앞에서는 우리의 걱정도 사라지게 마련이다.(본문 85족 中)


“그리워 하는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수필에서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은 피천득의 <인연>일 것이다. 그 <인연>  마지막 구절은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에게 큰 여운을 준다. 이 책 《시인의 사물들》에서도 이런 멋진 구절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빛을 발하는 시인들의 글솜씨에 박수를 보내면서...삶에 지친 사람들이나 무기력감으로 힘든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생활의 활력소를 선물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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