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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의료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수명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옛날엔 호환 마마가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질병이었다면 이제는 암도 말기로 넘어가지만 않으면 완치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80세까지만 살고 가는 게 소원이라던 노년의 수명이 이제는 100세시대로 접어들었다. 자신이 몸 관리만 잘한다면 100세 이상 살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아진 세상에서 홀로 사는 독신들이 늘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혼이나 사별은 그래도 이해가 되지만 처음부터 독신이었던 사람들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건 결혼하기 힘든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듯 해서 더욱 더 안타깝다.
일본에서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우는 우에노 지즈코 교수의 《독신의 오후》는 독신으로 늙어가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홀로 사는 남성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들이 혼자된 배경, 혼자 살아가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문제점들, 그리고 남자들이 독신으로 늙어감에 따라 필요한 조건들, 더 나아가 혼자 살면서 가장 큰 문제이자 걱정인 홀로 죽을 수 있는 방법들을 독신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시각에서 집필한 책이 바로 《독신의 오후》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시각에서 남성의 나이듦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게 약간은 불편했던 게 사실이지만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처럼 아픈 사람의 마음은 아픈 사람만이 알 수 있기에, 아직까지 독신을 고수하고 있는 우에노 지즈코 교수의 노년 남자들의 독신생활에 대한 조언과 충고는 이 책 여기 저기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는 후의 느낌은 남자가 여자보다 오래 살면 고생바가지를 뒤집어쓸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각오가 마음에서 받아들여졌을 때 남자들의 독신생활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라고 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간은 깨지기 쉬운 물건이라는 느낌이 절실하게 든다. 깨지기 쉽기 때문에 난폭하게 취급하면 깨져버리고 만다. 무리하면 몸도 깨지고 마음도 깨진다. 깨지기 쉬운 물건은 깨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다뤄야 한다.
(본문 102쪽 中)
이 책에서는 홀로 살아가야만 하는 남성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조건과 노년 친구관계의 요령, 여가시간의 활용, 집에서 나 홀로 아플 때의 방법 등 혼자 살아갈 때 필요한 스킬 등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기술은 기술일 뿐, 결론을 말하자면 남녀가 함께 늙어가는 게 아름답게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홀로 노년을 보내는 독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고 있는 요즈음 최상이 아니면 차선책이라도 만들어서 독신들이 알차고 보람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중심에 우에노 지즈코 교수의 《독신의 오후》가 독신들의 옆자리를 대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