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과 유토피아 - 니체의 철학으로 비춰본 한국인, 한국 사회
장석주 지음 / 푸르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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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철학에서 한국 사회를 발견하다

 

 

며칠 전 동물원에 다녀왔다.

호랑이, 사자부터 코끼리, 기린, 하마, 원숭이, 뱀, 곰, 늑대, 사슴, 타조 등 동화책에서나 봐왔던 동물들을 눈으로 직접 보니 재미도 있었거니와 그들과 눈으로 교감하는 행동들이 나에게 왠지 모를 기쁨을 줬던 거 같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모두들 축 늘어진 모습으로 잠만 자는 모습에서 약간의 실망감(배신감마저)도 들었고 ,우리 안에 갇힌 모습으로 관람객을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짠한 마음도 들더라.

 

과연 동물원의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동물원에 구경하러 온 인간들을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온 침입자로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소위 요즘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는 갑을의 관계처럼 갑의 입장에서 인간을 을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것도 아니면 인간을 자신들과 함께 공생하면서 살아가는 친구로 생각하는 건지?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거기에 저 동물원의 우리가 망가져서 만약 동물원의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동물의 세계처럼 혼란과 무질서로 동물원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어 버릴 게 안 봐도 뻔한데......

 

정글 사회가 바로 동물원 사회이고, 동물원 사회는 타락한 사회이며, 문명에서 야만으로 퇴행하는 사회라고 말하면서 이 야만의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말하는 장석주 시인, 그의 한국 사회 엿보기는 바로 동물원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 동물원에서 니체의 철학을 곱씹으며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과 한국 사회를 교차해가면서 그만의 생각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니체의 책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등장시켜 지금 한국사회가 앓고 있는 병病들을 현미경을 통해 자세히 해부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를 명의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거 같다.

 

하지만, 다 좋은데 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지 못했다.

니체의 다른 책들도 많은데 유독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에게만 빗대서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은 약간 의아했다.

이 책의 제목이 『동물원과 유토피아』가 아닌 <짜라투스트라를 통해 바라본 한국 사회>라고 책제목을 붙였으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란 생각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정독한 후, 이 책을 읽는다면 금상첨화란 말이다.

 

이 책에서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동물은 타조를 설명한 부분이었다.

타조 부분을 읽는데 나랑 많이 닮았다는 생각과 함께...마음이 많이 무거워지면서 동물원에 갔을 때 우리 안에서 큰 키를 앞세우고 그 좁은 공간에서 쉴 틈 없이 돌아다니는 타조를 생각하니 자신이 날 수 없음을 저렇게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상쇄시킬까?란 생각에 마음이 좋지만은 않더라.

 

니체는 타조를 가리켜 “머리를 무거운 대지 속에 무겁게 쳐박고” 있는 새라고 말한다(...중략)

 

타조는 가장 빠른 말보다도 더 빨리 달린다. 그런 그도 아직은 머리를 무거운 대지 속에 무겁게 쳐박고 있으니, 아직 날지 못하는 사람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날지 못하는 사람은 대지와 삶이 무겁다고 말한다.

중력의 악령이 바라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가벼워지기를 바라고 새가 되기를 바라는 자는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다. (본문 180쪽, 181쪽 中)

 

이 세상에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유토피아 같은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일 게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동물원의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면 그건 너무도 잔인하고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살기 위해 자신의 종족까지 먹어치우는 동물의 야만적인 세계, 그리고 우리네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학벌주의, 가족(개인)이기주의, 냄비근성, 빈부격차, 지역갈등, 이념의 양극화 등은 동물원 우리 속 하이에나에게 줘버리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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