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주의와 이슬람교 - 이슬람세계에 대한 오해와 이해
바삼 티비 지음, 유지훈 옮김 / 지와사랑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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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를 중심으로 이슬람주의의 실상을 파헤친 책
 

하나에서 둘로 나눠지면 싸움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 싸움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 한 쪽이 들고 일어나게 되고, 어느 순간 동물의 세계에서나 봄 직한 양육강식의 세상이 되어버리고 만다. 지금의 이슬람도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임을 내세우며 파벌싸움이 한창이다. 이슬람 공동체의 통치자 자리인 칼리프(왕조)를 놓고 갈라져 버린 수니파와 시아파, 거기에 현재 이슬람교의 90%를 차지하는 수니파는 스스로를 이슬람의 정통으로 간주하면서 이슬람의 주류임을 내세우고 있고, 이에 질세라 시아파는 칼리프가 아닌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만이 마호메트의 합법적 후계자임을 내세우며 수니파와 대립의 칼날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슬람교라는 회사의 CEO 자리를 능력있는 사람들로 외부에서 영입하자는 수니파와 직계나 자손만이 이슬람교 회사의 CEO가 될 수 있다는 시아파가 서로을 주시하며 왕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아무튼 이슬람의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은 단순히 후계자 문제뿐 아니라 아랍인과 페르시아인의 인종싸움 및 감정싸움으로도 번지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아랍의 대부분이 수니파 이슬람교도임에 반해서 페르시아인이 주를 이루는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의 시아파와의 싸움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시라아 내전만 보더라도 바샤르 아사드를 권좌에서 몰아내기 위해 시작된 싸움이 수니파와 시아파의 파벌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을 보면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슬람의 문화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슬람주의자들이 이슬람교를 정치적으로 해석한 데서 비롯되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즉 이슬람주의는 이슬람교라는 종교적 신앙이 아니라 정치적 영역 내에서 종교를 이데올로기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슬람주의자들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알라의 뜻에 따라 국가를 유지하고 거기에 정치질서를 포함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 문제점들을 바삼 티비는 이 책에서 여섯 가지 정도로 지적하고 있는데 이슬람주의를 신이슬람 질서(니잠 이슬라미)로 해석한다거나 “유대식 세계질서”를 표방함으로써 이슬람주의의 목표에 정면으로 대립하는 유대인이 바로 이슬람교를 위협하는 숙적이고, 민주화와 민주국가에 자리 잡은 제도적 이슬람주의의 위상과 함께 전통 지하드가 테러리스트 지하드로 변질됐으며, 샤리아(이슬람법)의 부활, 거기에 이슬람주의자들의 세속화와 반세속화의 견해를 결정하는 순결과 정통성을 보는 시각을 통해 이슬람주의는 이슬람교가 아니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이라면 모든 이슬람주의자가 세계를 다시 만들겠다는 야망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슬람주의는 폭력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질서 위에 있으며, 이데올로기의 중심은 단연 질서nizam(니잠)에 있다. 이슬람주의의 정치질서가 바로 새로운 세계질서인 것이다.(본문 48쪽 中)

이 구절을 읽으면서 이슬람주의자들에게서 일본 극우자들이 지향하는 제국주의나 전체주의의 냄새가 나는 건 왜일까?

유대인을 극도로 싫어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성전(聖戰)이라는 명목 아래 전통 지하드를 테러리스트로 변질시킨 것도 모자라 이슬람주의를 이슬람교의 유구한 유산인거처럼 속여 이슬람교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 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의 모습에서 무서움을 넘어선 공포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 공포감이 현실이 되어 세계 곳곳에서 내전이라는 형태로 일어나면서 중동지역은 다시 전운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시리아 내전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6만 명 이상 죽어가고 있는 이 마당에 이스라엘은 내전으로 피멍이 들고 있는 시리아에게 신형무기들이 헤즈볼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시리아의 공습을 감행했다고 하니 이슬람과 유대인의 관계가 어떻게 될른지...

 

‘이슬람주의는 위기를 겪고 있는 오늘날의 이슬람문명에 필요하지 않는다’는 바삼 티비의 말에서처럼 이슬람문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슬람주의는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신에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며, 인본주의라는 모태를 가진 이슬람교는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이나 전쟁들이 누구를 위한 내전이고,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를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내전과 전쟁들은 멈춰져야 할 것이며, 성전과 샤리아라는 명목 아래 자행되고 있는 이슬람 국민들의 희생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보면서, 바삼 티비의 이 책이 중동의 평화와 발전에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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