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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한빙 경제대이동 - 우리는 경제 대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스한빙 지음, 차혜정 옮김, 권성용 감수 / 청림출판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중국의 경제학자 눈으로 바라본 세계경제의 분석과 전망에 대한 보고서
1929년 주가 폭락 사태에서 비롯된 미국의 대공황과 대한민국에 구조조정과 대량실직이라는 칼바람을 몰고온 IMF 경제위기, 거기에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던 경제대국 일본의 디플레이션에 따른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토네이도가 미국을 강타한 후 전 세계를 흔들었던 세계경제 위기사태, 그리고 현재 이슈화되고 있는 유럽발 그리스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유럽경제의 심각한 위기 등으로 봤을 때 모든 게 넘치거나 부족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고 그 문제를 별 문제가 아닌 것처럼 덮어놨다가 나중엔 너무 곪아서 메스를 댈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경제위기이고 경제의 흐름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의 대공황이 제2차 세계대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소리가 괜한 소리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IMF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해고와 세계 제일로 손꼽혔던 회사들이 도미노 현상처럼 차례대로 무너진 걸 보면 정말 세계 경제를 분석하고 전망한다는 게 복잡하고, 어렵기만 하다.
ECONOMIC CHESS GAME : WHAT'S YOUR MOVE?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수없이 변화하는 경제적인 흐름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를 답하고 있는 책이 『스한빙 경제대이동』이란 책이다. 중국의 경제학자가 쓴 책이기에 앞에서 말한 ‘우리’는 중국이 되겠고, 중국이 중심이 되어 세계경제의 흐름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책이라 하겠다.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인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의 말을 빌려 “석유을 통제하는 자가 모든 나라를 통제할 것이고, 식량을 지배하는 자가 인류를 지배할 것이며, 화폐를 지배하는 자가 전 세계경제를 지배할 것이다”라는 명언처럼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살펴보면 화폐와 석유(에너지), 그리고 식량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중에 그 어떤 거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스한빙은 화폐의 역할을 특히 강조한다. 그 중에서도 화폐의 유동성 범람으로 인한 화폐 발행초과 문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화폐의 마구잡이식 발행이 세계 금융과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화폐의 발행초과 현상으로 화폐의 구매력이 하락하고, 그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통화 과잉 현상을 스한빙은 하이에크의 말을 빌려 정부가 화폐 발행을 독점하기 때문에 화폐의 남발이 생기고 이에 따른 도미노 현상처럼 경제적인 위기가 찾아온다고 꼬집는다. 그럼 국가가 아닌 민간기관이 화폐를 조절해가면서 발행하면 될 게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겠으나 ‘세계’라는 울타리 안에서 달러와 싸워 이겨야 하고, 엔화, 위안화, 유로화와 맞짱을 떠서 이겨야 하는 현실에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민간기관에게 이처럼 중요한 일을 맡긴다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밀림의 세계처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임을 화폐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에 살아남은 화폐가 최종 승자임을 가리기 위해 지금도 화폐전쟁은 피튀기는 혈투를 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에도 세계는 석유가 지배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미국은 유가 상승에 대비해 ‘이란 공격’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란의 공격으로 인해 미국이 챙길 반사이익이 바로 중동지역의 정세를 악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작품으로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감행할 경우 이란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공격만 당하는 호락호락한 나라이던가? 얼마 전 치룬 대한민국과 이란의 축구경기만 보더라도 해발 천 이백미터 고지대에 자리잡은 아자디 경기장에 가득 찬 이란 국민들의 함성소리만 생각해도 소름이 끼쳤는데 만약 이란의 핵시설을 꼬투리 잡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다고 상상해보면 이란은 그들에 대해 철저히 보복하거나 중동의 요충지이자 세계 석유공급의 핵심시설이 자리잡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을 당장 봉쇄해버릴 것이고, 이에 따라 석유로 밥줄을 이어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아랍연맹국 국가들은 당장 밥줄이 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주고 미국에서 무기를 구입할 것이라는 미국표 시나리오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럼 미국은 당장 무기판 돈으로 석유 사묵겠지....
석유는 미국의 생명줄이다. 미국 에너지부 차관 데이비드 샌들로우David Sandalow는 이렇게 말한다. “50년 동안 안전한 석유 수송 확보는 미국의 걸프지역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냉전 시절에 미국은 이란 국왕과 기타 환영받지 못하는 지도자들을 어느 정도는 지지하여 석유가 걸프만에서 순조롭게 수송되는 것을 보장했다. 1980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입했을 때 지미 카터Jimmy Carter 대통령은 걸프만을 약탈하는 외부 세력의 모든 기도는 ‘미국의 근본적 이익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고 말하며 ‘무력을 포함한 모든 필요한 수단을 사용하여 이를 격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문 261쪽 中)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식량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대한민국의 물가는 세계의 곡물값이 오르기라도 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물과 함께 식량 때문에 지구상의 많은 나라들이 생존을 위해 싸울 것은 안봐도 자명한 사실인데, 이렇게 식량 생산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인 종자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대한민국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반문해보고 싶다. 헨리 키신저 교수가 말한 화폐, 석유, 식량 전쟁에서 도대체 대한민국이 내세울만한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잠이 오질 않는데 말이다.
이 책 『스한빙 경제대이동』을 읽으면서 경제서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세계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이처럼 재밌게 읽은 책도 드물었던 거 같다. 그 재미 안에서 세계 G2로 성장한 중국의 기세가 정말 무섭다는 걸 느꼈고, 스한빙의 글을 읽으면서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대한민국이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는 희망과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소망을 그 욕구 속에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