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 개정 증보판 남산의 부장들
김충식 지음 / 폴리티쿠스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70년대 남산에선 무슨 일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어있는 남산, 지금에서야 이렇게 웃으면서 남산의 케이블카도 타고, 연인들이 저마다의 사랑확인을 위해 자물쇠도 걸면서 유명명소가 됐지만 40여 년 전, 그러니깐 1960~1970년대 남산하면 잔인하고 악랄했던 고문정치의 상징이자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없는 곳이 남산이었다. 1980년대 공작정치와 고문정치를 치안본부(현 경찰청) 산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자행했다고 한다면 그 이전 그러니깐 1970년대는 서울시청 남산별관이라 칭했던 이곳 남산에서 그 당시 중정(중앙정보부)의 요원들이 한마디로 생사람을 잡아다가 ‘대선’이라는 특수에 간첩이나 빨갱이라는 죄명를 씌여 반전을 노리는 꼼수를 쓰면서 그들만의 권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권력다툼을 자행했던 곳이기도 했다. 남산 고문의 최대 피해자로 알려진 인민혁명당 사건(인혁당 사건)을 통해 남산 공작정치의 진실이 샅샅이 밝혀지기 시작했으며 이번 2012년 대한민국 대선에서도 후보자들끼리 인혁당 피해자들께 사과하라며 과거사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했고,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그 당시 서슬이 퍼랬던 남산에 대해 치를 떠는 사람들이 많다.

 

책 두께만 자그만치 900페이지가 약간 안될 정도로 두꺼운 책인 『남산의 부장들』.

남산에서 자행된 고문들의 실상을 담기엔 이 정도의 두께로도 부족했으리라 생각은 되지만 가히 살인적인 두께인 것은 분명하다. 6.70년대 대한민국 정치를 주름잡았던 실세 중의 실세 중앙정보부의 18년 통치 기간을 통해 박정희 시대를 재조명하고 있는 책이 『남산의 부장들』이고, 이번 책은 20년 전에 출간된 책을 개정해서 재출간한 개정 증보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유신 시대의 흑백사진부터 지금의 현 정치상황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까지, 사진보는 재미도 쏠쏠한 책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박정희의 통치기간 18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고, 지금도 그의 업적에 대해선 희비가 엇갈린 채 피튀기는 논쟁을 펼치는 이야깃거리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어려운 시절 배고픈 사람들에게 빵을 준 위대한 지도자이자 민주화를 목놓아 외쳤던 사람들에게는 피비린내 나는 가혹함을 선사한 최악의 독재자로 낙인찍힌 박정희, 그리고 그의 밑에서 권력을 좌지우지했던 남산의 부장들이 저지른 정치공작에 선거조작 거기에 이권배분, 미행, 도청, 고문, 납치까지...

심지어 대통령의 여자관리까지 도맡아서 한 그들의 만행에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몸서리를 쳤는지 모르겠다.

 

특히, 1970년 봄 대한민국을 발칵 뒤엎은 정치 권력형 섹스스캔들이었던 정인숙 여인 피살사건은 스물다섯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죽음으로 내몰린 정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이 썩을대로 썩었던 대한민국의 부패정치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고, 개헌의 희생양이 된 김형욱과 이후락을 보면서 권력의 끝이 어디인지를 새삼 생각할 수 있었다. 거기에 김형욱은 79년 10월 그의 회고록이 완성될 무렵 파리에서 ‘영원한 실종’을 맞았고, 정인숙 피살사건은 지금까지도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으니 그 역사적 진실의 문이 언제쯤 열리게 될는지......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던가.

70년 정인숙의 한 서린 죽음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크고 작은 정치 사건을 불러왔다. 권력층을 접객하며 애욕에 달아오르고 힘과 돈에의 성취감을 불살랐던 스물다섯 살의 정 여인. 그러나 뜻밖의 사신(死神)을 만난 그녀의 억울한 넋은 박정희 시대가 훨씬 지난 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의 안기부에까지 파문을 던졌다. (본문 214쪽 中)

 

이번 2012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수의 국민들은 여당 후보인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고, 마침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처음으로 과반 득표에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두 가지 타이틀과 함께 박근혜 후보가 제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민의 반 이상이 선택해서 당선됐기에 진심으로 축하해드리고 싶은데 입에서는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다. 박정희 시대에 쓰러져간 호국 영령들이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다는 자책감과 군부독재 시대에 총칼에 희생된 민주열사들이 되살아나 대한민국의 잘못된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우리들에게 울며 하소연하는 모습들이 떠올라서 인지도 모르겠다.  혹자들은 현재가 중요하고, 미래가 중요하기에 지나간 과거엔 연연하지 말자고 말을 하지만 2차대전의 전범 8만 명을 재판에 회부해서 7천 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독일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과거사에 대한 문제는 언젠가는 꼭 풀어야 할 문제이자 숙제라고 생각하며, 이 책 『남산의 부장들』이 대한민국 7~80년대 과거사의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