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전용복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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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한국인 전용복의 옻칠 이야기!

 

 

그를 만나기 전까지 옻칠은 나에게 생소한 분야였다. 옻을 만지면 옻독이 오른다는 기본적인 상식만 아는 정도였으니까.

근데 그 옻독이라는 게 사실은 독이 아니란다. 옻이 오른다는 것은 독이 아니라 체질에 따른 알레르기 현상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이처럼 사람들이 꺼려하는 옻을 평생의 동반자처럼 함께 한 사람이 옻칠의 장인인 전용복이다. 그리고 이 책 『한국인 전용복』은 옻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깨고 예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칠예가 전용복의 고군분투한 삶의 기록이다.

 

조그만 목재회사에 취직해서 나무와 시름하던 중 우연찮은 기회에 토기 위에 옻칠을 올린 ‘와태칠’을 보고 옻의 매력에 빠진 그는 점차 가구 만드는 일과 멀어지면서 나중에는 아예 옻의 연구에 몰두하게 되고, 옻칠의 나라인 일본을 견학하고 난 후 옻칠의 또다른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옻칠을 더 많이 알기 위해 일본으로 진출할 궁리만 하던 그에게 ‘오젠’이라는 조그만 밥상을 수리할 기회가 생기게 되고, 그 ‘오젠’을 계기로 전용복과 메구로가조엔(1931년에 건립된 일본의 국보급 대규모 연회장)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가고자 하는 길에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모험을 시도한 전용복, 그에게 메구로가조엔은 자신의 옻칠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이자 한국의 옻칠을 세계에 알릴 기회였다. 3,000명에 달하는 일본 최고의 옻칠 장인들과의 경쟁 끝에 메구로가조엔 복원공사를 맡게 된 그는 연인원 10만 명, 최소 비용 1조 원으로 추산된 방대한 작업을 한국에서 데려간 장인들과 함께 3년 만에 완벽하게 메구로가조엔을 복원하게 되고, 일본의 자존심이라는 국보급 건물 메구로가조엔을 그의 작품들로 채우기에 이른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한국의 옻칠장이가, 그것도 무명의 한국인이 일본의 자존심인 메구로가조엔을 완벽 복원에 성공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국인 전용복의 메구로가조엔 복원이 일본인들에게는 그렇게 기뻐할 일은 아닌 듯 하다. 일본의 자존심이라는 메구로가조엔 복원을 한국인이 해냈으니 말이다. (얼마 전 불타 없어진 대한민국의 국보 1호인 숭례문을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 완벽한 복원에 성공했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상상해보면 일본인들의 마음이 어떨지 잘 알 것이다.)

 

(일본의 국보급 건물인 메구로가조엔의 완벽복원에 성공한 후)

내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영광이고 승리였다. 나아가 우리를 선택해서 끝까지 믿고 기다려 준 메구로가조엔의 승리이기도 했다. 이는 문화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문화는 만드는 자의 것이 아니라 쓰는 자의 것이다. (본문 239쪽)

 

지구상의 그 어떤 물질보다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나무에서 추출한 수액으로 자연친화적이며 인체에 유익한 물질을 생성함과 동시에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내구성이 강해 보존만 잘하면 만 년을 견딜 수 있다는 옻칠이지만 이처럼 옻칠에 대한 우수성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현재 우리는 대체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거의 몸 전체를 서양식으로 꾸미고 있다. 물 건너온 가구나 명품에는 열광하면서 우리의 것에는 소홀한 게 요즘의 현실이라지만 우리의 전통이나 문화유산을 우리가 지키고 보존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불타 없어진 숭례문처럼 그 전통이나 유산들은 우리의 곁을 홀연히 떠나버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잊혀져가는 옻칠을 세계에 알린 그가 고맙고, 그가 위대하며, 그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난 한가지 바람이 생겼다. 바로 내 집의 전체를 일본의 메구로가조엔처럼 옻칠 기법으로로 집안 전체를 꾸미는 것이다. 화장실은 그가 그려 넣은 암수 공작 두 마리가 날아다니고, 거실엔 사계산수화를 배치해서 사계절이 주는 행복감을 만끽할 것이며, 벽면엔 송학도로 장식을 해서 눈을 즐겁게 하고 싶은 바람인데 상상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물처럼 밀려든다. 그러려면 우선 돈을 많이 벌어야겠고, 그 무엇보다 전용복 선생님이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하면서 옻칠을 연구하고 고수해야지 싶다.

 

모두가 힘든 일을 기피하고 회피할 때 오로지 한 우물을 파면서 그 힘들고 어려운 작업인 옻칠을 지켜낸 한국인 전용복!

그는 영원한 한국인이자 불멸의 위대한 유산인 옻칠을 세계에 널리 알린 그가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그의 열정과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이 책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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