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미러 - 운명을 훔친 거울이야기
말리스 밀하이저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삼대에 걸친 여성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거울이야기

 

 

누구나 한번쯤은 다른 사람의 삶이나 지위, 환경이 부러워서 그 사람이 되어봤으면 하고 바랐던 적이 있을 것이다.

세상의 힘든 일은 모두 내 차지인 것만 같고, 하고자 하는 일은 꼬이기 일쑤며, 성공이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질 때 문득 내 운명과 성공한 사람과의 운명이 바뀌었으면 하고 바라는 허무맹랑한 상상들을 한 번쯤 경험해봤으리라 생각한다.

이 상상만으로도 엔도르핀이 스멀스멀 솟아오르며, 참을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들겠지만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그 운명이 잔인하거나 가혹할지라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가는 게 하늘이 우리에게 주신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죽음을 앞둔 98세의 브랜디, 브랜디의 딸이자 샤이의 엄마였던 레이첼, 그리고 결혼을 앞둔 20세의 샤이.

이 소설에서는 3대의 모녀가 등장한다. 그리고 수백 년 전의 기묘한 거울이 떠돌고 떠돌다 샤이의 결혼 선물로 전해지면서 브랜디와 샤이는 과거와 현재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되고, 레이첼도 더불어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결혼 선물로 받게 된 거울을 통해 서로의 모습이 뒤바뀌어 버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이며, 그들의 인생은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가 [샤이], [레이첼], [브렌디] 등 총 3부의 이야기로 나누어 6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에 고스란히 베어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이 책 『더 미러 The Mirror』를 쓴 말리스 밀하이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것일까? 단순히 거울을 매개로 운명이 뒤바뀌어 버린 여인들의 운명만을 말하려고 이렇게 긴 장편소설을 쓴 것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거 같다. 밀하이저는 세 여인의 정해진 운명을 어떻게든 변화시킬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청년, 중년, 장년을 대표하는 샤이, 레이첼, 브랜디를 통해 현재에 닥쳐올 사건들을 미리 경험해봄으로써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나에게 다가올 사랑은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가? 등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함과 동시에 틀에 밝힌 일상, 정해진 운명을 순종하면서 사는 삶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정해진 운명을 개척해나가기를 이 세 모녀에게 바라고 있는것은 아니었을는지......

 

또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결혼을 앞둔 여자들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한 남자를 평생 신뢰하고 존경할만큼 이 사람은 믿음직스럽나? 과연 이 남자가 나를 행복한 여인으로 만들어줄 수는 있을까?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기는 한 걸까? 결혼 후 아이들이 태어날텐데, 엄마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는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결혼을 앞둔 누구나가 생각하는 두려움이겠지만 상대방을 신뢰하고 사랑한다면 이런 두려움쯤이야 기우가 아닐까?

 

“당신이 날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소.” 그는 몸을 떨었다.

“어째서 남자에게 안기면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거죠?”

“그걸 알면 얼마나 좋겠소.”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브랜디는 그동안 너무도 외로웠다. 그녀의 감은 두 눈에서 눈물이 스며 나왔다.

“한동안 길을 잃은 기분이었어요.” (251쪽, 브랜디의 몸속으로 들어간 샤이와 허치 매든과의 대화 中)


 

크리스마스...혼자 보내기엔 너무 끔찍한 시간.

“여기가 내가 사는 집이야.“

그녀가 진저브레드 하우스 문 앞에 섰다.

“너 많이 변했다, 레이첼, 다른 사람 같아.”

‘그래, 난 이제 한물 간 피곤한 스물세 살 여자지.’

“너도 그래.”

모퉁이에 서 있는 가로등 불빛이 그의 눈 주위에 움푹 패인 부분을 두드러지게 비추었다.

“그럼...만나서 반가웠어....”

“제리, 난 배고프거든. 그래서 집에 들어가서 달걀 스크램블을 해먹을 생각이야. 같이 들어갈래?

 (371~372쪽, 관계가 소원해진 제이 가렛에게 레이첼이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 中)

 

“그 여자는 더 이상 여기 없어요. 코빈.”

그녀가 아무도 없는 공터에 대고 소리쳤다.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당신이 브랜디로 알던 여자는 지금 무덤에 있다고요.”

그녀는 그 말을 외치고 바구니를 버려둔 채 후다닥 집 안으로 들어왔다. “... 무덤에 있다고요.”

(624쪽, 샤이 몸속으로 들어간 브랜디가 환영으로 보인 코빈에게 하는 대화 中)


 

모든 사람들은 행복해지기를 꿈꾼다.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자신에게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에서 행복과 행운은 노력하는 자의 몫이 아닐까? 모두가 행복과 행운을 차지하면 좋으련만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 책에 나오는 샤이, 레이첼, 브랜디는 자신의 바뀌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삶을 살아갔지만 지금은 옛날과는 많이 변했고, 여성들의 지위도 나날이 향샹돼서 남녀평등의 사회가 만들어진 지 오래가 아니던가? 모든 것이 변해가는 세상속에서 여성들의 생각들도 많이 바뀌어가는 요즈음,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를 남겨둔 여성들이나,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여성들, 그리고 중년이나 노년을 맞이하는 여성들에게 이 소설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디딤돌같은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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