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만이 쓸 수 있는 장편소설의 진수를 만나다.


요즘 들어서 자주 접하게 되는 일본 작가의 소설들을 읽고 있노라면 소재의 다양성과 빠르게 흘러가는 소설 전개 방식에서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소재들에게 영감을 받아서 소설을 쓴다는 거 자체도 대단하지만 한 번 읽게되면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리는 소설의 흡인력때문에 일본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온다 리쿠가 쓴 <초콜릿 코스모스>도 소재의 다양성에 한 몫 하는 소설이다.
연극의 오디션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가지고 천재적인 배우적 기질을 타고 난 아스카와 노력파 배우인 교코의 대결구도를 그린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 모두 배우인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아역 배우로 무대에 서기 시작한 아즈마 교코와 연기 초보자이지만 무서운 관찰력으로 다른 사람으로 둔갑해 보이는 기술과 연기, 상황 연출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사사키 아스카... 이 두여자의 미묘한 심리묘사가 이 소설의 압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온다 리쿠가 쓴 <초콜릿 코스모스>는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지만 이 소설도 처음 읽는 순간 끝까지 읽어버릴 수 밖에 없는 대단한 흡인력을 지닌 소설이었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초능력에 가까운 묘한 소녀를 등장시켜서 나의 관심을 완전히 책속에 빠져들게 만들어 버리더니 나중에는 그 소녀가 사사키 아스카라는 걸 보여주면서 교코와 연결지어지는 스토리는 온다 리쿠의 소설 소재,  전개방식 등에서 독자들을 몰입시키게 만드는 기술이 있는 작가임에 분명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신문에 연재된 바 있는 소설이다. 
연재 당시부터 천재적인 소질을 타고난 배우와  노력파 배우, 이 두 여배우의 대결 구도와 연극의 오디션이라는 특수한 소재에서 일본의 유명한 순정만화인 <유리가면>과 자주 비교되었다고 한다. 

아직 유리가면을 읽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 책이 유리가면과 자주 비교된다니 시간이 된다면 유리가면도 꼭 읽어서 서로의 작품이 어떤 형식에서 비슷한 소설인지 꼭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소설에서는 혹독한 오디션을 진행하는 세리자와가 아스카를 평가하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그 애는 갑자기 해내거든. 해석이나 기술이나 원래 시행착오를 거치고 경험을 쌓아서 획득하는 건데 말이지. 자네도 그랬잖아?"

" 하지만 거기에 그 애는 없거든. 그 애한테는 '자기' 가 없어. 자아, 에고, 자존심, 허영심, 수치심, 그렇게 바꿔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그런 것, '자기'라는 것에 대해 그 애는 생각을 안 해."

"배우는 인간이야. 배우는 인간을 연기하는 거야. 인간은 내가 방금 말한 걸로 돼 있어. 에고라든지, 자존심이라든지 그런 게 가장 인간적인, 인간의 추잡함과 숭고함과 모순을 포함한 부분이라고...

그런 게 없는 배우가 인간을 연기해 봤자 무슨 재미가 있겠나?


그렇다. 
배우(俳優)는 인간이고, 배우는 인간을 연기하는 거다. 
타고난 천재성만 가지고 연기하는 배우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세리자와는 이미 알고 있으면서 아스카가 재주만 좋은 기계적인 배우가 되지 말기를 오디션이라는 걸 통해서 알게 끔 해 준 것이다.

이제 곧 그녀들이 연기할 연극의 막이 오른다.
막이 오르면 시공을 넘나드는 그녀들이 펼 칠 연기를 감상할 수 있게끔 좋은 자리에 앉아서 그녀들이 내뿜는 열기속으로 빠져들고 싶다. 무대에는 갈색 코스모스들이 한 없이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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