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로드 - 커피는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료가 되었을까
라니 킹스턴 지음, 황호림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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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학교에 들어가서 소개팅 때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기억이 있고, 그 후로 커피와는 데면데면 지내다가 서른 살이 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커피를 마신 거 같다. 달달한 스틱 커피를 시작으로 하루에도 몇 잔을 마시다가 몸에서 커피를 받지 않아 또 끊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커피와는 애증 아닌 애증의 관계였다. 안 마시면 허전하고 마시면 기분 좋아지는 그런 관계. 그러다가 카페라테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다른 커피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공기주입을 잘 때려부어 쫀득쫀득 부드러운 우유 폼과 막 뽑아낸 에스프레소에 샷 추가해서 내가 원하는 농도의 커피를 마시면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물을 한잔 마셔서 식도를 깨끗이 한 후 샷 추가된 라테를 한 모금 쭈욱 마시면 식도가 약간 타들어가면서 중추신경을 자극하게 되고, 뇌에서는 이것에 대한 보상으로 도파민을 마구마구 뿜어내게 해주는 그런 세상 다 가진 느낌(-?-). 세상 다 가진 느낌도 무조건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허락을 해야 느끼는 것이기에 오늘 하루도 우유 스팀을 기가 막히게 뽑아내는 파트너의 손길과 에스프레소에서 만들어지는 크레마가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어져야 비로소 라테의 달콤하면서 에스프레소의 소름 돋는 씁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 초보의 솜씨로 우유 품을 게거품으로 만들거나 에스프레소 샷이 너무 쓰면 그날 하루는 괜히 울적했다. “처음부터 라테를 잘 만드는 사람이 어딨어?”라며 스스로 자기 위안을 해보지만 커피 음료 중에서 사람의 손이 맛을 결정하는 몇 안 되는 커피 중에 하나가 카페라테이기에 내 돈 주고 마시면서 스트레스 받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면서 커피는 점점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갔다.

본인처럼 커피 좋아하는 사람에게 『커피로드』는 꿈같은 책이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커피를 눈을 통해 맛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커피로 유명한 18개 나라의 커피 레시피 40개도 덤으로 얻어 갈 수 있는 책이 바로 『커피로드』 다. 아까 서두에서 커피는 만드는 사람의 손길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커피 원두라는 사실도 알게 됐고, 『커피로드』를 통해 원두의 활용법 및 원두 사용법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계피나 생강, 레몬그라스 같은 향신료를 넣은 탄자니아의 카와와(Kahawa)라는 향신 커피도 신기했고, (돼지고기의 부속고기와 같은) 커피 열매 또는 커피체리 생산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로 만든 허스크 커피 일종인 예멘의 키쉬르(커피 열매껍질)는 꼭 한 번 마셔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허스크는 보통 커피 열매 또는 커피체리 생산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로 간주된다. 하지만 예멘에서는 커피콩과 비슷한 정도로 중요하게 다뤄진다. 키쉬르(커피 열매껍질)는 진한 차와 유사한 음료로 제조되며, 일반적으로 생강의 매운맛과 단맛이 나고 때로는 시나몬과 카다멈을 함께 추가하기도 한다.(본문 68쪽 中)

커피는 생두를 볶아서 그 볶은 콩을 곱게 갈아 마시는 걸로만 생각했는데 매우 가볍게 로스팅 해서 꼭 우리나의 숭늉 색깔을 띠는 아라비아반도의 사우디 까와, 인도네시아에서 즐겨마시는 음료인데 색다르게 생강과 견과류가 들어간 코피 라로방(Kopi Rarobang), 한 잔의 커피에 쿠바의 음악과 럼주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크레마트(Cremat),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중 프랑스 식민지 개척자들이 즐겨 마시던 카푸치노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베트남 하노이의 에그 커피 등 『커피로드』에 소개된 커피들을 보면서 세상엔 가지각색의 커피가 있다는 것에 놀랐고, 에스프레소 커피가 익숙한 나에게 향신료, 생강, 레몬그라스, 코코넛 밀크, 아보카도, 시나몬, 버터, 치즈 등 우리 주위에 있는 재료들이 원두와 결합해서 그 나라의 커피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나를 놀라게 했다.

『커피로드』를 다 읽고 이 책에 소개된 각 나라의 특색 있는 커피들을 다이어리에 적어 놓았다. 각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의 커피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버킷리스트라고 적고 노후계획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듯싶다. 과거에 커피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현재에도 진행 중이고, 미래는 모르겠지만 커피의 확실한 대체재가 나오지 않는 한 아마도 계속해서 사랑받지 않을까? 세계의 역사와 함께 한 커피가 지금 『커피로드』를 통해 우리들의 도파민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자극을 통해 여러분도 커피의 매력에 푹 빠졌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커피가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대표하는 음료이기에 커피를 통해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공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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