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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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도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란 게 있다면 한번 물어보고 싶다. 그 한세월을 어떻게 기다리고만 있냐고, 혹 다리가 아프지는 않냐고, 그렇게 타인에게 내어주는 삶이 고달프지는 않냐고 묻고 싶지만 그들은 그 어떤 내색도 하지 않고 팔을 벌려 우리를 안아주기만 한다. 감정이란 게 있다면 서운할 법도 한데 그렇지 않은 걸로 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다르게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으며, 고통을 느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식물이라고 생각했다. 꽃을 피우고, 그 꽃잎이 떨어지는 크나큰 아픔을 맛보면서도 파릇파릇한 잎을 다시 걸치고 나타나는 식물들의 모습에서 어쩜 저렇게 태연자약할 수 있는지 그 흔들림 없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애잔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 생각이 정말 틀렸구나’ 였다. 식물들의 세계가 겉으로 보기엔 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니 이건 정말 그 무엇보다 다이내믹하고, 그들의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 이곳저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자신의 화분을 퍼트리기 위해 곤충들을 유혹하는 유카(실난초)의 처절한 몸짓들, 욕설과 칭찬 중에서 칭찬을 받고 자란 식물들이 보여준 모습은 식물들을 무럭무럭 춤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공감과 연민이라는 감정 속에서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아카시아와 개미들의 모습에서, 상대방이 필요할 땐 필요하다고 말하고, 나를 지키고 보호해주는 상대에겐 선물도 할 줄 아는 됨됨이에서, 언어와 소리를 통해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으려는 그들의 배려심에서 식물들의 정말 찐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에게 새로운 원천을 제공해주는 식물을 이해하려고 그들 자리에 서보려고 애쓸 때 우리는 더 인간다워진다.

(본문 204쪽 中)


음악을 좋아하고, 서로의 슬픔을 공감할 줄 알며,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다는 의사표현이 확실한 식물들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그들도 인간들의 희로애락 같은 감정들과 유사한 감정들을 가지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었다. 식물들은 물만 주면 잘 자란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정말 인간들에게 쌀만 먹고 살아가라는 말과 똑같다. 인간이 슬플 때같이 슬퍼해주고, 기쁠 때 서로 웃으면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바로 식물인 것이다. 인간에게 당하는 어루만짐이 무척이나 싫겠지만 그 싫음을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하면서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식물들을 보면서 나도 식물 같은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해본다. 동시에 인간과 식물은 서로 상생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에 서로 배신하지 않고 평생을 반려자처럼 함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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