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노르망디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시공아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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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복통으로 뜻하지 않게 병원에 입원해서 아침 햇살에 눈을 떴는데 머리맡에 있는 책의 제목인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가 내 마음을 홀렸다. 여러 가지 검사와 4일간의 금식, 꼬일 대로 꼬인 시술 등으로 심신이 많이 지쳐 있었는데 책 제목 하나가 나를 강한 마음을 갖게끔 이끌었다고나 할까.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는데 데이비드 호크니가 전하는 봄의 소식에 아픈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지친 나에게 힘이 되어준 책이 너무나 고마워서 입원하는 동안 조금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너무 멋진 작업실이다. 내가 좋아하는 만년필에 잉크들을 색색들이 갖춰놓고, 내가 원하는 무엇인가가 떠올랐을 때 그 즉시 드로잉 할 수 있는 캔버스와 물감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또 다른 꿈이 펼쳐지는 아지트가 나오고, 그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호크니를 생각하니 정말 부럽고, 그 부러움을 넘어서 호크니 그림의 원동력은 바로 이 작업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2019년부터 노르망디에 머물면서 그린 작품들 수도 많거니와 그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던 호크니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를 생각해보면 마틴 게이퍼드와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대화하는 호크니의 여유로움 속에 꿈틀거리는 예술에 대한 열정이란 생각이 든다. 귀스타브 쿠르베의 유서 깊은 회화에서부터 내적 규율에 자신을 맡긴 피카소, 선의 마술사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드로잉, 더 작고 실감 나는 물방울을 그리기 위해  감각적이면서도 자연주의적인 방식을 고수한 우타가와 히로시게와 모네의 수련 연못 그림, 어딘가에 있는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한 존 컨스터블과 에드바르 뭉크의 영감 등이 지금의 호크니를 만들었지 싶다.


나는 예술가들이 종종 역사의 문맥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무언가 신선한 작업을 통해서 그 밖의 다른 것들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변화시키고 전혀 다른 곳으로 안내한다.(본문 11쪽 中)


병원에 있으면서 그의 반려견인 루비가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고,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들은 내게 그림을 감상하는 기쁨을 넘어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파보면 보이고, 그 보이는 게 예전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그림이나 사진도 예전엔 이 정도의 느낌이 아니었는데 네덜란드 소방관과 찍은 호크니의 사진에서, 자신의 작업실을 위트 있게 표현한 그의 드로잉에서, 이 책에 실린 다른 작가들의 그림들을 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친구들을 얻은 느낌이다. 앞으로도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을 계속해서 볼 수 있게 그가 건강했으면 좋겠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 그의 그림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관점을 변화시키고, 우리가 가보지 못한 전혀 다른 세상으로 계속해서 인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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