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
정동호 지음 / 책세상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84~1900)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책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명실상부 니체의 명저이자 주저다. 니체(의 철학)를 알기 위해 많은 독자들이(나를 포함해서) 제일 먼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펼쳐 읽는다. 읽다가 니체가 깔아놓은 ‘비유’에 한번 무너지고, 심기일전 다시 읽다가 니체가 알은체하면서 적어 놓은 ‘상징성’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대론 무너질 수 없다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아보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니체가 쳐놓은 패러디라는 덫에 걸려 책장을 조용히 덮고 만다. 니체를 알기 위해 야심 차게 입문했지만 그 입문이라는 말이 초라할 정도로 책을 덮는 속도는 빠르다. “신은 죽었다"라고 외쳤던 니체를 알기가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그 무엇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읽는 것을 포기하게 하는 것일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육체적으로는 불완전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철학적 사유가 가장 왕성했던 니체 나이 서른아홉 되던 해에 집필을 시작해 마흔을 넘겨서 완성시킨 책이다.(1883~1885) 이와 함께 니체 철학의 유일한 설명 원리이자 방법적 일원론을 설명하는『힘에의 의지(1884)』란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지만 이론적으로 능력 부족을 체감했는지 니체 스스로 집필을 포기하고 만다. 그 당시『힘에의 의지(1884)』를 완성시켰으면 어떠했을까?라는 아쉬움도 남지만 그랬다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지금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그 뒤로 <선악의 저편, 1886>, <도덕의 계보학, 1887>, <이 사람을 보라, 1888>, <우상의 황혼, 1888> 등의 책들을 집필했는데 뒤에 나온 책 대부분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철학적인 사유들을 보완하는 해설서 성격이 강한 책들이다. 유럽인들도 처음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출간됐을 때 그 내용이 너무 심오해서 그 책이 담고 있던 철학적 사유와 비유들을 외면했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가 니체 입문서로『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것은 정말 크나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더하기 뺄셈을 배우기 전에 이차방정식에 대해 알려 한다면 그건 무모한 짓이다. 니체 철학 또한 마찬가지다. 니체의 다른 책들을 읽지 않고『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먼저 읽는다면 이것 또한 무모한 짓이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한 권을 통해 니체의 철학적 사유를 온전히 파악하기란 대단히 어렵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래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먼저 읽고 싶다면 해설서와 함께 읽으면 그나마 나을 거란 생각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예언가(예수 그리스도)와 시인들, 수많은 비유와 상징, 패러디들, 우리가 참(진실)이라고 믿었던,  우리가 선하고 아름답다고 믿었던, 우리가 정의라고 믿었던, 우리의 믿음과 신념과 가치체계의 기본이라고 믿었던 기존의 가치들을 가차 없이 뒤엎어 버린 가치의 전도와 니체의 그 유명한 신의 죽음, 책의 전반에 흐르는 위버멘쉬와 영원회귀 사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말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자신을 경멸할 줄 모른다.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도 자신의 현실을 경멸할 줄 모른다. 자신을 사랑하고 보다 높은 이상을 지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자신과 자신의 현실에 대한 경멸이다. 여기서 자신에 대한 경멸은 위대한 경멸이 되며, 위대한 사랑의 표현의 된다. 차라투스트라가 늘 해왔던 말이다. 더없이 추악한 자는 자신의 추악한 몰골을 경멸해왔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다만 자신에 대한 경멸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그 경멸조차 이겨내야 한다. 그것을 뛰어넘어 높이 솟아오르는 순간 아무리 추악한 자라도 웃음을 되찾을 것이며, 그 몰골 또한 더없이 아름답게 거듭날 것이다.(본문 434쪽 中)


정동호 교수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번역자로 처음 만난 분이다. 번역에 있어서 정말 말이 많은 책 중 하나가 니체의 책 들이고 대한민국에서 니체 번역하면 떠오르는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그중에서도 정동호 교수님의 이력을 본다면 소위 믿고 읽는 니체 번역가 중의 한 분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출간된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는 니체 철학의 정수이자 사상의 배경이 되는 긍정의 철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핵심 사상들과 그 사상들이 담고 있는 상징성( 신의 죽음, 힘에의 의지, 가치의 전도, 위버멘쉬, 영원회귀) 등을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어려운 니체 철학을 해석하고 공부하는데 있어서 큰 길잡이가 되어줄 거라고 본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롤리타》가 출간되자 노골적인 성(性) 묘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돌을 던졌지만 나보코프는 비웃기라도 하듯 본인 스스로가 언어유희를 즐겼다. 시간이 흘러 독자들은 소설의 겉(포르노그래피적인 성 묘사) 모습이 아닌 속에 들어 있는 함의含意(언어적 유희)도 함께 들여다보면서 그의 문학적 사유에 공감했고, 지금도 나보코프의 소설들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니체 또한『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집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니체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성서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는 고전이 됐다. 그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난해한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 찬 니체의 책을 읽게 만드는 것일까? 그건 바로 긍정의 힘이라고 본다. 딱딱하고 지루한 기존의 철학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극복함과 동시에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며,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긍정의 삶 말이다. 이런 긍정의 삶 안에서 니체가 이곳저곳에 숨겨놓은 긍정의 메시지를 찾기 위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니체의 책들을 읽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해설서』는 니체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건강한 인간이 부르는 영원한 긍정의 노래에 멋진 하모니를 넣어줄 거라 생각한다. 자, 준비가 됐다면 니체의 ‘위버멘쉬’를 찾으러 떠나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