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 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 특강
조지프 캠벨 지음, 권영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 조지프 캠벨의 <신화와 인생>이란 책을 읽었었는데 현세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아포리즘 같은 경구들의 나열과 깨달음을 향한 길들의 제시를 통해 어떻게 하면 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제시한 책이었다. 제목에 신화가 들어가 있어서 신화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신화 이야기가 거의 없음에 갸우뚱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신화 이야기가 없었음에도 무언가에 홀린 거 마냥 그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나중엔 그의 살아온 길을 통해 그가 얼마나 신화와 종교에 심취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캠벨, 아내와의 만남과 결혼, 노년의 이야기 등 그의 자전적 이야기들을 통해 신화학자로 거듭난 그를 보면서 “인생은 캠벨처럼 살아야겠다”로 다짐한 그때가 생각이 난다.

<신화와 인생>이 조지프 캠벨의 자서전적 이야기를 통한 깨달음이 주를 이뤘다면《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는 그가 들려주는 신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같은 작가의 책이지만 책 내용은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신화와 인생>은 인간 삶 전체를 조지프 캠벨이라는 한 인간의 삶에 투영시켜 ‘신화’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인간을 비유해서 거기에서 파생되는 격언이나 경구를 통해 삶의 깨달음을 얻었다면《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은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한 신화가 우리들 삶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식으로 이어져 내려왔는지, 인간의 삶 속에 어떻게 녹아져 있는지를 설명하는 책이었다.

신화(神話)는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신들의 이야기다. 신들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누구 하나 본 사람이 없어 비과학적이면서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담과 이브부터 시작해서 인도의 붓다 이야기, 일본 아이누족의 곰 신앙 이야기, 우리나라의 단군신화 등등. 하지만 신화는 허황된 옛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정신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오래된 꿈이자 오래된 진실이라는 사실이 이 책《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의 기본 베이스다. 태초에 인류와 함께 신화가 시작됐고, 죽음에 대해 알게 된 인간이 죽음을 초월하려는 욕구가 신화로 이어졌다. 그 신화가 동양과 서양의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르게 발전했고, 그 신화의 밑바탕에서 종교가 태어나고 서로 대립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신화로 나타난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신화를 조현병에 비유한 부분이었다. 캠벨은 그의 저서들에서 인간의 인생을 영웅의 여정에 비유하곤 했는데 이 책에서도 신화에 나오는 영웅들과 샤먼, 신비주의자, 조현병 환자의 내적 여행은 원칙적으로 동일하다고 말하고 있다. 영웅들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초현실적 경이의 영역으로 모험으로 떠나고, 그리고 그곳에서 힘센 무리들과 만나 결정적 승리를 하고 돌아오는 모습이 조현병 환자들의 공상의 패턴과 닮았다는 것이다. 웃기면서도 맞는 거 같아 부정을 못하겠다. 결론적으로 원형적 본능 체계를 상징하는 신화 속 영웅이 현대 시공간에 와서도 유익하게 작용하는 존재로 변하기 위해선 조현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자신을 환각의 대상 또는 환각을 보는 주체와 동일시하는데, 그 속에 빠져들어가지 않고 의식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적과의 관계에서 구세주가 아닌 구원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얘기다.

모험자에게는 언제나 심리학에서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는 위험이 따른다. 정신이상자는 자신을 환각의 대상 또는 환각을 보는 주체와 동일시하는데, 여기서 비결은 그 속에 함몰되지 않고 의식하는 것이다.(본문 338쪽 中)

​녹록지 않은 책이었지만 조지프 캠벨과 함께 떠난 신화 속 내면 여행은 재밌으면서도 신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신화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인간과 그 세월을 함께 하면서 우리들이 만들어낸 꿈이자 현실이란 것을, 그 현실 속에서 조현병 환자처럼 정신분열을 일으키기도 하겠지만 나중에 가서는 나의 중심을 찾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진리 아닌 진리를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많은 분들이 캠벨의 책을 읽고 신화 속 영웅들처럼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