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연민 -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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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공정하지 못한 사건에 연루되거나 도덕적인 흠결을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상대를 물어뜯기 시작한다. 상대가 그로기 상태가 되어 녹다운이 되어도 물어뜯기는 멈추지 않는다. 이때부터는 누구 하나 죽어나가야 물어뜯기가 멈출 기세다. 잘못이 있어 기소가 되거나 재판에 회부되지 않았음에도 자신들이 재판장이 되어 인민재판에 몰두한다. 도의적인 잘못은 차치하고 이미 물어뜯긴 사람은 회복 불능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왜 이런 사회가 됐을까? 상대를 혐오하고 비난하는 것을 넘어 마녀사냥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해버리는 그들의 만행이 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과 비난이 분노로 변하면서 상대에 대한 불신이 큰 몫을 했을 거라고 본다. 거기에 상대를 혐오하는 감정이 더해져서 지금의 괴물 같은 사회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 또한 차별이 굉장히 심한 나라 중의 하나다. 겉으로 보기엔 선진국이면서 세계를 이끌어가는 리더의 국가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갈등을 간직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총기 사고들, 흑인들에 대한 이유 없는 차별과 폭행들, 여성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성희롱과 다른 인종에 대한 배타적인 적개심이 미국 사회 속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불평등이 너무나도 심해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들이 미국을 두렵게 하면서 동시에 분노케 하고 있다.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 속에서 혐오라는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고, 그 혐오가 이제는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미국 사회는 지금 온갖 두려움에 직면해있다. 그 두려움은 민주주의의 안정을 위협한다. 고로 두려움을 없애면 모든 게 해결되는 단순한 결론에 도달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그렇다면 그 두려움을 없앤다면 미국은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을까? 지금보다 생활수준이 올라가고, 실업과 건강보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물가가 안정되고,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면 그 두려움은 점차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생활수준은 끝을 모르게 떨어지고 있고, 실업률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건강보험은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다. 흑인들은 탄압당하고, 아시아인들은 무시당한다. 이런 미국 사회에서 두려운 감정을 갖지 않은 거 자체가 이상하지 않겠는가. 결국 두려움은 분노의 감정이 되어 미국을 조종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두려움을 없앤다는 것은 총기가 없어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돼버린 것이다.


불합리한 혐오는 많은 사회악의 뿌리가 된다.(본문 132쪽 中)


그렇다면 혐오와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을까? 마사 누스바움 교수는 그 해결책으로 여러 방법을 제시한다 . 내면의 두려운 감정은 희망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줄리의 법칙처럼 간절하게 희망하면 설사 그게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플라시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나 사건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것보다 희망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그 희망으로 인해 가치 있는 사랑과 신뢰가 뒷받침되기에 희망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비판적 사고를 취하고, 서로 연대하며, 폭력을 지양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갖춰야 할 희망적인 모습이라고 말하는 그녀다.


미국을 대표하는 교수가 미국의 입장에서 쓴 책이라 이 책의 내용을 모든 나라에 적용시키는 건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책의 내용을 무시할 수도 없다. 세계는 지금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고, 우월주의라는 이름으로 많은 나라에서 차별이 진행되고 있기에.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이 말하는 혐오의 시대를 건너는 우아한 방법은 사랑이자 희망이고, 연대이자 비판적 사고였다.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고, 합리적 토론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두려운 감정은 사라질 것이고 시나브로 우리 스스로가 타자를 사랑하게 될 거라는 단순하면서도 원론적인 방법론은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시대에도 적용되는 필요조건인 것이다.


희망은 선택이고, 현실적인 습관이다. 결혼이든 직업이든 인간관계든 인간이 겪는 모든 상황에는 언제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뒤섞여 있다.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우리의 감정적 상태에 달려 있다. (본문 260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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