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보는 미술관 - 명화를 이해하는 60가지 주제
이에인 잭젝 지음, 유영석 옮김 / 미술문화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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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그림을 보면서 받았던 묘한 여운(충격)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이탈리아 화가인 카라바조의 <의심하는 도마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1601~1602>란 그림인데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도마(토마스)가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고, 상처가 난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어보는 그림이었다. 정말 실감날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도 묘사였지만 예수님이 오른손으로는 수의를 젖히고 왼손으로 도마의 손목을 잡아 그가 검지손가락을 상처 속으로 더 깊이 집어넣을 수 있도록 인도하는 모습은 정말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때의 자극이 그 어떤 배경이나 소품 없이 인물들의 사실적인 묘사만으로도 여운을 줄 수 있는 그림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그림을 계기로 명화를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혼자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 미술관에서 도슨트(docent)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정말 천지차이다. 그림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혼자 감상하면서 그 그림에 표현된 기법이나 구성을 이해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혼자서 그림을 감상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데 이 책 《가까이서 보는 미술관》을 읽으면서는 한 명의 친절한 도슨트와 함께 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을 받았다. 60개의 그림을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각자 그림에 사용된 양식과 기법을 말해주고, 그림을 세분화해서 그 부분마다 표현하려고 했던 작가의 의도를 설명해주고 있으니 정말 그림에 해박한 도슨트가 이 책 속에 들어있었다.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그림은 <모나리자>다. 사람들은 <모나리자>란 그림은 잘 알지만,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물체의 윤곽선을 자연스럽게 번지듯 그리는 스푸마토(sfumato) 기법이 적용된 사실은 잘 모른다. 단지 <모나리자>란 그림이 오래돼서 희미하게 보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나리자>에 나오는 여인이 머리에 쓰고 있는 검은색 투명 베일을 발견하고, 그 투명 베일을 통해 그녀가 상喪중임을 알아채는 분들은 얼마나 될까? 나도 <모나리자>에 나오는 여인에 검은 베일을 썼고, 그것이 상喪중임을 암시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이렇듯 우리는 그림을 감상하면서 작가와 그림의 이름은 잘 알지만 깊게 들어가서 이 그림이 어떤 기법을 사용했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림을 감상함에 있어서 이런 취약한 부분을《가까이서 보는 미술관》이 채워주고 있는 이 부분이 이 책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16세기 미술사학자 조르조 바사리는 모나리자에 대해 “너무나 완벽하다. 이는 인간의 솜씨가 아니라 신의 솜씨다”라고 극찬했다. 또한 19세기 비평가 월터 페이터는 불가해하다... 무언가의 불길한 손길이 여기 깃들어 있다. 이는 레오나르도의 전 작품에 깔려 있다”고 서술했다.(책 45쪽 中)


지금은 표지가 바뀌었지만 김영하 작가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예전 표지가 프랑스 화가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책을 읽으면서 왜 이런 그림을 책의 표지로 썼는지 궁금했었는데《가까이서 보는 미술관》을 통해 설명을 들으니 죽음을 묘사하는 데 있어선 정말 절묘한 그림이었다고 생각한다. 친구이자 동료였던 마라의 죽음을 설득력 있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서 그의 죽음을 애도함과 동시에, 이 죽음과 관계없는 세세한 부분들은 과감하게 삭제함으로써 신고전주의 양식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화가로 기억된 다비드, 그의 그림도 이 책《가까이서 보는 미술관》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사람마다 책이나 영화를 보고 느낀 점들이 다르듯 그림 또한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그 다양한 해석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림을 잘못 해석하고 이해한다면 그것 또한 좋지 못한 감상법이라고 본다. 그림을 통해 작가의 의도, 표현양식, 기법들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그림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올바른 감상법이 아닐는지. 고로 이 책《가까이서 보는 미술관》이라는 도슨트를 통해 명화를 쉽게 이해하고 올바르게 접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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