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 -하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6
존 스타인벡 지음, 전형기 옮김 / 범우사 / 199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전이라 함은 문학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영원성을 지니는 작품을 말한다. 그래서 고전작품은 그 만큼 그 내용과 교훈이 뛰어나다는 것이 인증된 상태이다. 나는 고전을 많이 읽는다. 어릴 적부터 내 주변에는 고전들이 가까이 있었던 이유도 있으리라. 다시 읽는 고전은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지만 그 필요는 그만큼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재인식할 수 있다. 그래서 난 고전을 많이 접하고 읽는다. 미국 현대사를 대표할 만한 <분노의 포도>를 재도전해 본다.

경기는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올 대졸 졸업자들의 과반수가 넘는 인원이 실업자의 길을 잠정적으로 걸어야한다고 한다. 현실은 암담하다. <분노의 포도>-문학과 역사의 근본적인 투쟁은 무엇일까? 결론은 계급투쟁의 역사다. 그리고 우리가 문학을 통해서 혹은 역사를 통해서 깨닫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현재 삶의 모범이 되게 하려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경제대국을 꾸준하게 달려온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주로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자국의 이익과 자국민의 보호 그리고 경기의 활성화에 피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그 뜻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래서 강대국 국민들은 다소 오만하고 다소 활동적이며 상당한 자부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어디 패배의식을 찾아 볼 수 있는가? 전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세계 문화를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경제, 문화(스크린, 예술의 이주), 자본의 결집)- <분노의 포도>의 교훈을 잘 받아들인 현재의 미국 시민들이 누리는 특권이다. 그래서 감히 문학작품은 현실을 반영하고 나아가 우리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교훈서라고 말하고 싶다.

<분노의 포도>와 <태백산맥>을 비교하면서 읽어본다면......배경은 1929년 경제대공황(미국 농업의 변화)과 19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한국 농촌의 현실 결국 문제는 생존의 위협에서 오는 계급간의 갈등과 민중들의 삶을 공통적으로 그려낸 작품들이다. 그러나 그 결과에 놓고 볼 때 현실은 엄격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분노의 포도)-농업기계의 발달과 함께 일터를 잃어버린 민중들은 새로운 꿈과 일터를 찾아서 이주한다. (태백산맥)-지나친 착취와 대농들의 횡포는 마침내 민중들이 스스로 일터를 떠나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서게 만든다. -나라까지 버리면서 말이다. 결국 민중들은 새로운 이상향을 찾아 나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착취받은 민중들이 선택한 것이 결국 사회주의가 아닌가?

현실은 극도로 악화되고 끊임없는 이주로 인한 몸의 과로, 그리고 과도한 노동과 착취는 끊이지 않는다. 그러한 역사적인 교훈을 바탕으로 미국은 세계질서를 이끄는 큰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변함없는 농업정책과 암담한 현실. 가장 저변에 있는 사람들의 대변인이 되지 못한다면 그 생활은 유지된다고 보는가? 미국은 WTO를 통해서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우리는 방어하기에도 급급한 현실 속에 살고 있다. 문학과 역사의 교훈을 누가 잘 받아 들었다고 생각하는가? 캘리포니아에의 그 찌는 듯한 열기를 극복하고 푸른 숲을 가꾸고 있다면 우리의 현실은 만주 벌판의 북풍 속에 모시옷을 입고 있는 우리 선조들의 눈이 아른거린다. 무엇보다 더 역사는 먼저 깨닫는 자들이 현실의 주도권을 선점한다.

이러한 시기에서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현실이 인간을 얼마나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대중들이 현실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서로가 어떻게 연대하는지 그리고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댄스 댄스 댄스 1부 - 운명의 미로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3s를 아는가? 스포츠, 섹스, 스크린 앞으로의 산업은 이와관련이 있는 것들이 뜰 것이다. 하루키의 작품이 왜 뜨는지 모르는가? 그것은 이 세가지 중 적어도 두가지는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품으로 들어가서-하루키 작품에 나오는 화자는 늘 상실(정체성의 불확신, 현실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불안한 존재인지도 모른다.)-나는 하루키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가 만들어낸 인물들에서 늘 불안함을 느낀다. 작품 속의 인물들이 하루키 자신이기 때문에 그의 영혼(그의 작품들 속의 화자는 늘 아프다.) 나는 하루키의 작품(또한 하루키)를 치유받지 않은 청소년기를 거쳐온 일본 현실의 감히 단정한다.

[댄스 댄스 댄스]에서 -그래서 작품 안의 화자는, 항상 아프는 지극히 곯아있는 현실의 우리들이다. 그 현실 속에서 좌절한 인간이 [댄스댄스댄스]속의 우리들이다.

지금부터 블루스를 추든 아니면 강렬한 디스코를 추던 책 속에서 우리는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러[댄스 댄스 댄스]안으로 들어간다. 소녀(유키)와 나와 그리고 친구가 등장한다. 내 영혼과 대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현실은 늘 환각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 현실을 보지 못하는 어른들이다. 섹스, 마약 그리고 술 그 안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 간다. 그래서 화자는 회귀의 본능을 느끼는 좌절한 인간이다. 늘 그는 순수한 모태를 찾는 아이다.(우리 그냥 이런 모습으로 살지말고 엄마 품 속으로 다시 들어가자 -내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 그곳은 말로 설명할 수도 없고 단지 느낌으로 전달되어지는 끌림이라고 해야할까?-돌핀호텔과 (유미요시)-그곳에서 화자는 영혼의 치유를 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아이(유키-순수로 대변되는-13살 정도의 지각이 있는 아이)의 눈에는 현실속 우리들의 일글어진 자화상이 훤하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그 안에 우리들은 끝없는 좌절 속에 빠져 있다. 그 확실하지 않은 대상으로부터 늘 불안한 무엇인가를 찾아 나선다. 그 현실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는 늘 하루키의 작품을 읽으면 이런 생각을 한다. 그가 던지는 메세지는 단순하지 않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늘 그 안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떠났다. 그리고 난 이혼 남자이고 내 친구도 이혼남 그리고 아이의 부모도 이혼한 상태다. 우리의 공통점은 바로 그것이다. -뭔가 완전하지 않고 결여되어 있는 불안한 존재들. 그리고 이곳에서 어른들은 오히려 혼란 속에 빠져있고 방황한다. 바로 우리가 겪는 현실이다. 나는 하루키의 작품을 감히 리얼리즘이라고 말한다. 리얼리즘이다. 현실 속에서 우리가 겪는 리얼리즘. 그러나 우리가 보는 현상은 모두 환상인지도 모른다. 현실 속의 우리가 행하고 보는 것들은 검은 그림자에 불과한지 모른다는 말이다. [댄스 댄스 댄스]는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이다.-(지금이 아니라면 머지 않아서) 주위를 들러 보아라. [댄스 댄스 댄스]-나 오늘 춤 추러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 위의 남작 - 칼비노 선집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무 위의 남작]은 선배를 이틀동안 졸라서 얻은 책이다. 그것도 술김에 귀찮다는듯 준 선배, 알지? 선배가 왜 이 책을 나에게 준 것을, 정말 못됐다. 지극히 자신의 책을 타인에게 전가하길 싫어하는 내가 아닌가? 아무튼 그 욕심이 밉지 않았는지 결국 선배는 내게 짙은 녹색 톤의 칼비노 소설을 조용히 가방 속에 넣어준다. 정말 우리가 나무 위를 뛰어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나무를 뛰어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은 있습니까?이 소설은 나무 위에 사는 소년(코지모)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나무위의 남작]은 라틴문학을 이끄는 마르케스와 보리헤스에 버금 가는 다분히 환상소설이다. 나무 꼭대기에서 태어났는데 땅을 밟을 수가 없대요.(p38-39 첫 째 줄)-코지와 비오란테의 첫 만남은 이렇게 끝난다. 그렇다고해도 너무 황당한 아이가 아닌가? 그래, 얼마나 오랫동안 나무 위에 있는지 지켜 보기로하자. 그것은 아슬아슬했던 비올라와의 만남 이후로 내 생각들을 잠식해 버렸다. (정말 끝내 참, 내가 졌군.) 코지모는 끝내 나무 위에서 내려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기이한 행동은 전 유럽 궁정에 퍼저나갔다.

-제가 몇 미터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훌륭한 교육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는 일단의 규범과 관습의 이탈을 통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지모가 나무 위로 올라가 생활하면서 가족과의 갈등도 시작된다. 물론 가족과의 갈등은 점차적으로 인정과 이해로 화해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어째든,그러나 소년은 나무 즉 (자연으로 대비 되는 상징적인 세계 속에서 삶의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 열정적인 지식습득에 몰두한다.(그는 스스로 필요한 물자를 조달한다. 이를테면 염소를 통해서 우유를 얻는다거나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는 모든 것들 기타등등의 것을......) 나무 위의 남작은 기존의 문화와 규범으로부터 이탈을 꿈꾸는 소년을 통해서 새로운 질서 찾고자 하는 의도를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거부한 사회적인 규범을 이렇게 규정해 버린다. 나무 위에 있다고 해서 귀족이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비올라와의 재회는 그녀의 감성을 채워줄 수는 있었지만 다분히 금욕주의자이고 청교도자인 코지모로써는 그녀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이성과 사랑은 다분히 다른 감정으로 대비되기 때문에 코지모와 비올라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수 많은 지인들과 소통하면서 지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사람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사회참여를 하고 있다.그는 사람들과 생활을 같이 하는 은자이다. 세상에 잘못된 비리들을 알리고 시민들을 선동하여 참여하게 돕는 일을 한다. 그리고 끝내 소년은(늙은 코지모) 땅을 밟지 않고 천상으로 올라간다.

일단 칼비노의 끊이지 않는 상상적 구성력을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의 우리들의 지적인 욕구와 호기심에 갈증을 불어 넣어 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살아가고 가꾸어가야 세계,지금 세대들이 겪는(사랑과 전쟁, 그리고 수많은 갈등들) 한 번쯤 눈여겨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 거래를(12월10) 시작했다. 그간 미덥지 않아서 서점에서 책을 사 보곤 했는데 다량의 책을 인테넷으로 샀다. 그 중 하나가 [모래의 여자]다. 딱 하루 걸린 양의 책으로 요즘 책들은 글씨가 커서 그런지 금방금방 읽게된다. 아무튼 지금부터 모래의 여자를 만나러 간다.

[그보다, 우선 목욕을 좀 하고 싶은데......]
[목욕......?]
[목욕탕, 없습니까?]
[미안하지만, 내일 모레 하세요.]
[내일 모레? 내일 모레는, 나 없습니다.]

[나? 내가 왜 부삽을......]

[괜찮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첫날부터 어떻게, 미안해서]

여자와 남자는 계속해서 동문서답을 하고있다. 남자는 단지 하루를 지내다 갈 것이라 생각하고, 여자는 남자가 이미 운명의 굴레로 빠진 것을 알고 있다. 자, 이제부터 모래를 퍼내는 일을 시작한다.- [모래의 여자]

일상적인 반복과 희망이 없는 일을 계속하는 시지프스의 고뇌를 생각하라. 그리고 감히 신을 모욕하지 말라. 신은 우리에게 판도라의 상자를 주고 또한, 호기심을 주었다. 오늘 모래의 마을로 들어가는 호기심을 발휘해 본다면 모래의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대체 희망마저 없다면 인간은 미래를 꿈 꿀 수 있을까? 판도라의 동작이 빨랐을까? 아니면 희망이 게으른 것일까? 아무튼 이 책은 절망 가운데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희망은 곧 미래니까.

인간은 신과 직접 대화하기 위해서 길을 나선다. 그리고 그 길 한가운데 바벨탑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은 인간과의 면담을 회피하고 자꾸만 탑을 파괴하고 인간끼리불신하게 만든다. 어느 날부터 인간은 신의 존재를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신은 좀처럼 정체를 들어내는 법이 없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말소리는 우리를 얼마나 공포에 떨게 하는지, 코가서스 산에서 간을 파헤치는 독수리의 날개짓이 요란하다. 신은 어떤 죄 값에 대해서 잔인할 만큼 냉정하다.

끝나지 않을 일을 반복한다는 것처럼 무모한 일이 있을까? 처음은 반항을 일삼다 마침내 우리는 일상으로부터 세뇌되어 감각이 무뎌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고 인정해버리는 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한계가 아닐까?

(뫼비우스띠로 상징되는 [인간의 운명]과 운명 안에서 희망을 찾는 남자와 여자)

[모래의 여자]- 어느 날 신은 시지프스에게 휴가를 주었다. 그리고 선택받은 한 남자가 그를 대신하여 끊임없이 모래를 퍼 올린다. 지상으로 퍼 올린 모래는 아침이면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모래는 쉬지 않으니까요’여자의 말이다. 그러길 반복하는 사내는 일의 부당함을 인식하고 신을 향해서 외친다. 그것은 탈출이다. 그러나 운명의 굴레는 도망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엔 도전적인 남자와 순종적인 여자가 있다. 남자는 그 운명을 탈출하기 위해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하고 순종적인 여자는 묵묵히 신의 계시를 따른다. 마침내 여자는 신의 은총을 받아 아이를 잉태하여 자의든 타의든 운명의 굴레로부터 벗어난다.

뫼비우스 띠- 사람은 길을 나선다. 그리고 평지가 나오고 구불구불한 언덕길이 나오고 그리고 평지가 나오고 구불구불한 길이 나온다. 한참 시간이 지나면 원점으로 돌아와 버리는 일상들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나무를 키우길 원한다. 나무는 이 척박한 모래땅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나무는 남자와 여자가 유일하게 합의점을 찾은 희망으로 상징된다. 여자가 아이를 잉태하고 모래 구덩이에서 빠져나가고 새끼줄이 매달려 있다. (도주수단은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사내는 그 운명을 탈출하지 않는다. 마치 야생동물을 우리에 가두어 놓고 다시 산으로 돌려보내도 되돌아오듯 어쩌면 사내는 이미 그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책 안에 부여하고 있는 상징의 의미를 잘 파악해본다면 그 맛을 좀더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수영 전집 1 - 시
김수영 지음 / 민음사 / 198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급하게 시골 다녀 올 일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의 시집을 들고 왔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천천히 그의 시들을 읽는다. 얼마나 되었을까? 좀처럼 버스가 오지 않는다. 오래 전에 그의 시집은 여러 시집 중 한 권에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읽을 때의 새로운 감정이란 참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러 시인 중에서 가장 생활과 근접한 시를 쓴다고나 할까? 시를 쓰기 위해서 돼지를 키운다는 송찬호 그리고(안도현, 남진우,황지우,신동엽, 이성복, 함성호, 유하, 황인숙, 김정란, 곽재구, 김정환등등)의 작품을 많이 읽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읽는 시들은 새로운 것을 가져 다 준다.

[김수영 전집]은 문학서적만 파는 서점에 들러 샀다. 서점 주인이 장애를 갖고 있는데 그와 참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주로 그곳에서 책을 구입했다. 물론 책값은 가격 그대로다. 그래도 난 그에게 책을 샀다. 사실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판매에 뒤진다는 것을 주인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시내에 서점을 냈다. 아담하면서 문학서적만 파는 서점 (왜 인지는 대충 알지만 아주 긍정적인 이유가 맘에 들었다. 책의 전도사가 되려는 주인. 그렇지만 다른 서적이라도 팔지 그럴까? 온통 시집과 소설 책 그리고 비평서들 뿐이다.) 김수영 시는 정말 생활 속에서 나오는 시다. 잔잔한 일상들에서 나오는 시들이 주를 이룬다.

시에 대한 내 편견이 한꺼번에 무너진 순간이었으니까. 아무튼 나에게는 대단한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렇다. 일상적인 일들을 그렇게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은 여간 재주꾼이 아니고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어느날부터 서서히 그가 풍기는 향에 도취되었는지 모른다. 시집을 선택할 때 주로 두어 편의 시를 읽고 그 다음 출판사를 참고하고 그리고 작가를 보는 경향이 있지만 대체로 선택된 책에 있어서는 무한정 애정을 쏟아 붓는 것이 내 습관이 아닌가? 그렇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김수영전집]은 정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다가 서서히 좋아진 경우다.

시인으로서 돈을 벌지 못하는 자신과 마누라에게 미안해하는 자신 그리고 바가지를 긁는 아내를 소재로 글을 쓰는 시인 김수영, 때론 가벼운 웃음을 주면서 어딘가 쓸쓸하고 애잔한 우리시대의 시인 아니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집에는 좋은 음악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읽어 본 사람들은 그 내용에서 그를 만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김수영의 시는 정말 일상적이다. 그 일상이 너무나 진지하고 솔직해서 가끔은 시가 이런건가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까. 새롭고 솔직한 시 그리고 꾸밈없는 시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김수영전집]을 선택하면 감히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