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전집 1 - 시
김수영 지음 / 민음사 / 198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급하게 시골 다녀 올 일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의 시집을 들고 왔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천천히 그의 시들을 읽는다. 얼마나 되었을까? 좀처럼 버스가 오지 않는다. 오래 전에 그의 시집은 여러 시집 중 한 권에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읽을 때의 새로운 감정이란 참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러 시인 중에서 가장 생활과 근접한 시를 쓴다고나 할까? 시를 쓰기 위해서 돼지를 키운다는 송찬호 그리고(안도현, 남진우,황지우,신동엽, 이성복, 함성호, 유하, 황인숙, 김정란, 곽재구, 김정환등등)의 작품을 많이 읽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읽는 시들은 새로운 것을 가져 다 준다.

[김수영 전집]은 문학서적만 파는 서점에 들러 샀다. 서점 주인이 장애를 갖고 있는데 그와 참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주로 그곳에서 책을 구입했다. 물론 책값은 가격 그대로다. 그래도 난 그에게 책을 샀다. 사실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판매에 뒤진다는 것을 주인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시내에 서점을 냈다. 아담하면서 문학서적만 파는 서점 (왜 인지는 대충 알지만 아주 긍정적인 이유가 맘에 들었다. 책의 전도사가 되려는 주인. 그렇지만 다른 서적이라도 팔지 그럴까? 온통 시집과 소설 책 그리고 비평서들 뿐이다.) 김수영 시는 정말 생활 속에서 나오는 시다. 잔잔한 일상들에서 나오는 시들이 주를 이룬다.

시에 대한 내 편견이 한꺼번에 무너진 순간이었으니까. 아무튼 나에게는 대단한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렇다. 일상적인 일들을 그렇게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은 여간 재주꾼이 아니고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어느날부터 서서히 그가 풍기는 향에 도취되었는지 모른다. 시집을 선택할 때 주로 두어 편의 시를 읽고 그 다음 출판사를 참고하고 그리고 작가를 보는 경향이 있지만 대체로 선택된 책에 있어서는 무한정 애정을 쏟아 붓는 것이 내 습관이 아닌가? 그렇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김수영전집]은 정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다가 서서히 좋아진 경우다.

시인으로서 돈을 벌지 못하는 자신과 마누라에게 미안해하는 자신 그리고 바가지를 긁는 아내를 소재로 글을 쓰는 시인 김수영, 때론 가벼운 웃음을 주면서 어딘가 쓸쓸하고 애잔한 우리시대의 시인 아니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집에는 좋은 음악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읽어 본 사람들은 그 내용에서 그를 만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김수영의 시는 정말 일상적이다. 그 일상이 너무나 진지하고 솔직해서 가끔은 시가 이런건가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까. 새롭고 솔직한 시 그리고 꾸밈없는 시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김수영전집]을 선택하면 감히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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