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아도 너무 많아! 비룡소의 그림동화 279
에밀리 그래빗 지음, 신수진 옮김 / 비룡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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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완벽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에 이어 <많아도 너무 많아!>로 다시 만나게된 에밀리 그래빗! 역시나 너무나 근사하고 사랑스러운 동화책이었어요. '에밀리 그래빗은 어쩜 이렇게 재미있는 스토리의 그림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하고 궁금해지더라구요.



"에밀리 그래빗, 첫 그림책으로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을 수상하며 하루 아침에 인기 작가가 되다! "


영국 브라이튼에서 판화가와 미술 교사의 둘째 딸로 태어난 에밀리 그래빗은 16세때 학교를 떠나 8년간 영국 곳곳을 여행했다고 해요. 추측컨대 그 때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아 이렇게 멋진 그림책을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요즘 저와 아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최애 그림책은 모두 에밀리 그래빗! 그녀가 유쾌하게 들려주는 욕심과 필요에 대한 이야기 <많아도 너무 많아!> 를 읽어보았어요.



표지를 넘기자마자 나온 예쁜 삽화들. 자전거, 곰돌이인형, 유모차, 장난감 자동차 등등 하나같이 나에게 모두 필요한 것만 같은 물건들 같아요~



까치 부부는 아주 멋진 알 네 개를 낳았어요. 곧 태어날 아기들을 위해 부드러운 흙, 작은 나뭇가지, 그리고 보온에 좋을 것 같은 신문지 등을 모아 둥지를 정비하기 시작했답니다~까치부부가 둥지를 위해 가져온 광고지는 <많아도 너무 많아!>의 앞면지와 뒷면지에서도 다시 볼 수 있어요. 이 깨알같은 동화책이라니:)



그.런.데!! 뭔가 좀 과해요!(여기서부터 아이들이 빵터짐요) 아기 양말과 빨래줄, 고장난 괘종시계, 버려진 유모차와 곰돌이인형까지! 아기 까치가 태어나는데 이렇게까지 필요하다구요? 정말로?



아기 까치를 아끼는 마음이 너무나 강렬했던 것인지, 심지어 자동차까지 나르는 괴력을 보여주는 까치 아버지!!



에밀리 그래빗의 매력은 여기저기서 엿보입니다. 자동차 아래에 놀라서 대피하는 동물 친구들! 생쥐는 미처 도망치지 못해 둘이서 부둥켜앉고 있구요 또 어떤 동물은 땅이라도 파서 도망가려 하고 있어요. 에밀리 그래빗의 아기자기함과 유쾌함에 엄마도 즐겁게 본 그림책 <많아도 너무 많아!>!



결국은 까치 부부의 둥지는 '우지끈!' 소리를 내며 무너저버렸어요. 커다란 자동차를 비롯한 온갖 잡동사니들때문에 도저히 보이지 않는 까치 부부의 알, 과연 찾을 수 있을까요?




까치부부가 물건을 하나둘씩 둥지에 모아두는 걸 보면서 우리 쌍둥이들이, "엄마~ 이러다가 둥지가 무너질 것 같아요! 정말요!"라면서 얼른 얼른 책을 넘겨보더라구요.




무너진 까치부부의 둥지를 보고 놀란 쌍둥이들! 커다란 자동차때문에 까치 부부의 알이 깨져버린 것은 아닐지 함께 걱정도 되었답니다.





<많아도 너무 많아!>와 재활용하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았어요.



까치 부부의 재미난 이야기와 더불어 과한 욕심을 부리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또 불필요한 물건을 욕심내지 않고 필요한 것만 아껴서 잘 쓰는 것이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도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어요. 재미와 교훈, 두 가지를 모두 잡은 유쾌한 그림책 <많아도 너무 많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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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일기 - 코로나19로 봉쇄된 도시의 기록
팡팡 지음, 조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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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0일은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1년째가 되는 날이라고 한다. 그 1년사이,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지, 마스크없이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며 산책할 수 있었던 1년전의 삶이 아득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호수의 도시이자, 중국에서 7번째로 지명도가 높은 인구 900만의 도시, 이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시발지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도시 우한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약 60일간 봉쇄되었다. 중국 관료들의 안일함과 무능으로 코로나 초기진압에 실패했고, 이를 또 다시 은폐하고 침묵하기에만 급급해 우한의 인민들은 누가 살고 누가 죽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작가 팡팡은 '우한봉쇄일기'를 썼고 수많은 독자는 매일 한밤중까지 기다렸다가 그녀가 쓴 기록을 읽어야만 안심하고 잠들 수 있었다.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

이 말 한마디로 많은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우한일기> p.359



코로나 바이러스 초기, 리원량을 비롯한 8명의 의사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알리고자 하였으나 괴담유포 혐의로 공안에 끌려가 법적 처벌을 받았으며, 후베이성 관료들은 사스와 흡사한 바이러스로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많은 의사들이 감염되면서 '사람 간에도 전염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알리려 하지 않았고 그 대가로 전 세계가 재난을 당하게 되었다. 이름도 알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 가슴 아픈 밤들, 우리가 잃어버린, 지금도 증발하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들. 팡팡은 60일간의 기록을 통해 애처롭고 애틋한 언어로 위로하고 매서운 말로써 관료들을 질책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감히 말하지 못했던 진실을, 그녀는 낱낱이 써내려갔다. 중국 정부는 여러 차례 그녀의 계정을 차단하고, 글을 삭제했으며 극좌파들이 그녀를 공격하기도 했으나, 팡팡은 강요하는 글이 아닌, 쓰여져야 하는 진정한 사실을 쓰는 진실한 작가였다. 전 세계에 보란듯이 쌓아 올린 고층빌딩이 자랑하는 위용, 짧은 시간내에 이룩한 경제성장률, 그 이면에 존재하는 중국의 모습들, 사실을 은폐하고 그 사실을 아는 인민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다른 가족들이 전염될까 걱정되어 홀로 병원의 진료실에서 예순이 넘은 아들을 간호했던 구순의 노모, 유언비어 유포라며 처벌받았지만 생명을 다해 환자를 치료했던 리원량, 제일선에서 근무하며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던 인민경찰과 전투경찰들, 재난의 상황에서도 매일매일 맡은 바 소임을 다했던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들도 역시 중국의 모습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언젠가 봄은 또 올 것이라는 것을 믿게 된다. 깨달음과 자신감을 북돋는 계절인 봄, 들불이 모든 것을 태우진 못하며 봄바람에 생명은 다시 살아날 것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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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예약 - 나의 유럽 드리밍북
청춘유리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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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나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영종대교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들숨에 찬 공기를 들어마시고 날숨에 따스한 온기를 내뿜는 것 같은 인천공항, 가끔 멀리서 바라다보이는 공항이 생명체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아! 상상만 해도 설레이는 공항의 온기, 거기에 어느 항공사든 다 똑같은 맛인 것 같지만 왜 그렇지 맛있는지 모르겠는 기내식, 쓸 때마다 헷갈리는 입국신고서! 여행의 모든 부분들이 그리운 요즘이다. 세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제대로된 여행을 못 가본지 벌써 7년째인 나에게 <유럽 예약>, 이 책은 펼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설레임을 선사했다.


<유럽 예약>, 이 책엔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게 기대가 될 정도로 예쁜 사진들이 담겨 있다. 청춘유리님이 여행하며 간직했을 소중한 기억들과 그 시절의 그녀가 써내려간 찰나의 감정이 담긴 문장들을 공유한다는 건 참 기분좋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여행'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여행에 진심인 사람이구나 싶어 더욱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만 여행을 떠난다. <유럽 예약> p.55


큰 것을 얻으려 하면 뭔가를 잃어버려 가벼워지게 하고, 비우고 가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채우게 만드는 것이 여행이라는 것을. <유럽 예약> p.55

중요하고 온전한 것들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채워질 때 비로서 완성되는 것이니까. <유럽 예약> p.61

우리는 가끔 나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내 육체와 정신을 내려놓고 오롯이 왔다 가는 마음으로만 사는 일 말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여행길에 오른다. <유럽 예약> p.211


우리가 자꾸만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하기 시작하면 정말 너무나도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는 찰나의 행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도록 걸어서 목도 마르고 다리도 아픈데 우연히 나타난 예쁜 카페같은 것들 말이다. <유럽 예약>에 나오는 여행의 이유는 좀 더 깊고 넓다. 역시 이 책을 쓴 작가는 여행의 참 맛을 아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 어쩌면 여행과 인생은 동의어일지도 모르겠다.


눈을 감고 뜨면, 다시 그곳에 있을 수 있을까. <유럽 예약> p.85


보고 싶은 기억은 마음이 연약해질 때마다 여기저기로 비집고 들어왔다. 분주한 조식당의 수저 부딪치는 소리, 이른 새벽에 일어나 짐을 싸는 옆 침대 여행자의 소리, 적적한 새벽 공항의 소리, 오래된 기차의 화장실 냄새까지도. 언젠가 또다시 그 소리와 냄새를 기억해 낼 때 다시 그 앞에서 있는 날이 온다면 두 팔 벌려 마음껏 안아 주고 싶다. <유럽 예약> p.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부대끼며 즐겼던 타국의 야시장, 몇 미터는 줄을 서 기다리던 전세계인들이 다 모인 것 같던 월드클래스급 맛집 등등 마스크없이도 다시 갈 수 있는 날은 언제고 분명히 온다! 그 날을 기다리며 미리 준비하자, 다음 여행지는 무조건 유럽이다! <유럽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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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은 내가 할게 출근은 누가 할래
최세화.최세연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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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은 내가 할게 출근은 누가 할래> 제목에서부터 쫄깃한 재미가 느껴지는 이 책은 직장인 언니와 프리랜서 동생이 함께 릴레이식으로 써낸 책이다. 회사다닐 적, 후다닥 밥먹고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는 게 인생 최고의 낙이었던 그 때, 같이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던 나와 동료들은 "아.. 이런 작은 카페 내는 게 내 소원이야."라는 말을 가장 자주 했던 것 같다. 이 국밥도, 커피도 회사가 주는 돈으로 먹는데 우리는 항상 회사를 떠나고만 싶어했던 것 같다.


"회사원들은 다 퇴사를 꿈꾼다. (완전 맞는 말!!ㅋㅋ<퇴근은 내가 할게 출근은 누가 할래> p.102)"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꿈꾸는 회사원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말 아닐까? 10년전 신입사원시절 때를 떠올려보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막 취업해서 몇 시간이고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부터 참 힘들었다. 그 순간, 초원을 자유로이 가로지르는 야생마(ㅋㅋㅋ)시절인 대학생때가 그립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침에 출근하는 시간부터 저녁 퇴근하는 시간까지 상사들 눈치봐야지, 사무실에 손님이라도 오면 커피타야지, 회식(아...진짜 싫어!)이라도 있는 날엔 일찍 가서 자리잡고 테이블세팅도 신경써야지, 어휴.. 그럴 때마다 독고다이처럼 홀로 일하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었다! 그 시절엔 회사에서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회사 그만두면 밥줄도 끝!이라는 생각과 프리랜서의 삶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어 겁이났던 그 때가 생각났다.

퇴사를 꿈꾸는 회사원들, 프리랜서를 꿈꾸는 비프리랜서들이 읽어보면 참 좋을 책이다. 프리랜서의 삶이 어떤지, 회사원인 언니가 프리랜서 동생과 속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책이니까 말이다.


"내가 돈을 벌면 무진장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막상 돈을 버니까 할 수가 없더라. <퇴근은 내가 할게 출근은 누가 할래> p.100"


"대학만 가자, 대학만 가고 나면... 취업만 하자, 취업만 하고 나면..." 대체 말줄임표에는 어떤 문장이 와야하는 걸까? 왜 나는 우리의 행복을 자꾸만 유보하는 걸까? 나는 막상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나니, 대체 내가 뭘 하고 싶었던 건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취업하고나서도 계속되는 교육, 자기개발, 그렇지 않으면 뒤쳐지는 경쟁사회에서 살다 보니 계속 죽도록 일하고 공부하는 삶의 연속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게 여행이었던가, 아니면 책? 사적인 내 취향조차 모호해져갈 때가 있었다.


"사적인 나를 구축하자. <퇴근은 내가 할게 출근은 누가 할래> p.156"


가볍기 읽기 시작했던 <퇴근은 내가 할게 출근은 누가 할래>, 읽다보니 띵언의 향연이다. 사적인 나를 구축하자는 말, 너무나 와닿는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사적인 나와 내밀한 대화를 통해 사적인 나의 취향을 파악하고 저격하는 한 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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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강의 - 개정판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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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프로이트, 처음으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실수행위를 분석하고, 꿈을 해석했으며 어린아이를 비롯한 모든 인간의 무의식에 억압된 성욕이 있다는 것을 주장한 사람이다. 그가 주장하는 이론의 입문서이자 동시에 결정체로 손꼽히는 저서 <정신분석 강의>는 1915년 10월에서 1916년 3월, 1916년 10월에서 1917년 3월에 걸쳐 빈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집대성한 것으로 그가 52년간 연구하고 기록한 내용이 여실히 기록되어 있다.


제1부 실수 행위들 : 1강~4강 ( p.15 ~ p.109)

<정신분석 강의>는 정신분석학에 대해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설명하기 시작한다. 신경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인 정신분석이 내세우는, 다소 낯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주장들을 굉장히 사려깊은 태도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첫째, 정신적 과정들은 그 자체가 무의식적이며 의식적인 것은 정신 활동 전체 중에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과 둘째 성적인 본능 충동이 신경증이나 정신 질환을 불러일으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한 주장들을 증명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굉장히 흔히 일어나지만 대부분 간과되며, 또 질병과는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실수 행위들>을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잘못 말하기, 잘못 쓰기, 잘못 읽기, 잘못 듣기, 잘못 놓기, 잃어버리기 등 너무나 사소하지만 이러한 작은 현상들은 결코 우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굉장히 진지한 정신적 행위이며 서로 다른 의도의 합동작용이라는 것인데 참 흥미로웠다. 많은 예시가 나오지만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자면,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하면서 <국회가 폐회되었음을 선언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나는 전임자의 공적을 치하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반대의 단어를 말하는 경우 등의 실수 행위는 두 개의 의도가 충돌한 결과라고 한다. 그중 하나는 방해받는 의도이고 다른 하나는 방해하는 의도로 불릴 수 있는 것으로 서로 다른 의도들의 간섭의 결과인 것이다. 하나의 의도는 다른 의도를 방해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어느 정도 억압되기도 하고 자신이 방해하는 의도가 되기 전에 그보다 먼저 방해받아야 한다고 한다.




2부 꿈 : 5강~15강 (p.133 ~ p.344)

'신경증을 치료하는 정신분석과 꿈을 해석하는 것이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고 의구심을 가질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말이다. 꿈은 실수 행위만큼이나 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현상이다. 하지만 그 의미를 증명하고 연구하는 것은 신경증 연구를 위한 준비단계이자 중요한 역할을 한다.

​3천년도 전부터 사람들은 꿈을 꾸고 그 꿈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해왔다. 꿈속에서 미래를 위한 징조를 끄집어내고 전조를 찾았으며 꿈 해몽가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출정하지 않는 나라들도 있었다. 그만큼 꿈을 해석하고 연구하는 것은 중요하고도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자면 꿈은 수면동안에 가해지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다. 꿈은 그러한 자극을 단순히 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공하고 넌지시 암시해주며 어떤 관련성 속에 배치시키고 또 그것을 다른 것으로 대치시키기도 한다. 즉 하나의 심리현상으로 우리의 의식은 꿈 내용을 검열하고 왜곡하며 전위시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왜곡이 비교적 덜 가해져 이해하기 쉬운 어린이의 꿈을 연구하는 것이 정신분석학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3부 신경증에 관한 일반 이론 : 16강~28강(p.347 ~ p.673)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신경증에 대한 연구 내용이 나온다. 본론에 앞서 1부와 2부에서 실수 행위들이나 꿈의 의미에 대해 언급한 것을 어떤 연유일까? 그 이유는 신경증 증상들이 실수 행위나 꿈과 같은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경증 증상들은 환자가 지배받고 있는 무의식적 관념들의 표현이며 자신이 겪은 인생과 관계가 있다. 신경증 증상들은 일종의 저항을 받아 억압에 의해 저지당한 대체물이며 이 대체물의 형성은 앞서 설명한 실수행위나 꿈의 해석처럼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20강부터 본격적인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성도착적인 충동들은 개인의 의식이 아닌 무의식에서 비롯되는데 이러한 충동들은 유년기에서부터 그 원인이 발생하고 따라서 어린이 모두가 그런 기질적 요인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구순기, 항문기 등의 과정을 거쳐 어머니를 사랑의 대상으로 선택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까지 리비도가 인간에게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는지를 순차적으로 설명해준다. 리비도가 퇴행과 억압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히스테리와 강박 신경증과 같은 신경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즉 신경증에 걸리는 것은 리비도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박탈당하는 경우인 것이다. 억압된 리비도가 불안이라는 방식을 빌려 배출되기도 하고 리비도의 대상을 포기하고 자기 자신을 설정하는 나르시시즘의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우리는 왜 프로이트를 읽어야 하는가?>


내가 본 프로이트의 저서는 딱딱한 이론서나 강의서가 아니었다. 프로이트에 대해 "시인들은 언제나 당신의 편입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시인들이 당신의 글에서 시를 읽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던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우리가 이미 많은 문학작품에서 보아온 상징이나 암시와 같은 장치에 근원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하루 10시간이상을 환자를 진료하는데 매진했고 진료가 끝나면 고단할 법도 한데 쉬지 않고 그 내용을 분석하고 정리했다고 한다. 자그마치 52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쏟아부어 <정신분석 입문>을 비롯한 저서들을 완성한 셈이다. 이렇듯 평생을 들였지만 프로이트는 그의 연구 내용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감추거나 내용을 더하거나 하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연구한 학문의 본 모습 그대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매끄럽지 못함과 어려움 그리고 의문점조차도 솔직하게 밝혔다. 프로이트가 자신을 녹여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 써내려간 글들이 쉽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프로이트를 읽는 것의 가치가 빛나는 시간들이었다.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프로이트에 푹 빠져 살았다. 온라인독서모임 회원들과 하루에도 몇 번씩 프로이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차례 토론을 진행하면서 결국 이 벽돌책을 격파해냈다! 혼자였다면 분명 해내기 어려웠을텐데 <프로이트> 함께 읽기 독서모임 이벤트를 기획하고 지원해준 열린책들에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이다. <정신분석 강의>를 읽는 것은 비단 신경증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간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마음의 여지가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 스스로도 자기자신에게 속고 마는 경우가 허다한 복잡다단하고 번잡스러운 현대 사회에서 자신과 대면하기 위한 준비운동을 도와주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프로이트>를 읽는 것의 가치는 그야말로 언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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