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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일기 - 코로나19로 봉쇄된 도시의 기록
팡팡 지음, 조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평점 :

2021년 1월 20일은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1년째가 되는 날이라고 한다. 그 1년사이,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지, 마스크없이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며 산책할 수 있었던 1년전의 삶이 아득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호수의 도시이자, 중국에서 7번째로 지명도가 높은 인구 900만의 도시, 이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시발지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도시 우한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약 60일간 봉쇄되었다. 중국 관료들의 안일함과 무능으로 코로나 초기진압에 실패했고, 이를 또 다시 은폐하고 침묵하기에만 급급해 우한의 인민들은 누가 살고 누가 죽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작가 팡팡은 '우한봉쇄일기'를 썼고 수많은 독자는 매일 한밤중까지 기다렸다가 그녀가 쓴 기록을 읽어야만 안심하고 잠들 수 있었다.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
이 말 한마디로 많은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우한일기> p.359
코로나 바이러스 초기, 리원량을 비롯한 8명의 의사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알리고자 하였으나 괴담유포 혐의로 공안에 끌려가 법적 처벌을 받았으며, 후베이성 관료들은 사스와 흡사한 바이러스로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많은 의사들이 감염되면서 '사람 간에도 전염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알리려 하지 않았고 그 대가로 전 세계가 재난을 당하게 되었다. 이름도 알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 가슴 아픈 밤들, 우리가 잃어버린, 지금도 증발하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들. 팡팡은 60일간의 기록을 통해 애처롭고 애틋한 언어로 위로하고 매서운 말로써 관료들을 질책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감히 말하지 못했던 진실을, 그녀는 낱낱이 써내려갔다. 중국 정부는 여러 차례 그녀의 계정을 차단하고, 글을 삭제했으며 극좌파들이 그녀를 공격하기도 했으나, 팡팡은 강요하는 글이 아닌, 쓰여져야 하는 진정한 사실을 쓰는 진실한 작가였다. 전 세계에 보란듯이 쌓아 올린 고층빌딩이 자랑하는 위용, 짧은 시간내에 이룩한 경제성장률, 그 이면에 존재하는 중국의 모습들, 사실을 은폐하고 그 사실을 아는 인민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다른 가족들이 전염될까 걱정되어 홀로 병원의 진료실에서 예순이 넘은 아들을 간호했던 구순의 노모, 유언비어 유포라며 처벌받았지만 생명을 다해 환자를 치료했던 리원량, 제일선에서 근무하며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던 인민경찰과 전투경찰들, 재난의 상황에서도 매일매일 맡은 바 소임을 다했던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들도 역시 중국의 모습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언젠가 봄은 또 올 것이라는 것을 믿게 된다. 깨달음과 자신감을 북돋는 계절인 봄, 들불이 모든 것을 태우진 못하며 봄바람에 생명은 다시 살아날 것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