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십민준 2 : 공포의 십구 단 노란 잠수함 13
이송현 지음, 영민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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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민준이의 좌우충돌 초등학교생활이 담긴 어린이동화책 시리즈 '내 이름은 십민준'의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났어요. 자신의 이름인 '이민준'을 '10민준'이라고 잘못 써서 십민준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민준이. ㅎㅎㅎ 받아쓰기에 이어 구구단 외우기에 도전한 민준이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동화 <내 이름은 십민준>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는 공포의 십구 단입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에도(국민학생이죠 ㅎㅎ) 민준이의 할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 탁자나 손뼉을 치면서 박자를 딴,딴,딴,딴! 하면서 맞추면서 구구단을 외웠거든요. 요즘은 그렇게 안 하나 봐요 ㅎㅎ 게다가! 옛날에는 구구단이 9단까지였는데 지금은 십구 단까지 있나 보더라고요. 요즘 초등학생 친구들의 힘듦(구구단을 십구 단까지 외우고 나머지 공부까지 해야 하는 우리 친구들! ㅜㅜ)과 순수함을 보고 제 마음까지 청정해지는 느낌이 들었던 어린이동화 <내 이름은 십민준>입니다 :)



탁, 탁, 탁탁! 식탁을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했어요. 걱정되는 내 마음하고 다르게 신이 나서 엉덩이가 조금씩 들썩거렸어요.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마저 쉬고......"

"할머니, 계속 쉬면 구구단은 언제 시작해요?"

 <내 이름은 십민준> p.17



우리 주인공 민준이의 할머니께서는 구구단을 외우기 전에 먼저 박자를 탁,탁,탁탁! 하면서 맞춰요. 저도 그렇게 배웠는데...ㅎㅎ 요즘은 그렇게 배우지 않나 보네요. 할머니와 집에서 박자를 맞추면서 외운 민준이가 학교에 가서 선생님 앞에서 암기한 내용을 확인하는 때에 버벅거려요. 그러자 친구 도보람이 나서서 외칩니다! "선생님! 민준이는 책상 못 두드리면 구구단 못 외운단 말이에요! 박자 맞춰야 한단 말이에요!"(여기서 빵 터졌습니다..ㅋㅋㅋ) 결국 민준이는 구구단 시험으로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ㅜㅜ 민준이가 구구단을 제대로 암기하지 못해 나머지 공부를 했다는 말에 엄마는 버럭 화를 내요. 그날 저녁 엄마가 미안했는지 민준이에게 슈퍼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자고 제안해요. 그러곤 민준이에게 이야기합니다.



"아까 엄마가 소리 질러서 미안. 구구단 공부 잘하고 있다고 할머니한테 들었는데 나머지 공부했다니까 엄마가 속상했어. 틀림없이 우리 민준이가 더 속상하고 힘들었을 텐데 말이야, 그치?"

"음...... 민준이가 안 잊어버리면 좋은 게 하나 있어."

"뭔데?"

"용기. 잘 모르는 게 나와도 창피해하지 않고 나는 잘 모르겠어요. 잘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내 이름은 십민준> p.62~63



 


엄마가 민준이에게 하는 이야기를 보고 저도 퍽 감동을 받았어요. 사교육은 물론이고 몇 학년씩 선행학습하는 게 당연시되는 요즘에 우리 민준이처럼 나머지 공부하는 아이에게 "잘 모르는 게 나와도 창피해하지 않고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


 


<내 이름은 십민준>는 초등학교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초등학교 1, 2학년 대상 도서로 널리 사랑받았던 창작동화예요. 두 번째 이야기 역시 첫 번째 이야기만큼이나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네요. 순수한 민준이와 민준이의 친구들을 보면 제 마음도 따라서 청정해지는 느낌도 들었고요, 이곳저곳에서 멋있는 어른들(엄마와 민준이 선생님)이 등장해서 또 감동을 받았어요. 아이와 함께 읽어보기 좋은 어린이 동화로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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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리보칭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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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캉티뉴쓰 호텔>의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자 밸런스가 딱 잡힌 맛있는 한 끼를 먹은 듯한 만족감이 부풀어올랐다. 대만풍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요리가 담긴 그릇에 '셜록 홈스'식 추리 가루를 솔솔 뿌리고 '피철철 스릴러 소설' 조미료를 한 스푼 넣은 다음 대만식 유쾌 통쾌 재미료(?)까지 듬뿍 넣어 매콤하고도 개운하니 간이 딱 좋은 요리 같은 추리소설,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정말이지 정신없이 읽어내렸다. 푸얼타이 교수, 뤄밍싱 경관, 거레이 변호사, 인텔 선생까지 총 4명의 등장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각각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서로 침범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무엇 하나 빠져서는 안 될 토핑처럼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이라는 요리 안에서 조화롭게 서로 잘 어우러졌다. 맨 처음 푸얼타이 교수가 등장해 막힘없이 시원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듯 보여 대체 나머지 300여 페이지는 무슨 내용으로 채워지는가 싶었는데 그가 세워놓은 추리는 다음 타자 뤄밍싱 경관에 의해 보기 좋게 박살 났다. 거레이 변호사, 인텔 선생까지 차례로 활약하며 이전 타자가 지어놓은 추리를 무너뜨리고 새로 쌓아올리는 것을 관전하는 재미가 탁월한 장르소설 도서다!



 


"내 관찰력과 추리력은 확실히 남다르죠. (...) 형사 사건에서 난 항상 벌새의 날갯짓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경찰들은 보잉 777이 지나가도 보지 못하죠."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p.65



타이완 중앙산맥에 위치한 캉티 호수, 그 신비로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60미터 절벽 꼭대기에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캉티뉴쓰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호텔 내 호숫가의 산책로에서 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피살자는 다름아닌 캉티뉴쓰 호텔의 사장 바이웨이둬. 수십억의 몸값을 자랑하는 촉망받는 기업가가 하루아침에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으로 보이는 산책로 인근 CCTV에는 단서가 될 만한 것이 하나도 찍히지 않았고 절벽과 호수로 둘러싸여 총을 쏠 만한 자리도 확보되지 않아 사건은 오리무중 상태다. 이때 절친 화웨이즈의 약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캉티뉴쓰 호텔에 묵고 있었던 푸얼타이 교수가 사건 해결을 위해 모인 수사단에 난입해 단박에 사건을 명쾌하게 해석해낸다. 남다른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그간 경찰조차 해결하지 못한 많은 사건의 범인을 잡아낸 그가 "범인은 OOO입니다!"라고 지목한다. 하지만 그의 추리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경찰이라고 다를 거 없어. 그저 밥벌이야. 설마 영화랑 착각하는 거야? 무표정한 얼굴로 유머를 날리고, 갑자기 차에 날개가 돋쳐 날아가고, 아무렇게나 총을 난사해도 악당만 명중시키고? 틀렸어. 그랬다간 고소당하기 딱 좋지!"

"핵심은 자신을 지키는 거야. 인사고과와 인맥이 제일 중요해. 좋은 기회를 잡아서 승진하면 장땡이야!"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p.147



다음 타자는 뤄밍싱 탐정이다. 전직 경찰인 그는 재직 당시 죽기 살기로 경찰일에 매달렸지만 결국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 매춘부 샤오쉐리와 암묵적인 거래 계약을 맺고 조직폭력배의 정보를 입수하던 중 발생한 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경찰 옷을 벗게 된다. 어느 날 잊고 살았던 샤오쉐리가 찾아와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며 은신처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한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샤오쉐리는 처참하게 구타당한 채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의 휴대폰에 남은 기록 상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곳은 캉티뉴쓰 호텔! 샤오쉐리를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캉티뉴쓰 호텔을 찾은 뤄밍싱은 또 다른 살인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우연히 캉티뉴쓰 호텔에 모인 네 명의 인물들, 그들이 캉티뉴쓰 호텔을 배경으로 펼치는 추리 싸움은 마치 천하제일의 무림 고수 자리를 두고 승부를 겨루는 화산논검을 연상케 한다! 완벽해 보였던 추리가 하나씩 산산조각이 나는 데서 얼마간의 희열을 느끼며 다음 타자가 쌓아올리는 추리를 관전하는 재미가 탁월한 추리소설이다. 작가 리보칭, 그의 이름을 꼭 기억해두어야할 것 같다.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르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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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었다 - 김영철 에세이
김영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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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건너 건너 아는 지인 찬스로 KBS 방송국에 견학 간 적이 있다. 방송국이 어떻게 생겼는지 거기서 무얼 봤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딱 하나 생각나는 건 한 코미디언이 성큼성큼 복도를 지나가다가 우물쭈물 서성대는 나와 남동생에게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고 덕분에 나는 용기를 그러모아서 "함께 사진 찍어요!"라고 말할 수 있었다는 거다. 키가 멀대같이 컸던 그분은 내 말을 듣자마자 핑크빛 잇몸이 다 드러나게 활짝 웃더니 굉장히 친절한 태도와 시종일관 웃는 낯으로 함께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가 바로 김영철이다. 당시의 좋았던 기억 덕분인지 나에게 김영철은 늘 좋은 사람, 친절한 사람으로 남아 있다. 이후 그가 무슨 말을 해도 심지어 숨만 쉬어도 악플 폭격을 받는 일련의 '현상'들을 보고 참 가슴 아팠지만, <진짜 사나이>를 통해 대중에게 그의 진면목을 알리게 되어 참 기뻤다. 이번에 나온 에세이 <울다가 울었다>는 '사람' 김영철의 속 깊은 이야기가 담겼다. 나처럼 김영철을 좋아했던 분들이나 혹은 지금 성장통을 겪으며 인생의 진창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다. 



걱정을 내려놓으니 사는 게 편해졌다. 약속 시간에 늦었으면 앞으로 늦지 않으면 되고, 오늘 간 식당의 음식이 맛이 없으면 다시 가지 않으면 되고,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만나지 않으면 되는 거다.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떡할까 하는 '어떡해'를 인생에서 지우기로 했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시간 낭비와 감정 소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따스함을 잃은 채 냉정해지기로 한 건 아니다. 불필요한 걱정을 하지 않고, 오늘을 살겠다는 거다. 그렇게 살고 있다. 카르페디엠,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련다.
 p.120



힐링책 <울다가 웃었다>를 읽으면서 나는 다짐했다. 김영철처럼 살겠다고. 걱정할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쓰고 한 페이지라도 더 읽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나쁜 일이 벌어지면 어떡할까 하는 '어떡해'를 나도 인생에서 지우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책에 둘러싸여 있고, 또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세 아이가 내 곁에 있으니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데 왜 그리 전전긍긍하며 살았을까. 그건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 유쾌하게 살겠다고, 명랑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지도 않고 노력하지도 않아서 그렇다. 늘 지나치게(?) 밝아 보이는 그에게도 왜 힘들고 슬픈 시절이 없었겠나. 긍정 에너지가 늘 한도초과인 것 같은 그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다만 밝아지기 위해, 유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거다. 자신의 밝음과 유쾌함, 명랑은 수없이 노력하고 연습할 결과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그에게 고마웠다. 이건 노력의 문제다. 내 삶의 쾌적함은 내 노력 여하에 달렸다!



다짐도 맹세도 날짜 맞춰서 해봤자 지켜지지 않는다. 언제든 딱 마음먹었을 때, 그때 바로 시작하면 된다. 나는 모두가 시간에 쫓기지 말길 바란다. 숫자에 갇히지 않길 바란다.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되어 현명하게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몸에 걷기가 좋으니 걷는 시간도 만들고, 주변인에게 안부 문자도 자주 하고, 어학 공부도 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문득 결심하길 바란다. 소소하게, 작은 것부터 하나씩 그렇게 말이다. 
 p.124


나는 은행원 출신이라 숫자에 강하다. 은행은 오로지 숫자로 돌아가는 집단이다. 전일자의 모든 영업 현황이 일목요연한 보고서로 제공된다. 영업 수치만 뽑아내는 시스템이 따로 있어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자료를 발라낼 수도 있다. 최다 신용카드 신규 권유직원은 누구이고, 펀드며 방카며 예금 신규 1등은 누구인지 다 나온다. 은행원은 숫자에 갇혀 산다. 시간에 쫓겨 산다. 은행 다니면서 그런 게 참 싫었는데 회사를 제 발로 걸어 나오고도 그 짓을 하고 앉았으니, 에세이 <울다가 웃었다>를 읽으며 나 스스로에게 말을 건넸다. "왜 그러고 살고 있니."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떤 책을 읽고 또 무슨 공부를 하고, 제2의 인생을 야무지게 살아내겠다는 다짐은 어쩌면 나를 은행을 나와서까지 은행보다 더 시간에 갇혀 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 확산세로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는 막내와 공원에 가서 걷기도 하고 여유롭게 책도 읽고 소소하게 작은 것 하나씩을 사소한 노력을 들여 해내고 있다. 이게 바로 저자가 말한 좋은 책이 가진 선한 영향력이며 독서를 해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에세이 <울다가 웃었다>가 나에게 한 일이기도 하다.


 

권태롭지 않기를 소망하자. 그렇게 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기대하자.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건 꿈이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쪽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믿는다.
p.155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기분이 좋지 않고, 짜증이 나고, 덜 행복한 것 같아도 일단 그냥 행복하다고 말해보면 어떨까. 그럼 행복해질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는가.
p.34 


2013년 캐나다 몬트리올 코미디 페스티벌을 다녀온 뒤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그 덕에 2016년 호주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을 무사히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여한 사실을 미국 코미디 쇼 기획 팀이 보게 되었고, 2021년 미국 파일럿 프로그램 섭외를 받게 되었다. 영어를 잘하는 웃기는 놈이 되는 것이 큰 꿈이었다. 지금 나는 그 꿈에 한 발짝 다가가고 있다. 웃기지도 못하고 안 될 수도 있지만, 도전 그 자체가 즐겁다. 
p.174


행복한 일이 나에게 생기기를 마냥 기다리기보다, 먼저 나서서 '나는 행복하다!'라고 생각해 보기, 권태로움에 빠질 사이가 없도록 문득 결심하고 또 바로 꿈을 향해 발을 내디뎌 보기! <울다가 웃었다>를 읽으며 깨달았다. 내가 하는 모든 결심들, 생각들은 해낼 수도 있고 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성공 여부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도전 자체는 즐거운 거니까.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나, 오늘부터 김영철처럼 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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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 -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존재로 살아가기
김광기 지음 / 김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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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팬데믹으로 온 세상이 완전히 낯선 곳이 돼버린 느낌이다. 타인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위협처럼 느껴지는 요즘 어디를 가든 마스크를 착용해야 그나마 안심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지구상의 모든 이를 이방인으로 느끼게 했을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본 적이 없는 토박이에게도 이방인이 되는 특별한 상황을 만들었다. 인문학책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은 이방인에 관한 이야기다. 이방인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더욱 확장시키는 책이다. 이방인이 되어본 사람만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익숙한 세계를 의심하고 낯설게 바라보기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으로 해보기를 바란다.



 


한마디로 말해서 토박이는 자연적 태도에 절어 있다. 마치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토박이의 정신과 몸은 자연적 태도로 절어 있다. 토박이가 자연적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만큼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간해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자연적 태도 속에서 삶을 같이하는 이들은 자연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의리 있다고 칭송하고 변치 않아 좋다고 칭찬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살아 있다는 것은 한곳에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진전이 없는 생은 사실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평생을 한 가지 생각과 태도에 빠져있다가 다른 세상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은 얼마나 헛된 일인가.


인문학책추천  책리뷰 p.28



이방인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떠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미 자의든 타의든 그런 것을 내려놓고 떠남을 강행하는 이방인은 떠남의 정점에서 자기 자신을 버릴 수도 있다. 자기를 비울 수 있는 이방인만이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제야 자기 자신에 대해 명징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떠날 수 있어야 하며 이방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인문학책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에서 모든 인간이 이방인임을 선포한다. 이방인은 낯익은 곳과 사람을 떠나 낯선 곳을 방랑하는 사람이며, 낯익은 곳에서도 낯섦을 간파해 내는 사람이다.(p.8)



우리 모두가 이방인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이방인이 돼야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방인은 익숙한 세계의 일상 속에 숨겨진 진실을 발굴해낼 수 있다. 우리가 바라보면 현상 이면에, 일상의 저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깨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방인의 반대말인 토박이는 자신의 세계에서 지배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의 시선이 닿는 모든 것이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방인은 토박이와 다르다. 이방인의 눈에는 그가 바라보는 토박이의 세계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부자연스럽다. 토박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의 눈으로는 결코 깨치지 못하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서 저자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 이방인의 눈에는 부자연스러운 이 세계가 과연 토박이의 눈에는 자연스러운가? 자연스럽다고 믿고 싶은 것은 아닌가? 자연스럽다고 느끼게 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시 한번 의문을 제기한다. 이 세계가 자연스럽지 않음에도 자연스럽다고 인식하는 것이 토박이의 착란 증세인지, 아니면 이 세계 자체가 이상한 것인지 말이다. 



애초에 우리 모두는 이방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이방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틀렸다. 우리 모두는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이 세계와 불화를 일으키자. 이 세계의 모든 형식과 우리에게 요구하는 규격을 거부하자. 스스로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한 후에 세계를 다시 보자. 그 어느 때보다 이방인의 시선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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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장이브 뒤우 지음, 최보민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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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의 SF 소설 <카르타고의 장미>의 주인공 리즈는 인간의 몸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인간의 정신을 구현해낸다면 영원불멸의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신념하에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다. 자신이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뇌를 한 층씩 절단해 내 얇은 표본으로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포 간의 연결망과 기다랗게 뻗은 말단부를 하나하나 기록해 하나의 지도를 만들 계획이었다. 나에게 뇌라는 기관은 그저 구불구불한 덩어리 안에 내가 모르는 어떤 현상들이 일어나는 곳 정도였는데 켄 리우의 소설을 읽고 나니 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궁금해졌다. 내가 잘은 모르지만 그 난해하고도 신비로운 현상들에 대해 더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책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는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과학 만화책이다. 80여 쪽에 달하는 가벼운 분량의 만화책이지만 그 어떤 과학도서보다 더 풍부한 지식을 담고 있는 과학책이다.



 


과학도서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는 뇌의 구조와 기능뿐만 아니라 역사 속 뇌에 얽힌 인상적인 이야기까지 담긴 그야말로 뇌에 대한, 뇌를 위한 뇌 탐험 만화이다. 뇌의 크기, 무게, 모양 등 뇌의 기본적인 특징부터 시작해 뉴런이라는 신경세포와 기억과 해마, 시냅스 연결, 신경전달물질 등 다소 생소한 개념을 상세한 삽화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각종 뇌 질환에 대한 내용과 뇌를 젊게 유지하는 방법도 담고 있다. 뇌를 의인화한 핑크빛의 말랑말랑한 미스터 브레인이 등장해 뇌과학 교양서지만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과거 뇌과학 교양서를 읽다가 중도 포기한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바로 제 이야기입니다 ㅎㅎ) 추천하고 싶은 뇌과학도서이다.



크고 말랑한 덩어리인 인간의 뇌는 평균 1.36킬로그램으로 뇌에 존재하는 뉴런, 신경계의 기본 세포는 약 천억 개 정도라고 한다. 각각의 뉴런은 동종 뉴런 10,000개와 연결될 수 있는데 이런 뉴런을 통해 뇌 전체를 탐험하고자 마음 먹는다면 가능은(?) 하다. 자전거로 은하수를 탐험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지는 않으니 가능은 하다는 말이다.  이렇듯 과학 만화책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는 어렵고 생경하게만 느껴졌던 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생생한 그림에 유머러스한 내용까지 함께 곁들여냈다. 



뉴런은 말 그대로 작은 전기 발전소로 순환하는 전기 자극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이런 자극들은 가령 털이나 인간의 몸 전체에서 조금씩 온다. 1초에 1,000번까지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뉴런은 시속 300km로 순환하며 정보를 운반한다니 놀랍다.



 


과학도서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의 '역사 속 유명한 뇌'라는 코너에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뇌에 얽힌 이야기가 실려있다. 미국 철도회사의 젊은 작업반장이었던 피니어스 게이지, 그가 1848년 버몬트의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때의 이야기다. 그가 맡은 일은 바위를 폭파해 길을 뚫기 위해서 발파 구멍에 화약을 붓는 일인데 어느 날 실수로 모래를 덮지 않은 구멍 속으로 쇠막대를 집어넣었고 그때 그의 얼굴로 화약이 폭발해 1.8미터짜리 쇠막대가 피니어스 게이지의 두개골과 뇌를 관통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는 죽지 않았다! 말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숙소로 돌아왔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하지만 쇠막대 때문에 전두엽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목숨은 건졌지만 사고 이전에 비교해 서투르고 변덕스러워졌으며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작가 쥘리앵 그린은 파리가 인간의 뇌를 닮은 도시라고 했다. 큰 도로들부터 교통의 흐름, 불빛, 그늘진 곳까지 밤낮으로 활발하게 순환하는 곳 파리가 여러 면에서 인간의 뇌를 닮았다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파리의 거리를 걸으면서 탐험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지만 과학도서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를 읽으면서 마음껏 인간의 뇌를 탐험해 보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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