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욕망의 법칙 인간 법칙 3부작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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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암투. 왕위 찬탈이나 정권을 잡기 위해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규모가 작은 단체든, 영리가 목적이 아닌 단체든 그 어느 곳에서건 권력 게임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전직원이 10명 미만인 소규모의 회사에서도, 사교가 목적인 친목 모임에서도 내가 겪어본 한, 권력 게임은 항상 있어 왔다. 시대가 변했지만 게임의 규칙은 변하지 않았다. 상대방에서 쓰는 농간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게임의 규칙을 알아야 한다. 나는 인생의 오답문제를 풀듯 기억을 더듬어가며 이 책에 수록된 48가지의 전략에 해당하는 예시들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평판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위험한 게임에서 당신의 본모습을 파악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분산시키고 세상이 당신을 판단하는 방식까지 어느 정도 통제하게 해줌으로써 당신을 보호해줄 것이다. 즉 강력한 입지를 구축해준다는 이야기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그것이 멋지게 비치느냐 끔찍하게 비치느냐는 전적으로 행위자의 평판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인간 욕망의 법칙> p.48"


내가 한 때 적을 두었던 회사에서는 매년 두 번의 정기 인사가 있었다. 인사 '요원'들이 각종 인맥을 동원해 직원의 '평판'을 캐내고 다닌다. 나 역시 타인에 대한 세평을 묻는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고 "누가 너 물어보더라, 그래서 잘 이야기해줬어."라는 공치사 섞인 말도 들어본 적 있다. 그들은 "그 직원 어때?"라며 전화를 돌리며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세평을 수집한다는 명목하에서는 그 어떤 프라이버시도 존재하지 않으며 수십년도 지난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다 나온다고 한다. 타인의 입을 빌린 평판이 바로 그 인간의 영혼이 되는 셈인데 똑같은 행동을 해도 그것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는 전적으로 당사자의 평판에 따라 좌우된다.



이를테면 평소 자식사랑이 지극하고 애처가로 유명하던 어떤 이가 불륜으로 이혼하게 되었다고 해도 그가 평소에 쌓아온 이미지는 충분한 방패막이 되어줄 수 있다. 불륜을 저지르기 위해서 평판을 잘 쌓으라는 이야기는 결단코 아니다. 과거의 평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100명의 군사로 15만에 달하는 사마의의 적군을 홀로 대적했던 제갈량처럼 평소 탄탄하게 쌓아온 평판이라면 그 어떤 추문도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른다. 훌륭한 평판은 곧 사회 생활에서의 성공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신의 몸값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당신의 거동에는 당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난다.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걸음이 당당하지 못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다니면 사람들은 그것이 당신의 품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 자신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내보일 때 선택한 방식일 뿐이다. 그러니 당신 안의 콜럼버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쉬운 일이다. 항상 쾌활하고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주어라. 왕관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행동하라.

<인간 욕망의 법칙> p.146"


<인간 욕망의 법칙>의 이 대목을 읽다보니 불현듯 축구를 좋아하는 지인이 하소연하는 이야기가 기억났다. 같은 회사에 적을 둔 사람들이 주말마다 모여서 축구를 하는 동호회에서 왕 노릇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사 관련 부서에서 오래 근무해 인사권에 영향을 미치는 인상을 풍기기도 하고 주요 부서의 우두머리와 친분이 두터운 티를 많이 내 많은 동호회인들이 그의 입안의 혀처럼 굴고 싶어 안달난 게 티가 난다고. 심지어 축구를 하지 않는 여자 직원까지도 주말마다 행사에 참석해 그 자리를 빛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다소 역겨운 느낌과 지금이 무슨 시대인데 권력 게임이냐는 생각에 흘려듣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이 책을 읽으며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굉장히 순진하다 못해 멍청했다는 생각도 살짝 스친다. 반대로 그 사람은 권력 게임의 법칙에 통달한 사람이었으며 왕 대접을 받기 위해 스스럼없이 왕처럼 행동했고 자연스레 주변인들이 그를 왕으로 대우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를 속이더라도 행동은 왕처럼 품위가 있으면 된다. 그래야만 왕과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회사는, 아니 이 세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선하고 공정하지 않다. 각종 권모 술수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과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열심히 하면 언젠간 진심을 알아주겠지라는 순진무구한 생각으로 열심히 달려왔지만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면 <인간 욕망의 법칙>을 펼쳐야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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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러브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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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피아니스트 토마, 그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어쩌면 사랑을 좇아 그와 그의 어머니를 버렸던 아버지 레몽의 탓일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처의 기억 때문인지 자꾸만 사랑을 놓치고 마는 토마에게 자신의 사랑을 이뤄지게 해달라며 아버지가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나 마지막 부탁을 한다. 유령인 아버지가 나타난 것도 믿기 어려운데 그가 하는 부탁은 더 믿기 어렵다. 하지만 마르크 레비의 마법은 늘 그랬듯 나를 사랑에 빠지게 한다. 내 눈앞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설레이는 여름 밤을 펼쳐놓고 그 안으로 걸어가게 만든다. 나조차 잊고 있었던 설레임의 감정을 소환해내고 내가 잃었던 사랑의 능력을 찾게 해주는 마르크 레비의 마법! 이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나는 파리의 피아니스트 토마와 사랑에 빠지는 샌프란시스코의 서점 주인 마농이 된다!



"내 아버지와 당신의 어머니는 20년 넘게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였어요. 침묵 속에서, 두 분에게 주어진 지구 반대쪽의 먼 거리를 넘어서, 그들 시대의 도리를 넘어서.

<고스트 인 러브> p.241"


토마의 아버지인 레몽과 마농의 어머니인 카미유는 오랫동안, 몰래 사랑하는 사이였다. 둘을 떨어뜨려놓기 위해 카미유의 남편인 바르텔은 이민을 결정하게 되고 레몽과 카미유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서신으로 마음을 나눈다. 그러던 사이 5년전 레몽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이제 카미유가 세상을 떠나 둘의 사랑을 이뤄지게 할 의식(?)만 치르면 되는 상황, 토마는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파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간다. 조문객으로 위장해 카미유의 장례식장으로 잠입하고 얼떨결에 오르간을 연주하고 토파즈 블루색 눈을 가진, 어쩌면 어머니를 잃은 슬픈 그녀의 눈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사람만이 아는 익숙한 슬픔을 확인했을지도 모른다. 곧 사랑에 빠진다.



"저녁에는 바다에서 올라오는 물보라 냄새가 나를 이 풍경에서 먼 곳으로 데려가요. 우리가 함께 바라보던 바다가 아닌 또 다른 바다의 향기를 맡고, 시커먼 파도를 타고 돌아오는 어선들에서 머나먼 어느 반도의 냄새를 맡아요. 내 사랑, 나의 세계, 당신은 잘 알고 있어요, 나는 떠나지 않았다는 걸. 내 마음속의 노래처럼 당신에 대한 추억이 내 안에 있기에.

<고스트 인 러브> 카미유의 편지 중에서 p.299"


마농은 좀처럼 그녀의 어머니가 레몽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토마는 마농의 어머니가 레몽에게 보낸 편지를 건네며 자신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들을 찾아봐달라고 말한다. 어머니가 보냈을 편지를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며 확인하는 사랑의 진심들, 그녀는 토마를 도와주기로 결정한다. 레몽과 카미유가 생전에 못다한 사랑은 당연히(!!) 이루어진다. 여기에 덤처럼 붙어 오은 토마와 마농의 사랑 이야기가, 아마 내 생각엔 나를 더 설레게 하는 요인이다. 토마와 마농이 주고 받는 문자 메시지, 그리고 티격태격하는 듯한 밀당은 여름밤처럼 설렌다. 한 편의 로맨틱 코메디 영화를 본 듯한 느낌. 어쩌면 흔해빠진 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마르크 레비의 사랑 이야기는 항상 새롭고 설렌다.






#고스트인러브 #마르크레비 #작가정신 #작정단 #연애소설 #도서추천 #사랑이야기 #로맨틱소설 #로맨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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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욕망의 법칙 인간 법칙 3부작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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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지 않으면 손해다, 회사 등의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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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이정환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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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몇 가지 기회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떠날 수 있는 순간'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책임감도 없이,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기회, 그렇게 떠나도 나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고, 떠나는 것의 홀가분함이 떠나면서 내려놓는 그 모든 것의 기회비용과 비교조차 할 수 없도록 가치롭게 느껴질 때 떠날 수 있다. 떠나야 한다.



떠나기로 작정하고 나서 아주 작은 망설임과 잠깐동안의 머뭇거림으로 또 다시 주저 앉았던 나는, 그때 떠날 수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나는 떠나지 못했다, 그래서 후회한다. 떠난 사람들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시간과 풍경이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달리고 있다는 걸 자각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문득 기차 밖의 세상, 정확히는 놓치고 지나온 길이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빠르고 쾌적한 기차에서 내렸습니다. 함께 출발했던 친구들을 기차에 실어 보내고 길 위에 혼자 서있는 제게 친구들이 다시 묻습니다.

"그래, 떠나보니 어때?"

"쉽지 않아. 그렇지만 정말 행복해."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p. 6"


잘 닦인 기차선로 위를 달리던 쾌적한 기차에서 내린 저자는, 아프리카를 횡단하는 침대 열차에 올라 자유를 채 만끽하기도 전에 상상조차 하지 못할 극심한 무더위와 엄청난 크기의 나방, 바퀴벌레 등과 조우(?)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에티오피아 길거리의 한 노점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아프리카 초원의 하늘 위에 유유히 흐르는 태양의 움직임, 습기가 섞인 바람, 바람의 흐름에 맞추어 흔들리는 꽃들, 주어진 환경에서 욕심부리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동물들(p.35)처럼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만나기도 했다, 여행이 선사하는 선물들을.



"당신의 탓이 아니라고.

죄책감에 힘들어하지 말라고.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뜨거운 피와 깊은 어둠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p. 42"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빅토리아 폭포에서의 번지점프에 도전하겠다며 호기롭게 SNS에 선언까지 했던 저자, '할까 말까 할 때는 하지말자. 포기해도 그렇게 큰일은 나지 않는다.'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 보며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내 아프리카에서 만난 눈이 아픈 소년과 그를 돌보는 형을 만나 혼자 읊조리는 대목에서는 눈물이 쏟아졌다. '언젠가, 안타깝게도 동생이 품에서 떠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너무 힘들어하지 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당신의 탓이 아니라는 말 그리고 죄책감에 힘들어하지 말라는 말.(p.42)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에 담긴 눈이 부신 크로아티아의 하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오로라, 수많은 열기구가 떠 있는 환상적인 하늘의 사진을 보며 보며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떠남에 대한 간절함과 떠나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사진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곳에서 본 모든 것들, 그 순간의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떠나지 못했던 내게 "떠나지 못했더라도 괜찮아."라며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것 같다. 당신이 떠나지 못했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면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그때너에게같이가자고말할걸 #이정환 #김영사 #여행에세이 #힐링에세이 #도서추천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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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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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바짝 쫓아온 게 보여. 하지만 죽음보다 항상 더 빨리 달리기만 하면 돼. 서 있으면 가라앉고 부패한다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야 해.
<여행자> p.209"

4만 마르크를 품에 안은 채, 끊임없이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여행자가 있다. 베를린에서 함부르크, 함부르크에서 베를린, 베를린에서 도르트문트, 그리고 다시 아헨으로. 끊임없이 철도를 따라 이동하는 듯 하지만 그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붙어 있다.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안전함을 느끼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열차에서 내리는 그를 또 다시 사로잡는 것은 걱정과 절망. 그는 또 다시 기차표를 발권하고 목적지가 없는 여행을 시작한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베커 고철 주식회사의 사장이었던 오토 질버만은 베를린에서 기반을 다지고 가정을 일구며 살아가던 여느 시민과 다름없었다. 유대인과 유대인이 아닌자, 범죄자와 시민 그 옅은 구분선 바깥으로 그의 등을 떠민 것은 바로 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베를린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던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의 인생 이십년은 범죄자라는 낙인만 남은 채 텅 비어 버렸다, 열차의 차표와 상실한 것들의 목록을 제외하고.

그렇다. 오토 질버만은 모든 것을 잃었다. 그가 살던 집은 헐값에 처분할 수밖에 없었고 회사는 동업자이자 친구였던 독일인에게 강탈당한 채 일부의 투자금만을 돌려받았다. "지금 사람들이 유대인에게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는 거 아닌가요?"라고 묻는 오토의 아내에게 한 독일인이 대답한다. "세상에는 사악한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좋은 일도 많고요. 어떨 때는 이 사람에게, 어떨 때는 저 사람에게 말이지요. 어떤 사람은 폐결핵 환자고, 또 어떤 사람은 유대인이이에요.(p.30)"

"내 권리 전체를 빼앗은 사람들에게 도난신고를 하려는 게 아마 유대인 농담인지도 모르지요. 당신이 도둑은 찾지 않고, 도둑맞은 사람에게 뻔뻔한 말을 하는 게 독일 현실입니다. 이봐요, 경감님, 나는 돈을 찾고 싶어요.
<여행자> p.349"

그는 살고 싶었다. 끊임없이 기차를 타고 이동하며 낯선 지역에서 월세방을 계약하기도 하고 국경을 넘으려는 시도도 하며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는 사이 그에게 남은 돈은 3만1천 마르크, 이동하는 열차의 객실안에서 잠깐 잠든 사이 그는 그마저도 모두 도둑맞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찰서에 들어가 사건 접수를 시도한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재산을 뺏고 체포하는데 혈안이 된 독일 경찰들에게 전 재산을 도둑맞았다며 도난 사건 접수를 요청한다.

"나는 이제 권리가 없어. 하지만 그저 이성과 습관 때문에 나에게 아직 권리가 있다는 듯 행동하는 사람이 많아. 나는 사실 그들이 없애려고 하는 기억 덕분에 존재하는 거야. 사람들은 나를 잊었지. 나는 이미 강등됐는데, 그 강등이 아직 공공연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야.
<여행자> p.19"

 독일의 시민이었던 오토 질버만은 유대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범죄자로 '강등'되어 도주하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도주하고 싶어도 떠날 수가 없다. 베를린을 떠나려 했지만 어느 새 또 다시 베를린을 향하고 있는 오토 질버만, 문이 굳게 닫힌 독일안에서 달아날수록 제자리였다. 한 곳에 서서 대재앙이 자신의 몸을 옥죄어오는 것을 느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는 또 다시 여행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 그는 떠날 수 없는 여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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