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스트 인 러브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3월
평점 :

파리의 피아니스트 토마, 그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어쩌면 사랑을 좇아 그와 그의 어머니를 버렸던 아버지 레몽의 탓일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처의 기억 때문인지 자꾸만 사랑을 놓치고 마는 토마에게 자신의 사랑을 이뤄지게 해달라며 아버지가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나 마지막 부탁을 한다. 유령인 아버지가 나타난 것도 믿기 어려운데 그가 하는 부탁은 더 믿기 어렵다. 하지만 마르크 레비의 마법은 늘 그랬듯 나를 사랑에 빠지게 한다. 내 눈앞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설레이는 여름 밤을 펼쳐놓고 그 안으로 걸어가게 만든다. 나조차 잊고 있었던 설레임의 감정을 소환해내고 내가 잃었던 사랑의 능력을 찾게 해주는 마르크 레비의 마법! 이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나는 파리의 피아니스트 토마와 사랑에 빠지는 샌프란시스코의 서점 주인 마농이 된다!
"내 아버지와 당신의 어머니는 20년 넘게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였어요. 침묵 속에서, 두 분에게 주어진 지구 반대쪽의 먼 거리를 넘어서, 그들 시대의 도리를 넘어서.
<고스트 인 러브> p.241"
토마의 아버지인 레몽과 마농의 어머니인 카미유는 오랫동안, 몰래 사랑하는 사이였다. 둘을 떨어뜨려놓기 위해 카미유의 남편인 바르텔은 이민을 결정하게 되고 레몽과 카미유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서신으로 마음을 나눈다. 그러던 사이 5년전 레몽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이제 카미유가 세상을 떠나 둘의 사랑을 이뤄지게 할 의식(?)만 치르면 되는 상황, 토마는 아버지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파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간다. 조문객으로 위장해 카미유의 장례식장으로 잠입하고 얼떨결에 오르간을 연주하고 토파즈 블루색 눈을 가진, 어쩌면 어머니를 잃은 슬픈 그녀의 눈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사람만이 아는 익숙한 슬픔을 확인했을지도 모른다. 곧 사랑에 빠진다.
"저녁에는 바다에서 올라오는 물보라 냄새가 나를 이 풍경에서 먼 곳으로 데려가요. 우리가 함께 바라보던 바다가 아닌 또 다른 바다의 향기를 맡고, 시커먼 파도를 타고 돌아오는 어선들에서 머나먼 어느 반도의 냄새를 맡아요. 내 사랑, 나의 세계, 당신은 잘 알고 있어요, 나는 떠나지 않았다는 걸. 내 마음속의 노래처럼 당신에 대한 추억이 내 안에 있기에.
<고스트 인 러브> 카미유의 편지 중에서 p.299"
마농은 좀처럼 그녀의 어머니가 레몽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토마는 마농의 어머니가 레몽에게 보낸 편지를 건네며 자신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들을 찾아봐달라고 말한다. 어머니가 보냈을 편지를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며 확인하는 사랑의 진심들, 그녀는 토마를 도와주기로 결정한다. 레몽과 카미유가 생전에 못다한 사랑은 당연히(!!) 이루어진다. 여기에 덤처럼 붙어 오은 토마와 마농의 사랑 이야기가, 아마 내 생각엔 나를 더 설레게 하는 요인이다. 토마와 마농이 주고 받는 문자 메시지, 그리고 티격태격하는 듯한 밀당은 여름밤처럼 설렌다. 한 편의 로맨틱 코메디 영화를 본 듯한 느낌. 어쩌면 흔해빠진 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마르크 레비의 사랑 이야기는 항상 새롭고 설렌다.
#고스트인러브 #마르크레비 #작가정신 #작정단 #연애소설 #도서추천 #사랑이야기 #로맨틱소설 #로맨스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