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이정환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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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몇 가지 기회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떠날 수 있는 순간'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책임감도 없이,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기회, 그렇게 떠나도 나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고, 떠나는 것의 홀가분함이 떠나면서 내려놓는 그 모든 것의 기회비용과 비교조차 할 수 없도록 가치롭게 느껴질 때 떠날 수 있다. 떠나야 한다.



떠나기로 작정하고 나서 아주 작은 망설임과 잠깐동안의 머뭇거림으로 또 다시 주저 앉았던 나는, 그때 떠날 수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나는 떠나지 못했다, 그래서 후회한다. 떠난 사람들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시간과 풍경이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달리고 있다는 걸 자각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문득 기차 밖의 세상, 정확히는 놓치고 지나온 길이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빠르고 쾌적한 기차에서 내렸습니다. 함께 출발했던 친구들을 기차에 실어 보내고 길 위에 혼자 서있는 제게 친구들이 다시 묻습니다.

"그래, 떠나보니 어때?"

"쉽지 않아. 그렇지만 정말 행복해."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p. 6"


잘 닦인 기차선로 위를 달리던 쾌적한 기차에서 내린 저자는, 아프리카를 횡단하는 침대 열차에 올라 자유를 채 만끽하기도 전에 상상조차 하지 못할 극심한 무더위와 엄청난 크기의 나방, 바퀴벌레 등과 조우(?)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에티오피아 길거리의 한 노점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아프리카 초원의 하늘 위에 유유히 흐르는 태양의 움직임, 습기가 섞인 바람, 바람의 흐름에 맞추어 흔들리는 꽃들, 주어진 환경에서 욕심부리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동물들(p.35)처럼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만나기도 했다, 여행이 선사하는 선물들을.



"당신의 탓이 아니라고.

죄책감에 힘들어하지 말라고.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뜨거운 피와 깊은 어둠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p. 42"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빅토리아 폭포에서의 번지점프에 도전하겠다며 호기롭게 SNS에 선언까지 했던 저자, '할까 말까 할 때는 하지말자. 포기해도 그렇게 큰일은 나지 않는다.'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 보며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내 아프리카에서 만난 눈이 아픈 소년과 그를 돌보는 형을 만나 혼자 읊조리는 대목에서는 눈물이 쏟아졌다. '언젠가, 안타깝게도 동생이 품에서 떠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너무 힘들어하지 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당신의 탓이 아니라는 말 그리고 죄책감에 힘들어하지 말라는 말.(p.42)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에 담긴 눈이 부신 크로아티아의 하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오로라, 수많은 열기구가 떠 있는 환상적인 하늘의 사진을 보며 보며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떠남에 대한 간절함과 떠나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사진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곳에서 본 모든 것들, 그 순간의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떠나지 못했던 내게 "떠나지 못했더라도 괜찮아."라며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것 같다. 당신이 떠나지 못했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면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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