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여름 - 이정명 장편소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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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부터 몰입감이 상당하다. 어딘가에 하워드 주택이 존재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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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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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새해가 되면 다짐을 한다. 올해는 <러셀 서양철학사>를 독파하겠노라고, <몽테뉴의 수상록>을 완독하겠노라고. 어렵고 불가능한 도전 과제인 줄 알면서도 해마다 계획으로 세우고 실패해 패배감에 휩싸인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어떻게하면 끝낼 수 있을까. 철학에 대해서 아주 약간의 패배감을 안고 있는 나에게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엄청난 자신감을 갖게 했다. 이렇게 재미있고 실용적이며 감각적인 철학서라니!! 시대, 성별, 나라가 모두 다른 14명의 철학자들의 궤적을 쫓아 특급 열차를 타고 여행을 가는 컨셉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산뜻하고 가볍고 또 재미있다. 저자와 철학자들의 흔적을 좇아 함께 여행에 나선 그의 딸의 등장은 매 챕터마다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아름답고 미식이 넘쳐나는 파리에 가서도 맥도널드와 친구와 스냅챗을 하는데 몰두하는 열세 살의 어린 철학자는 이 책의 재미를 더해주는 감초 중의 감초다!



구글에서 '철학자'를 검색하면 수백, 수천 명의 이름이 뜬다. 나는 그중 열네 명을 선택했다. 어떻게? 신중하게. 이 열네 명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혜롭다. 각기 다른 맛의 지혜다. 이들의 삶은 방대한 시간대와 공간대에 자리한다. 열네 명 모두 죽었지만 훌륭한 철학자들은 사실 죽지 않고 다른 이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 지혜는 쉽게 이동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절대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머리말 중에서 p.13


지혜를 사랑했고 그 사랑에 전염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선별한 각기 다른 맛의 지혜를 가진 14명의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여기에 실린, 육체 없는 영혼이 아닌 신체를 가지고 활동적으로 트레킹을 하고 말을 타며 전쟁터에서 싸우고 와인을 마셨으며 사랑을 나누었던, 실용적인 철학자들은 삶의 의미를 찾는 것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사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들은 결코 완벽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몇 시간이고 같은 자리에 서서 무아지경에 빠졌고, 루소는 사람들 앞에서 몇 번이나 엉덩이를 깠다고 한다. 소로는 장미와 대화를 나누고 쇼펜하우어는 자기 푸들과도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지만 이런 결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에게서 즐거운 방법으로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목차를 살펴보고 거의 끝부분인 시몬 드 보부아르 편을 먼저 펼쳐 들었다. 어떻게 하면 보부아르처럼 잘 늙어갈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나에게 가장 많은 좌절감을 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녀의 저서들 중에서 끝까지 읽어낸 것이 별로 없다.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번번이 중도하차하게 한 그녀, 그리고 뗄래야 뗄 수 없는 장 폴 사르트르의 이야기까지 담긴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p.433). 보부아르는 스물두 살에 최연소로 어려운 철학 교수 자격시험에 통과했다. 얼마나 근면하고 유머감각이 없었는지 비버(부지런하고 성실한 동물)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라고 한다. 보부아르는 ' 과거를 받아들일 것, 친구를 사귈 것,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호기심을 잃지 말 것, 프로젝트를 추가할 것, 습관의 시인이 될 것, 아무것도 하지 말 것,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건설적으로 물러날 것,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을 잘 늙어갈 수 있는 열 가지 방법으로 꼽았다. 젋었을 때부터 노화에 집착하고 죽음보다 노년을 더 두려워했던 보부아르는 어떻게 노년을 이해하고 잘 늙어갈 수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학자, 소설가, 작곡가, 에세이 작가, 식물학자였고, 독학자, 도망자, 정치이론가, 마조히스트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졌던 장 자크 루소는 무엇보다 산책을 즐기는 산책자였다. "나 실컷 울어야겠더.", "상상력을 이용해봐", "이게 말이 안 돼도 상관없어. 난 그렇게 느끼니까."라는 어법은 모두 루소가 남긴 유산이다. 무엇보다 휴대가능한 평온함을 선사하는 걷기와 자기 감정에 대해 사고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었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특급 열차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타고 철학자들의 흔적을 좇는다. 장미와 대화를 나누는 괴짜 소로를 따라 월든 호수의 오두막에 들러 몰래 본가에 들러 세탁물을 맡기고 어머니의 음식을 먹는 그를 상상해본다.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침대 속을 늦은 오후까지 벗어나지 못했던 마르쿠스도 상상해본다. 눈부신 지혜를 가졌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던 그들을 보니 지혜를 받아들이는 게 한결 수월하게 느껴진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여행은 열네 명의 철학자들로 끝날 것인가, 아니! 후속편이 시급하다! 또 다른 맛의 지혜를 가진 다른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기다리며 아쉽지만 특급 열차 여행을 마쳐야겠다.








#소크라테스익스프레스 #에릭와이너 #어크로스 #철학서 #소크라테스 #시몬드보부아르 #장자크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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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모자이크 - 뇌는 남녀로 나눌 수 없다
다프나 조엘.루바 비칸스키 지음, 김혜림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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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뇌는 생식기관처럼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남성은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못하고, 여성은 공간감각이 떨어져 주차를 잘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성 고정관념일뿐 사실이 아니다. 애초부터 남자 뇌, 여자 뇌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사람의 뇌는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이 어우러진 독특한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독특한 모자이크라는 것을 <젠더 모자이크>를 통해 알아보자!



런던 택시 운전기사에 관한 연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백 개의 길 이름과 경로를 외운 오랜 시간으로 인해, 런던의 택시 기사들은 해마(기억, 학습, 공간 능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신경 구조)의 용량이 증가했다는 결론을 발표한 연구다. 미로 같은 복잡한 도시의 거리를 운행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택시 기사들의 뇌는 어려운 공간 경험에 대응하게 만들어졌다.

<젠더 모자이크> p.39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뇌는 고정된 기계가 아니다. 유연하게 평생을 거쳐 변하는 것으로 이를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뇌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반대로 우리의 행동이 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즉 뇌의 성별 차이는 살면서 획득되는 것도 있다. 여성과 남성의 특성이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미리 정해진 것인지 후천적으로 외부 영향에서 온 것인지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젠더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아이를 훈육할 때도 나타난다. "남자는 울지 않는 거야." , "숙녀답게 행동해라."처럼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를 다른 기준으로 훈육하게 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아이들에게 젠더의 감정 족쇄를 채움으로써 '능력 장애' 여자아이와 '감정 장애' 남자아이를 길러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맙소사!!)



내가 꿈꾸는 세상에는 젠더가 없다. 성별만 있을 뿐이다. 여성, 남성, 또는 간성의 성기를 가진 인간들이 이 세계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누구는 인형만을, 다른 누구는 공만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은 둘 다를 선택할 것이다. 당신이 사랑하고 행동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인간이 해도 되는 것이라면 당신이 해도 된다.

<젠더 모자이크> p.235


남성과 여성으로만 젠더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어느 정도는 옳지 않다고 본다.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 등의 정체성을 과연 질병으로만 보아야 할까? 어려운 문제지만, 전 인류를 남성과 여성, 생식기를 근거로 두 가지로만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인간의 두뇌는 여자도 남자도 아니며 단지 여자에게서 흔하거나 남자에게 흔한 특징들이 모여 이루어진 고유한 모자이크라고, 이 모자이크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끊임없니 변화한다는 의견이 좀 더 설득력있게 느껴진다.







#젠더모자이크 #젠더 #다프나조엘 #루바비칸스키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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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 자본론으로 21세기 경제를 해설하다
한지원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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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인공지능 로봇, 4차 산업 혁명,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 등 최근 주목받는 경제 이슈들을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풀어낸 책이 나왔다. 바로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자본론에 대한 책들은 참 많지만 이렇게 현재의 경제 이슈들을 접목한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쉽게 해설한다는 이유로 150년전 마르크스의 언어와 사례를 그대로 사용해  현 상황과 조금 괴리감이 느껴지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은 우리가 당장 뉴스나 신문기사에서 접할 수 있는 사례가 용어들이라 더욱 생동감있게 느껴졌다.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언젠가 자본주의는 성장을 멈춘다. 즉 자본론의 작동중지상태란 국가 부도를 맞은 아르헨티나와 저성장 인기위기의 덫에서 수십 년동안 헤어나지 못하는 일본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왜? 자본주의는 멈출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화폐인가? 직장갑질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갓물주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지 가공자본과 지대에 대한 분석 을 통해 '장래희망은 건물주'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에 대해서도 파헤친다.



잉여가치(무급노동)의 독립적 원천으로서 자본은 토지소유와 결합하는데, 이 토지소유는 잉여가치의 일부분을 다음과 같은 한 계급에 이전시킨다. 그 계급이란 노동하지도 않고 노동자를 직접 착취하지도 않으며, 또 이자 낳는 자본처럼 예를 들어 자본을 대출하면서 부담하는 위험이나 희생과 같은 도덕적으로 위안이 될 만한 아무런 근거도 발견할 수 없는 계급이다. 여기에서는 잉여가치의 일부분이 사회적 관계와 직접 결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연요소인 토지와 결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잉여가치의 각 부분들 상호 간의 소외와 화석화의 형태가 완성되고, 내적인 관련은 결정적으로 파열되며, 잉여가치의 원천은 바로 생산과정의 여러 소재적 요소와 결부된 생산관계들이 각기 독립해버림으로써 완전히 은폐된다.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p.197




2014년 국민계정에서 금융중개서비스라고 평가되는 부가가치가 4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액수의 다른 이름은 바로 은행이 예금과 대출을 통해 얻은 이윤을 뜻한다. 예금 금리로 받은 이자는 원금에 소소하게 붙어와 티도 잘 안나는데 대출 금리는 왜 그렇게 높은 건지, 고객에게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며 축적한 부가가치가 40조 원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이 이자가 노동자의 노동과 자본가 자신의 노동과 무관하고 독립적인 원천인 자본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처럼 그 어떤 착취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는다.



토지는 인간이 생산한 것이 아니고 생산할 수도 없지만 개인에게 배타적으로 소유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붙는다. 지주는 다른 시민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토지를 소유할 수 있다. 지대는 소득의 이전일 뿐 이 소득은 사회적 노동의 증가와 관련이 없다. 사회에서 지출된 노동을 임대료나 매각차익으로 이전받는다. 아파트의 가치는 세입자에게 현재와 미래에 지출할 노동 중 일부를 월세로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의 가격이다. 아파트 가격은 가공적이지만, 그가 받는 수입은 실제 노동이다. 자산 소유자는 가공자본을 통해 현재의 노동만이 아니라 미래의 노동까지도 착취할 수 있다. 지대는 곧 노동, 하지만 건물소유주에게 지대가 입금될 때에는 그런 착취의 흔적이 사라진다. 티 안나게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수단이 바로 건물, 땅인 것이다.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는 현재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 경제적 현상 속에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쉽게 해설해내고 있다. 또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냉철하게 직시한다. 기존의 자본론에 관한 해설서들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물 위의 기름처럼 둥둥 뜨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는 명쾌하고 생생한 현재의 모습을 조명한다. 자본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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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 자본론으로 21세기 경제를 해설하다
한지원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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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실적인 자본론에 관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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