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품은 아이 - NASA 연구원 아빠와 엉뚱한 딸의 우주이야기 The 키우다 2
오노 마사히로 지음, 도네가와 하츠미 그림, 이혜령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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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우리나라의 기술로 만든 발사체 누리호가 위성의 궤도 진입은 실패했지만 발사 자체는 성공했죠! 아이들과 함께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생중계 방송을 보며 응원하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로켓, 인공위성, 그리고 우주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과학도서 <우주를 품은 아이>를 소개해 볼게요 :) 동양북스에서 나오는 'The 키우다'시리즈의 두 번째 도서예요.



 


어린이 과학도서 <우주를 품은 아이>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은 화성의 올림푸스산이고 물에 뜨는 것은 토성이라고 답하는 다소 독특한 친구 미짱이 등장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산이 화성의 올림푸스산이라는 대답은 틀렸다, 정답은 에베레스트 산이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우울해하는 우리 미짱! 그런 미짱을 보고 미짱의 아빠는 "세계라는 걸 지구에 한정하다니, 지금이 16세기인가?"라며 한술 더 뜹니다 ㅎㅎ 





이 부녀, 뭔가 매력 있는데요!?  우주를 너무 사랑해서, 우주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다른 사람의 눈에는 조금 독특해 보이는 미짱에게 아빠는 힘내라고 위로하지 않아요. 우주를 사랑했던 수많은 과학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줍니다. 또 그들이 즐겨 읽었던 쥘 베른의 SF 소설을 선물해요.





우울해하는 미짱에게 로켓의 아버지 치올콥스키, 고다드, 오베르트가 즐겨 읽었던 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를 건네며 조금은 괴짜처럼 독특했던 과학자들에 대해 이야기해줍니다. 쥘 베른이 소년 시절 바다를 동경하고 먼 나라에는 어떤 사람이나 생물이 있을까 상상했을 때 그 마음 깊은 곳에서 태어난 그 '무언가'는 그가 어른이 되어서 쓴 SF 소설의 말들 속에 깃들었고 그것은 또다시 많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을 거라고요.





“그럼,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야. 세상은 넓으니까. 나를 닮은 사람이 의외로 많이 있거든. 중요한 건 어렸을 때 가진 상상력을 잃지 않는 거야. 외로울 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울리면 돼. 하지만 상상력의 불씨만큼은 꺼지지 않도록, 확실히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 두면서 비바람이 몰아쳐도 지켜내야지. 고집이 센 건 미짱의 특기잖아? 분명 미짱은 트라피스트 1에 갈 수 있을 거야. 어제의 꿈은 오늘의 희망이 되고, 내일의 현실이 된다.”

< 우주를 품은 아이> p.82



자신과 대화가 통하는 친구가 없다며 우울해하는 미짱에게 아빠는 자신도 그랬다고, 하지만 점점 클수록 만나는 세상이 넓어지고 여러 사람과 만나는 동안, 꿈과 우주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찾게 됐다고, 그러니 너무 우울해하지 말라고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도 해줍니다. 세상은 넓고, 나를 닮은 사람이 의외로 많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렸을 때 가진 상상력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요. 상상력의 불씨만큼은 꺼지지 않도록, 확실히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 두면서 비바람이 몰아쳐도 지켜내야 한다고도 말이에요.





과학도서 < 우주를 품은 아이>의 저자인 오노 마사히로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기술자로 일하고 있는 나사 연구원이에요. 화성 로버 퍼서비어런스의 자동 운전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지상관제에 관여하는 일 외에도 장래의 우주탐사기 자율화를 위해 다양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딸 미짱을 키우는 육아 대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 우주를 품은 아이>에 실린 짧은 컬럼은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청소년, 나아가 어른인 저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또 아이의 눈높이에서 쓰인 과학책이라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가 있었어요. 우주와 로켓 개발 과정이나 우주 개발의 미래에 대해 궁금한 친구들, 우주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읽으면 좋은 어린이 과학책입니다! 찐 사심을 담아 추천하는 과학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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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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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드라마 보는 걸 좋아하고 연애 소설 읽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사랑이란 무엇인지,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어 끝을 맺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욕조가 놓인 방>은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존재 자체를 쫓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종합상사에 근무하는 남자로 멕시코 출장 중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자신의 영어가 통하지 않아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한국인 여자가 나타나 상황을 해결해 준다. 그 후 고대 마야문명의 유적지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와 나눈 키스의 강렬함에 사로잡힌다. 



그와 아내는 아슬아슬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내는 첫사랑이었던 남자와 만남을 갖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알고도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 멕시코 출장에서 한국에 다시 돌아온 그는 지방의 H 시로 발령을 받는다. 아내는 그와 함께 지방으로 떠나지 않겠다고 하고, 그는 도리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문득 H 시에 멕시코에서 만났던 그녀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그녀를 만난다. 

 

 

타인을 연민하는 것은, 자신에게로 향하는 연민을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그러나 교활한 수단이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었다. 예컨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당신은 타인을 동정한다. 당신이 애처로워지지 않기 누군가가 애처로워야 하는 것이다.

<욕조가 놓인 방> p.66


1년여 만에 재회하며 그녀는 자신의 남편과 아들이 비행기 사고로 죽음을 맞은 일을 털어놓는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그 아픈 상처를 드러내놓는 그녀에 대한 묘한 감정으로 둘의 동거는 시작된다. 연민, 애처로움, 동정. 그는 그 여자에게 느낀 감정들로 자신에게 향하는 연민을 차단시켜버렸다. 남편과 아들을 비행기 사고로 잃은 후 여자는 물에 집착한다. 바다의 투명한 물빛을 바라보며 '수장이야말로 가장 정결한 죽음'이라 말하기도 하고, 방에 욕조 하나만 두어 침대에 눕듯이 물이 담긴 욕조에 들어가 잠을 잔다. 그녀는 욕조 안의 물과 섞인 채 고요하게 잠에 들지만, 남자는 찰랑이는 물소리 때문에 점점 불편함을 느낀다. 결국 둘의 동거는 한 달 만에 끝이 난다.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당신이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의 자유는 차압당한다. 롤랑 바르트는 사랑하는 사람은 곧 언제나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아무리 기다리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기다리게 된다고, 아무리 여유를 부려도 항상 너무 빠르다고, 기다리는 것이 사랑의 속성이라고 정의했다. 

<욕조가 놓인 방> p,91


둘의 동거가 끝난 뒤, 남자는 오래도록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그는 온종일 그녀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어 자유를 차압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루 종일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액자와 면도기를 가져가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로 그녀의 집을 찾아가야만 한다고 자기 합리화한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그녀는 집 어디에도 없다. 세상을 축소시켜 단 두 사람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사랑의 힘은, 자기 자신과 그 혹은 그녀만이 유일한 인류로 보이게 작용한다. 반대로 사랑이 시들해지면 유이한 인류였던 그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된다. 사랑이 끝나고 나서야 스며드는 법을 알게 된 그 남자는 사랑이 없음을 확인하며 그 존재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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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지는 책
워리 라인스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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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안의 '걱정이'는 무엇을 걱정하느라 바쁜가요? 저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하는 제 안의 어떤 존재를 '걱정이'라고 이름 붙여주었어요. 그리고 그 친구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늘 애를 쓴답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하루종일 걱정, 걱정, 걱정...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하나하나 따져보면 다 의미없는 걱정뿐인데도, 걱정하는 걸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표지에서부터 긍정의 힘이 느껴지는 <기분 좋아지는 책>을 보고 너무 반가웠답니다. 



둥글둥글한 그림체, 다정한 미소. 이 일러스트 어디선가 본 적이 있지요? 바로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의 일러스트를 그렸던 워리 라인스 작가님의 작품이랍니다. 80만 팔로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워리 라인스가 쓰고, 그린 첫 번째 책 <기분 좋아지는 책>이에요. 이 책이 또 반가웠던 이유는, 바로 '걱정이'가 등장해요. 그리고 '희망이'도 함께 등장하죠. 여러분 안에 있는 '걱정이'를 끄집어내서 <기분 좋아지는 책>에 나오는 걱정이와 한 번 비교해보세요! ㅎㅎ



“있잖아,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진 말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네가 만든 책을 읽고 싶어 할 사람이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해?”

“응, 희망이가 그러는데...”

“역시 희망이 그놈이 문제였군.”

 <기분 좋아지는 책> p.30




“책을 만드는 건 똑똑한 사람들에게도 힘든 일인데, 하물며 너 같은 애한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지! 내 조언을 들어보겠어?”

“아니, 괜찮아.”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어.”

“살다 살다 그렇게 힘 빠지는 조언은 또 처음 들어본다. 걱정이 넌 저리 가. 난 희망이를 찾아서 같이 책을 만들 거야.”

“그러셔? 나한테서 빠져나갈 자신이 있으면 어디 한번 해보시지!”

<기분 좋아지는 책> p.45~46





<기분 좋아지는 책>의 주인공은 바로 저자인 워리 라인스입니다. 그리고 걱정이는 '워리'죠. 두 명의 워리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퍽 귀엽고 재미납니다. 자신의 첫 책을 쓰고 그려야하는 워리 라인스, 그동안 SNS상에서 짧은 글과 그림만 그려온 그가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일은 늘 꿈꿔왔던 일이지요. 얼마나 기뻤을까요? <기분 좋아지는 책> 속의 워리라인스가 신이 나서 작업을 하려던 차에 또다른 워리, 즉 걱정이가 말합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네가 만든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해?" 라든가,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어."라고요. 아, 진짜! 걱정이 멱살 한 번 잡아야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다들 이런 경험 있으시죠.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할 때, 설레고 가슴 벅차는 한편 슬그머니 피어오르는 불안의 마음... 애써 떨쳐보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고, 결국 불안한 마음에 져버리고 말았던 적이 저도 참 많거든요. 그런데 <기분 좋아지는 책> 속의 워리 라인스는 웃음을 머금은 채 걱정이의 부정의 말들에 하나하나 대응을 해주네요.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워리 라인스가 쓴 책의 헌사를 소개하는 부분이에요. '이 책을 당신에게 바칩니다.'라는 문구 위에 다양한 그림이 실려 있는데요. 용감한 걱정꾼, 마음이 늘 무거운 사람, 깜빡깜빡하는 사람 등등 단순해보이지만 그 안에 밀도 깊은 다정함이 깃들어 있어요. 워리 라인스가 다양한 걱정을 가진 독자들에게 보내는 처방전들도 하나하나 사랑스럽죠. 마음이 힘들 때, 걱정이가 자꾸 내 마음 전체를 차지하려고 들 때 하나씩 펼쳐보면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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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첫 한자 : 기초 한자 1 - 초등 입학 전, 즐거운 공부 기억을 만드는 시간! 7살 첫 한자
징검다리 교육연구소 지음 / 이지스에듀(이지스퍼블리싱)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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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상당 부분이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어서 한글과 한자를 함께 배워야만 언어의 개념이 탄탄해진다고 해요. 하루에 한장씩! 어린이학습지 <7살 첫 한자>으로 한자를 배워보기로 했어요. 



 


어린이학습지 <7살 첫 한자>는 초등학교 입학 전 유아의 눈높이에 세심하게 맞춘 한자 책이랍니다. 아직 한자를 공부하지 않은 초등학생 아이에게도 추천하는 한자 교재예요.



어린이학습지 <7살 첫 한자>는 1편과 2편이 있어요. 1,2편에 8급 한자 50자 중에서 38자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급수 준비하는 아이들이 보아도 좋을 책이랍니다. 



어린이학습지 <7살 첫 한자>를 살펴보면 숫자, 위치, 크기와 양, 요일, 가족, 몸처럼 아이의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주제의 한자들이 담겼어요. 아이들이 한자를 완벽하게 익히기보다는 한자를 자주 접하고 친해진다는 개념으로 시작해보고 있어요.



 


어린이학습지 <7살 첫 한자> 교재를 보면 달력의 숫자와 요일을 한자로 바꿔보고, 빈칸에 들어갈 한자들을 채우는 활동을 놀이처럼 할 수 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 속 한자 어휘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입학 후 아이들의 독해력 향상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되네요~



 


어린이학습지 <7살 첫 한자> 하루에 한 장씩 한자 익히기! 그림이 변하여 글자가 된 그림 문자인 한자는 이미지를 활용해 배우는 것이 효과적인데요. 교재 어린이학습지 <7살 첫 한자>를 보면 알록달록 재미있고 예쁜 삽화가 실려 있어요. 



 


7살의 한자 학습은 쓰기보다는 읽기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요. 어린이학습지 <7살 첫 한자>는 무작정 써서 외우기보다는 한자의 음을 잘 읽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해요. 이제 조금씩 한자 공부하며 한자 공부에 재미를 익히기 시작하는 우리 쌍둥이들 :)



한자 공부도 엄마표 홈스쿨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다! :) 하루에 조금씩 해나가면서 한자 급수 시험에도 도전해보려고 해요. 한자 공부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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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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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이고 브랜드인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소설이 어떻게 재미있고 어떤 반전이 있고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게이고의 작품이다,라는 한 마디만으로도 재미가 보증되는 느낌은... 저만 그런 게 아니잖아요? :)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재미없는 소설을 찾는 게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고 그가 내는 추리소설마다 족족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것도 소설의 재미를 증명하는 것 같다. 이번에 읽은 <몽환화> 역시, 당연히 재미있었다. 그가 장장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인 작품이라는 사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던 촘촘한 웰메이드 추리소설이다. 





일본 추리소설 <몽환화>는 두 개의 프롤로그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느 이른 아침, 이제 막 한 살이 된 아이를 안은 아내가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는 평화로운 장면에 난데없아 긴 일본도를 든 남성이 등장한다. 이른바 묻지마 살인사건! 이 남성은 미친 기세로 사람이 보이는 족족 칼을 휘두르고 부부 역시 즉사한다. 아내에게 안겨 있던 아이는 무사할까, 궁금증이 드는 순간 화면은 전환된다. 나팔꽃 박람회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중학생 소타, 학생의 본분을 잊고 딴 데 한눈 판다는 아버지의 불호령에 그의 첫사랑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별을 맞게 된다. 이 두 가지 이야기를 꼭 기억해두어야 한다. 두 프롤로그에서 돋아난 이야기가 무성하게 줄기를 뻗어 벽 하나를 푸르게 잠식해버린 신비로운 덩굴 담이 연상되는 추리소설 <몽환화>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두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겠는 상황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시 두 개의 죽음을 독자에게 내민다. 이제 막 주류 시장으로 진입을 앞둔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리더 나오토의 자살과 그의 조부인 슈지의 피살 사건. 앞서 등장한 프롤로그에 이어진 두 죽음, '아... 도저히 모르겠어...!'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직 월드에 기꺼운 마음으로 입장했다!





한때 수영 유망주로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던 리노는 갑자기 수영을 그만둬버린다. 삶의 목표와 방향을 잃고 가끔 홀로 계신 할아버지 댁을 찾아 대화를 나누는 게 유일한 삶의 낙이었던 그녀. 학교 수업을 마친 후 할아버지와 함께 먹을 와플을 사서 그를 방문한 어느 날,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자신과 통화했던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된다. 할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리노는 할아버지의 집안에서 사라진 무언가를 감각해낸다. 사건은 진척 없이 난항을 겪고 리노는 직접 범인을 잡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중 소타를 만나게 된다.



"나도 말이야, 너와 똑같았단다. 네 아버지와는 피를 나눈 남매인데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 딱히 언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잠깐이지만 벽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나한테 뭔가를 숨기는 것 같았거든." 아야코가 창을 등지고 소타를 바라봤다. "하지만 소타, 그건 말이야,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p.119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저를 응원해 주었어요. 시합이 있으면 멀어도 꼭 와주셨고요. 그러면서도 올림픽 같은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리노가 수영하는 걸 보는 게 좋다고만 하셨죠. 수영을 그만둔 후에도 왜 그만뒀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어요. 틀림없이 누구보다 슬퍼하셨을 텐데.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내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지만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걸 알고 계셨던 거죠." 

p.283


리노와 소타는 처음 보는 사이지만 어쩐지 서로가 편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소외된 듯한 리노, 가족과 유대감이라곤 없는 소타, 둘이 서로에게서 같은 종류의 외로움을 느꼈기 때문일까. 리노는 소타에게 말한다. "우리, 어딘가 닮았어요. 열심히 자기가 믿은 길을 선택했는데 어느새 미아가 되어버렸네요." 둘은 함께 힘을 합쳐 사건의 진상에 차츰차츰 가까워진다. 그리고 사건의 모든 비밀과 핵심을 알고 있는 키 맨이 등장해 모든 비밀을, 몽환화에 얽힌 모든 것을 낱낱이 해소해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몽환화>에는 요즘 흔하디 흔한 치정, 복수 그 어떤 '매운' 소재가 1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라면 응당 지켜야할 도의, 도덕, 소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토록 건전하게 재미있는 순한 맛의 장르소설이라니! <몽환화>에서 소타가 한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맴돌았다.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 그냥 내버려둬서 사라진다면 그대로 두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받아들여야 해. 그게 나라도 괜찮지 않겠어?" 잠깐 잊고 있었던 나의 소명에 대하여, 내가 무엇에든 누군가에든 진 빚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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