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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지는 책
워리 라인스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4월
평점 :

당신 안의 '걱정이'는 무엇을 걱정하느라 바쁜가요? 저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하는 제 안의 어떤 존재를 '걱정이'라고 이름 붙여주었어요. 그리고 그 친구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늘 애를 쓴답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하루종일 걱정, 걱정, 걱정...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하나하나 따져보면 다 의미없는 걱정뿐인데도, 걱정하는 걸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표지에서부터 긍정의 힘이 느껴지는 <기분 좋아지는 책>을 보고 너무 반가웠답니다.
둥글둥글한 그림체, 다정한 미소. 이 일러스트 어디선가 본 적이 있지요? 바로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의 일러스트를 그렸던 워리 라인스 작가님의 작품이랍니다. 80만 팔로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워리 라인스가 쓰고, 그린 첫 번째 책 <기분 좋아지는 책>이에요. 이 책이 또 반가웠던 이유는, 바로 '걱정이'가 등장해요. 그리고 '희망이'도 함께 등장하죠. 여러분 안에 있는 '걱정이'를 끄집어내서 <기분 좋아지는 책>에 나오는 걱정이와 한 번 비교해보세요! ㅎㅎ
“있잖아,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진 말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네가 만든 책을 읽고 싶어 할 사람이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해?”
“응, 희망이가 그러는데...”
“역시 희망이 그놈이 문제였군.”
<기분 좋아지는 책> p.30
“책을 만드는 건 똑똑한 사람들에게도 힘든 일인데, 하물며 너 같은 애한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지! 내 조언을 들어보겠어?”
“아니, 괜찮아.”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어.”
“살다 살다 그렇게 힘 빠지는 조언은 또 처음 들어본다. 걱정이 넌 저리 가. 난 희망이를 찾아서 같이 책을 만들 거야.”
“그러셔? 나한테서 빠져나갈 자신이 있으면 어디 한번 해보시지!”
<기분 좋아지는 책> p.45~46
<기분 좋아지는 책>의 주인공은 바로 저자인 워리 라인스입니다. 그리고 걱정이는 '워리'죠. 두 명의 워리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퍽 귀엽고 재미납니다. 자신의 첫 책을 쓰고 그려야하는 워리 라인스, 그동안 SNS상에서 짧은 글과 그림만 그려온 그가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일은 늘 꿈꿔왔던 일이지요. 얼마나 기뻤을까요? <기분 좋아지는 책> 속의 워리라인스가 신이 나서 작업을 하려던 차에 또다른 워리, 즉 걱정이가 말합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네가 만든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해?" 라든가,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어."라고요. 아, 진짜! 걱정이 멱살 한 번 잡아야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다들 이런 경험 있으시죠.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할 때, 설레고 가슴 벅차는 한편 슬그머니 피어오르는 불안의 마음... 애써 떨쳐보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고, 결국 불안한 마음에 져버리고 말았던 적이 저도 참 많거든요. 그런데 <기분 좋아지는 책> 속의 워리 라인스는 웃음을 머금은 채 걱정이의 부정의 말들에 하나하나 대응을 해주네요.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워리 라인스가 쓴 책의 헌사를 소개하는 부분이에요. '이 책을 당신에게 바칩니다.'라는 문구 위에 다양한 그림이 실려 있는데요. 용감한 걱정꾼, 마음이 늘 무거운 사람, 깜빡깜빡하는 사람 등등 단순해보이지만 그 안에 밀도 깊은 다정함이 깃들어 있어요. 워리 라인스가 다양한 걱정을 가진 독자들에게 보내는 처방전들도 하나하나 사랑스럽죠. 마음이 힘들 때, 걱정이가 자꾸 내 마음 전체를 차지하려고 들 때 하나씩 펼쳐보면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