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크릭의 아이들 - 끝까지 진실을 숨기긴 어렵다 미래주니어노블 18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임윤정 옮김 / 밝은미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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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전학생의 등장이 흔들어 놓은 교실, 그 안에서 빛나는 건 결국 아이들 스스로의 성장과 용기”


<폰 크릭의 아이들>은 전학생 한 명의 등장으로 시작되지만, 곧 그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새로운 인물이 가져온 작은 파문은 교실 구석구석을 흔들며, 아이들 마음속 깊은 곳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오키드 메이슨이라는 특별한 존재를 통해 드러나는 변화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서로 다른 목소리와 내면을 가진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확장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인물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점이다. 조심스럽지만 다정한 마음을 품은 아이, 겉으론 당당해 보여도 내면에 불안을 감춘 아이, 다른 이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진짜 모습을 숨기려는 아이 등. 작가는 이처럼 각자의 결을 가진 아이들의 목소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다채로운 이야기의 무대로 바꿔 놓는다. 아이들의 성격과 고민이 서로 얽히고 부딪히는 장면들은, 독자로 하여금 그 속에 함께 앉아 있는 듯한 몰입감을 안겨 준다.

오키드 메이슨은 변화의 불씨가 되어 이 세계에 들어오지만, 이야기를 주도하는 것은 결국 폰 크릭의 아이들이다. 신비로운 전학생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독자는 단순한 반전의 쾌감보다도 아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받아들이고,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서 더 큰 울림을 느끼게 된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나는 마치 폰 크릭 중학교의 교실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 듯했다. 아이들의 웃음과 갈등, 불안과 용기가 교차하는 순간마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기분이 들었다. 제한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서사는, 오히려 아이들 개개인의 빛깔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 주었다.

<폰 크릭의 아이들>은 성장기의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우정과 용기를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는 불완전한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닮아 있는 존재들인지, 또 서로의 다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 책은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책을 덮고 나서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 가는 듯한 여운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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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챙겨
김영희 지음 / 상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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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자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며 자란 세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첫 장부터 낯익은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 듯 반가웠다. 단 한 권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돈 기분이 들었지만, 묘하게도 전혀 무겁지 않다.

저자는 한 여행지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그곳에서 느낀 감정과 에피소드를 간결하고도 강렬하게 전한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그 장소가 더 궁금해진다. 마치 살짝 맛만 보여주고 “이제 네가 가서 확인해봐”라고 하는 듯하다. 여기에 직접 그린 그림이 더해져, 활자로만 전해지던 장면이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읽다 보면 단순한 여행담을 넘어 저자의 삶에 대한 철학도 묻어난다. 몇몇 이야기는 잠자리에 누운 딸아이에게도 읽어주었는데, 마운틴 고릴라를 다룬 ‘지구의 주인이라는 착각’, ‘해발 4,300m에서 목욕하는 법’, ‘인생엔 옆으로 난 길도 많다’ 같은 에피소드는 우리 모녀의 대화거리가 되었다.

책은 지각(땅)을 밟는 여행에서 시작해, 지각(깨달음)에 이르는 여행으로 마무리된다. 덮고 나면 가방을 메고 길을 나서고 싶은 마음과, 지금 이 자리에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시선이 함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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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보건실 냥쌤 2 - 마녀 할머니의 비밀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 2
주미 지음, 김이주 그림 / 돌핀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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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고 나서 한동안 냥쌤 이야기를 종종 하던 우리 아이, 2권이 나오자마자 눈이 반짝였다. 책을 펼치자마자 귀여운 고양이 보건 선생님 냥쌤과 엉뚱하지만 속 깊은 귀신 욜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웃음과 긴장,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이 가득하다.

이번 권의 이야기는 단순히 재미에서 그치지 않는다. 뺑소니 사고, 심폐소생술, AED 사용법처럼 실제 생활에 꼭 필요한 보건·안전 지식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아이는 책 속 사건을 따라가며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해” 하고 스스로 말할 만큼 많이 배웠다. 부모로서 이런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참 고맙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야기 속에서 ‘서로를 지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는 점이다. 냥쌤의 다정한 손길, 욜의 은근한 배려는 그저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을 넘어,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느끼게 해 준다.

그림 또한 이번에도 큰 매력이다. 따뜻한 색감, 살아 있는 표정, 장면 속 작은 디테일까지 아이와 함께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그림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곱씹게 된다.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은 단순한 동화가 아니다. 웃음과 설렘, 감동과 배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이야기다. 읽는 동안은 즐겁고, 읽고 나서는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이 시리즈를 아이 책장에 꼭 전권으로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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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알바트로스 알바트로스
신유미 지음 / 달그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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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날지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알바트로스>는 조용히 옆에 앉아주는 책이다.
뭔가 대단한 말을 건네기보다는, 가만히, 천천히 말을 꺼낸다.
너무 커서 날 수 없지만 그 대신 뚜벅뚜벅 걸어가는 알바트로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걷고 있는 이 길도 괜찮다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느낌이 든다.

특별한 사건도, 큰 반전도 없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더 큰 위로를 받게 된다.
햇살이 꽃을 피우는 순간, 잔잔한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맑은 연못에 비친 나의 모습.
사소하고 평범한 풍경 속에서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게 된다.

특히 좋았던 건 책에 담긴 음악이다.
QR코드를 통해 작가가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피아노 곡을 들을 수 있는데,
그 음악은 여운을 남긴다기보다는 마치 “힘들지? 그래도 괜찮아, 잘하고 있어” 하고
나직이 응원해 주는 듯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 그 따뜻한 격려가 함께 얹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꿈을 이루는 순간보다,
그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말해준다.
꿈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밟고 있는 지금 이 길 위에 있다고.

조용하지만 따뜻한 그림, 글, 음악이 어우러진 이 책은
지금 ‘아직’ 날고 있지 못한 이들에게,
그리고 그럼에도 꿋꿋이 걷고 있는 이들에게,
가만히, 단단한 응원을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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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라운드 마음이 자라는 나무 45
설재인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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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라운드>, 주먹만큼이나 뜨거운 마음의 이야기

꿈이 뭐냐고 묻는 그 질문, 사실은 참 무섭다.
열일곱 살 김온해는 그 질문을 처음 받는다. 매일 새벽 러닝, 복싱장 청소, 새끼 코치. 그냥 열심히 살아왔을 뿐인데,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말 앞에 툭 하고 멈춰 서게 된다.

온해는 착한 아이다. ‘미원2동의 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도 세상은 온해를 향해 쉽게 손가락질한다. 대학 안 간다고, 공부 안 한다고, 다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저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드림 라운드>는 그런 온해가 목사 유령과, 꿈이 부담스러운 친구 윤아와, 사람을 망치고 싶어 하는 눈알 천사를 만나 함께 꿈을 묻고, 삶을 고민하고,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소설이 좋았던 건, “꿈을 꼭 가져야 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누군가에겐 꿈이 한때의 열병처럼 스쳐가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이기도 하다. 그걸 애써 외면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같이 붙들고 있어주는 이야기였다.

“삶은 한 번 지면 끝나는 경기가 아니다”

복싱처럼,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링 위에서 싸우고 있다. 때로는 쓰러지고, 때로는 숨이 차오르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게 끝은 아니라고, 다음 라운드는 남아 있다고, 이 책은 그렇게 조용히, 단단하게 말해준다.

꿈을 몰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야기,
넘어져도 다시 설 수 있다고 말해주는 이야기.
<드림 라운드>는 그런 책이다.
오늘도 나만의 링 위에 서 있는 모두에게, 이 따뜻한 응원의 한 권이 닿기를 바란다.

“꿈이란 것은…….”
목사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그건, 네가 평생 숨 쉬듯 해야 하는 말 같은 거야. 그만 하면 잃게 되잖아.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끝없이 그 꿈 이야기를 해야 해.”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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