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챙겨
김영희 지음 / 상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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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자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며 자란 세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첫 장부터 낯익은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 듯 반가웠다. 단 한 권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돈 기분이 들었지만, 묘하게도 전혀 무겁지 않다.

저자는 한 여행지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그곳에서 느낀 감정과 에피소드를 간결하고도 강렬하게 전한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그 장소가 더 궁금해진다. 마치 살짝 맛만 보여주고 “이제 네가 가서 확인해봐”라고 하는 듯하다. 여기에 직접 그린 그림이 더해져, 활자로만 전해지던 장면이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읽다 보면 단순한 여행담을 넘어 저자의 삶에 대한 철학도 묻어난다. 몇몇 이야기는 잠자리에 누운 딸아이에게도 읽어주었는데, 마운틴 고릴라를 다룬 ‘지구의 주인이라는 착각’, ‘해발 4,300m에서 목욕하는 법’, ‘인생엔 옆으로 난 길도 많다’ 같은 에피소드는 우리 모녀의 대화거리가 되었다.

책은 지각(땅)을 밟는 여행에서 시작해, 지각(깨달음)에 이르는 여행으로 마무리된다. 덮고 나면 가방을 메고 길을 나서고 싶은 마음과, 지금 이 자리에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시선이 함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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