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울지 않는 달
이지은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평점 :
부서지고 작아지면서도 빛나는 존재의 의미”
하늘에서 떨어진 달, 그리고 전쟁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와 늙은 늑대. <울지 않는 달>은 동화 같은 서정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묻는 이야기다. 존재하는 이유를 몰라 방황하던 달은 어느 날 땅으로 추락하고, 아이와 늑대 카나를 만나며 처음으로 자신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먹이고, 지키고, 곁을 내어 주는 순간, 달은 더 이상 기도를 받아 주기만 하는 하늘의 존재가 아니라, 땅 위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이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달이 점점 변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를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과정에서 달은 점점 작아지고 금이 가지만, 역설적으로 그 과정 속에서 더 단단해진다. 어쩌면 사랑이란, 행복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부서지며, 작아지면서도 그 안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이한다. “다 부서지고 작아지면 별이 되나 보지.” 라는 달의 말이 가슴을 저민다.
달이 떨어져 인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처음 만난 존재, 늑대 카나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그는 마치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모른 채 살아가던 달에게 ‘함께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존재다. 인간의 언어를 모르는 카나는 그저 아이를 지키고 보살피는 일에 온 힘을 다한다. 그의 행동은 말보다 더 강력하게 달에게 영향을 미친다. 카나의 헌신적인 모습 속에서 우리는 관계의 진정성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카나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무한한 보호 본능은 달이 처음으로 배우는 중요한 교훈이기도 하다. 카나는 결국, 그 누구보다 달과 아이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
달이 사라진 후에도 끝내 이별이 되지 않는다. 부서지고 작아져 마침내 다시 하늘로 돌아간 달은, 여전히 아이 곁을 맴돈다. 달빛이 되고, 달그림자가 되어 아이와 놀아주고 지켜본다. 떠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부서진다고 해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는 것이다.
한때 사라지고 싶었던 달이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만들어 가듯,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지 모른다. 부서질지라도, 반달이 될지라도, 우리는 서로를 지키며 함께 살아간다.
이지은 작가님의 첫 소설답게, 그림책에서 보여 준 따뜻한 감성과 아름다운 문장이 조화를 이루며 독자를 감싸 안는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밤하늘의 달을 바라볼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 그리고 우리를 사랑해 준 이들의 흔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