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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책을 보며 떠오르는 두 장르의 작품이 있었다.
"어서 더 멀리 날아가. 네가 원하는 만큼, 어디까지든…“ p 300
한편은 뮤직비디오 On your mark
일본 남성 듀오 차게 앤 아스카의 노래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7분짜리 영상이다.
폐허가 된 미래도시. 연구실에 갇힌 날개달린 소녀를 구하는 두 청년.
오래전 모 개그맨의 “그래! 결심했어!” 외치며 두 가지 행동으로 인해 달라지는 결론을 맛보게 한 인생극장처럼 같은 인물, 다른 시간 배열, 구성 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이야기가 흥미로운 애니메이션이었다.
마지막 빨간 차에 나란히 유영하듯 날아가는 날개달린 소녀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다른 한편은 타이틀은 생각 안 나지만 공중파의 환경다큐멘터리였다.
서울 하늘 아래 개체 수가 많은 새, 비둘기.
더 이상 날지 않는 새, 먹기 위해 사는 새, 닭둘기 등
88올림픽 평화의 상징, 현재는 거리의 무법자이자 환영받지 못한 새.
“전 비둘기가 싫어요. 징글징글 합니다.
아무거나 주워 먹어서 몸은 뒤룩뒤룩, 깃털은 먼지 색깔에…” p 28
비둘기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다.
비둘기 포비아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새어 나오는 신음을 입으로 막아가며 봐야했다.
(강의의 참고 영상 중 하나였기에 나에게는 시청 거부권이 없었다.)
하지만 여태의 다큐멘터리와는 달랐다.
카메라는 시종일관 인간의 시선이 아닌 비둘기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들의 일상을 촬영했다.
카메라는 마치 비둘기 인양 땅에 딱 붙거나,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그런 시선으로 비둘기를 담아냈다.
비둘기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
위협이 가득한 무법지대 서울
사람들을 피해서, 경쟁자를 피해서, 도처에 깔린 장애물을 피해서
그러면서도
먹고, 마시고, 자고, 사랑하고, 번식하는
생명체로서의 비둘기의 생로병사에 나도 모르는 몰입했던 작품이다.
공포와 혐오의 존재가 아니라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비둘기를 봤던 거 같다.
비둘기는 비둘기다.
그 자체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 비둘기가 왜 싫은 거지?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난다.
☆
버드 스트라이크 Bird strike
조류 충돌
항공기의 이책륙 및 순항 중 조류가 항공기 엔진이나 동체에 부딪히는 현상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새도 항공기도 엄청난 타격을 주는 충돌이라고 한다.
책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사건.
버드 스트라이크.
익인들의 청사 습격 사건.
보통의 익인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익인 청년이 사로잡힌다.
익인 청년은 청사의 우두머리 시행의 이복 여동생을 인질로 삼아 탈출한다.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코끝이 시큼해지는 이 소설의 남녀 주인공,
루와 비오의 만남이 시작되는 사건이 제목과 같은 버드 스트라이크다.
1. 공동체 안에서 이질적인 존재였던 소년과 소녀, 그들의 성장 소설
청사 안에서 환영받지 못한 그래서 움츠러들었던 소녀 루는
익인들 사이에서 피도 모습도 조금 다른 혼혈 익인 소년 비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저는 제가 저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 말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었다.
청사의 다른 잘 나신 분들 눈에 자신은 노동자와 같은 신분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안다는 것과, 그에 앞서 사람은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평생 청사에서 부족함 없이 떠받들려 살아오고 정해진 대로 약혼을 한 탄에게 그 의미가 잘 전해졌을지는 미지수였다. p24
청사에서 눈에 띄지 않도록 그림자처럼 생활했던 루는 비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비오에 대한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차별에 맞서 억눌렸던 자신의 생각, 감정, 주장을 꺼내며 스스로 성장한다. 소극적인 자세에서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일인분으로서 성장한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의 휴식처로 남을 마음이 없어. 그래서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땅을 떠나기로 한 거야.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그럼에도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유한한 인간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이라고 생각하니까. p295
순혈종이 아닌 혼혈, 보통의 익인과는 다른 자신의 날개,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고, 어느 부분 체념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자신을 대변해 주는 루와 루로부터 시작된 작지만 확실한 마을의 변화를 느낀다, 현실 회피가 아닌 진정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고민하며 여행을 떠난다.
얼룩의 자리를 옆은 기대감이 채워 나갔다. 비오는 한 명의 당연한 익인이었다. 도대체 날개가 있는데 익인이 아니라면 뭐란 말일까? p 157
2. SF·미래·판타지를 표방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
다른 도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신기하게 여겨질 테지. 좋은 말로는 신기하게, 평범한 말로는 낯설고 어색하게, 서로가 서로를 불길한 이물질로 느끼고 영원히 불가해한 평행선을 그릴 테고, 그 평행선을 잡아 꺽어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당기는 것이 연구자의 본능일지도 모르지만, 너는 무엇보다도 그 임무에 잘 어울리는 자질을 타고 났지만…“ p147
“우리는 우리를 지켜야 하니까요.” p 120
익인들의 모습과 생활은 제3세계의 공동체를 연상시켰다.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 필요한 만큼만 만들고 쓰는 삶,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
도시인들의 모습은 우리 현실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는 삶. 그로 인해 희생되는 동물과 자연들.
값싼 노동력으로 고용하고, 착취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불편한 모습들.
또 정상·보통이란 명목으로 행해지는 각종 차별들이 떠올랐다.
“비오와 같은 아이를 품지 못할 만큼, 초원조의 날개는 그렇게 작은 가요.” p 107
있을 자리가 없는 루와 비오와는 달리
있을 자리를 스스로 없애버리는 건 감사하는 마음을 잃어버린, 빌려 쓰는 지구를 망각한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을 했다.
개발, 문명화라는 명목으로 시작하는 원치 않는 참견들, 편리와 바꾼 행복들.
이를 다시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 소설이다.
3. 사랑에 관한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다른 환경의 소년,소녀가 만나 경험하는 가슴 아픈 사랑,
벽안인과 익인이라는 종족을 넘어섰지만 헤어져야하는 비극적인 사랑,
사이코 기질이 있는 과학자와 귀족(?) 대학생 아가씨의 터프한 사랑,
냉정한 엄마와 소극적인 딸의 사랑,
익인 가족의 배려 깊은 때론 희생적인 사랑,
익인 공동체의 구성원에 대한 신뢰와 사랑,
슬픔과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래서 그들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식의 동화 같은 결말은 아니지만 여러 형태의 사랑과 자기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소설이었다.
4. 버트스트라이크의 장르 : 영어덜트 소설
눈가리고 책읽는 당에게 주어진 단서 중의 하나 영어덜트 소설이다.
영어덜트. 처음 듣는 장르였다.
어리지만 조숙한 청소년을 위한 소설?
아님 어른이지만 소년·소녀 감성을 갖는 사람들을 위한 소설?
일본의 라이트 노벨과 같은 장르를 말하는 것인가?
한 번 소설을 읽었을 때는 느낌이 안 왔다.
두 번 소설을 읽고 보니, 주인공만이 아닌 스쳐 지나갔던 나레이션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와 그들의 대화가 쏙쏙 들어왔다.
영어덜트 소설이 무언지 객관적이고 한 마디로 정의 내리는 문장으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감이 왔다.
“사람은 누구나 그 날 그 날의 감정에 충실할 권리.” p98 (내가 나를 대할 때)
“우리는 초원조의 아이들이지 다른 누구 소유가 아니라는 관념이 자리하고 있으니까. 그것이 서로 합의에 의한 일이라면 그리고 동시에 두 명 이상의 사람에게는 다리를 걸치지 않고 서로를 마주 보고 존중하는 관계라면, 오늘 이 사람과 사귀었다가 깨끗하게 헤어지고 내일 다른 사람과 결혼한대도, 관계에 충실히 임한 이상은 그걸 흐린 눈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p 89 (관계 맺을 때) (타인의 관계에 대한 생각)
“나는 비오에게 현실을 꾸준히 주입하여 자신의 위치와 처지를 일깨우는 역할이었고, 다니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우리의 귀한 익인 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포용하는 역할이었지.” p 92 (부모의 태도)
그러는 동안 지장은 한 번도 루의 말을 끊지 않고 가만히 듣기만 했다. p 103 (어른의 자세, 경청)
익인들은 나와 미래의 발걸음을 함께해 달리는 의미로, 청혼 상대에게 자신의 가죽신을 벗어 내민다. 대개는 꼭 맞지 앉게 마련인 상대의 신을 신고, 훗날 고난이 닥쳤을 때 배우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고민하고 이겨내겠다는 다짐을 부탁하는 과정이다, p 58 (결혼의 의미)
신세대(젊은 독자)들에게는 세계를 향한 시선과 경험했고 앞으로 경험할 다양한 관계(자신에 대한 믿음, 존중, 역사 등) 들을 대하는 자세를, 구세대(특히 나와 같이 아이를 키우는 독자)에게는 새로운 세대와의 눈높이와 세대를 앞선 이로서의 자세(아이에 대한 태도, 경청 등)를 재미있는 작품 속에 녹아내린 소설이 영어덜트 소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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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소년 소녀의 여정이라는 이야기 안에 다름의 인정,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새와 부딪히면 새만 부서지거나 엔진에 빨려 들어가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닌, 심하면 추락까지 피할 수 없는 타격. 새와 조종사가 지구 아래의 사람과 사람 일 수도 있고, 사람과 환경 또는 사람과 과학 일수도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인거 같다.
“그냥 그대로 꼭 안아 주면 돼, 너의 두 팔로, 너의 가슴에…” p 11
“우리의 초원조는 …아기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든 간에…생긴 그대로 품어 주었네.” p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