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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일 리 없어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군나슈 헬가손 지음, 신수진 옮김 / 우리학교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3학년.
저학년과 고학년의 경계,
시소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딸.
아직 사춘기의 내면세계까지는 아니지만
재작년 그리고 작년과는 다르다.
크고 있는 중이라지만
감정기복도 크고
입도 자주 나오고
아주 힘든 일이 아니면 내게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아이의 감정 곡선과 나의 감정 곡선이 엉켜 불꽃이 튈 때도 많다.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에 대한 원망과 미안함이 교차 한다.
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싸이의 노래 “어땠을까?”의 가사처럼
만약 그랬더라면 우린 지금보다 행복했을까를 외치며
그때 그 시간으로 타임리프 하고 싶을 때도 있다.
딸의 눈으로 바라본 ‘나’가 궁금해졌다.
머지않아 본격적인 사춘기가 시작될 딸의 심리상태도 궁금했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아무 데서나 노래하고
눈치도 없는데 정의감은 쩔고
천방지척 사차원인 이런 사람이
라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소녀가 표지를 장식한 책,
<우리 엄마일리 없어>를 말이다.
책날개의 작가.
일단 작가가 여자인줄 알았는데 남자고,
영화<월터의 현실은 상상이 된다> 에도 나온 배우고,
(영화는 봤지만 슬프게도 그는 기억에 없다. 너무 오래전에 본 영화라 그런가?)
아이슬란드 어린이 프로그램을 연출하거나 어린이 청소년 문학 작품을 집필한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원제는 Mamma KliKK!
네이버 사전에 의지하여 의역하자면 악당 엄마 정도 되려나?
66°N 파카와 레깅스, 팀버랜드 운동화.
자라의 옷을 좋아하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13살 여자아이 스텔라.
3주간 울어버린 주인공 스텔라.
엄마가 조금 남 다른 거뿐인데 왜 이리 분노할까 했다가
이 단락을 읽고는 용이 된 것처럼 코와 귀와 머리에 보이지 않는 김이 뿜어지는 걸 느꼈다.
p18
이제 곧 내 생일이다. 멋진 생일이 되어야만 한다. 아니, 멋질 뿐 아니라 말 그대로 완벽해야만 한다. 요즘 엄마 행동거지를 보아하니, 폭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손님들에게 내가 생리를 한다고 말해 버리겠지, 하아,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된다.
고딩 때 가족모임
삼촌댁에 모두 모인 가족들
(사촌 언니 오빠들도 있었다.)
엄마가 삼촌들과 숙모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주 즐겁게,
엄마는 나의 다이어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난끼 많은 삼촌들은 내게
음식을 권했고, 숙모들과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며 웃으셨다.
나는 너무 부끄러웠고
행여 사촌 언니 오빠들이 들었을까 걱정을 했다.
그리고 먹고 싶은 음식들에게도
손이 가지 않았고,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픈 마음뿐이었다.
‘엄마가 왜 저러나’ 싶은 생각과 함께 말이다.
어른들 사이의 무궁무진한 이야기꺼리 중 하필이면 왜 자기 자신이 아닌 딸의 이야기를
화제로 삼는 것일까? 그것도 내가 숨기고픈 이야기를?
스텔라의 심정에 백퍼 공감하며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리의 할 일은 이거야. 엄마를 바꿔 놓는 거!” P30
생일 전까지 <우리 엄마 새사람 만들기>를 선언한 스텔라.
그리고 그 사이 사이 많은 갈등이 교차한다.
엄마와 스텔라, 엄마와 할머니, 엄마와 이웃집 닉 아저씨,
스텔라와 엄마, 스텔라와 친구들.
스텔라의 프로젝트는 진전이 없다.
정원 한 가운데 노천탕을 만들려다 옥신각신하고,
나무 위에 오두막을 세우려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읽으면서 마음의 그물에 걸리는 대화들도 있었다.
“안 보이세요?”
“귀도 안 들리세요?”
“스텔라는 뭐든 할 수 있어요. 모르시겠어요?
왜 항상 손자들을 대할 때랑 다르게 대하시는 거죠?”
“그게…그 애들은… 왜 그랬냐 하면….
그러니까 걔들 말은, 단 한 번이라도 사람들이 우리를 뚫어져라 바라보지 않는 곳에 가고 싶다는 거였어.”
“그렇지만 나는 절대로 평범해 질 수 없잖아!”
책의 후반 ,반전이 있다.
거슬리던 대화들. 그것들이 퍼즐의 조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텔라라는 이름의 하나의 퍼즐을 완성할 수 있는 단서 말이다.
세상의 모든 다른 사람들을
편견이나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반전이었다. 그저 한사람으로.
“작은 역할은 없어. 작은 가수가 있을 뿐이지! 165
“그래 어떤 교훈을 얻었지?”
“재미있었어!”
“바로 그거야!
“실상은 크라이베이비(울보)는 앞으로 나가지도 못했고,
크로스패치(투정쟁이)는 결국 뒤집어졌고,
킬조이(흥을 깨는 사람)는 벌판으로 튕겨 나갔지.
우승자를 스텔라야. 지금 모습 그대로의 스텔라!.“ P224
인생에는 많은 길이 있고,
사는 건 마음먹기에 달려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타인의 시선이 폭력이 될 수도, 관심이 될 수도 있다.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할 수 있을 수도 있고, 아무것도 못 할 수도 있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동안
아이였던 때가 있었음을 다시금 일깨워 준 책이다.
또한 엄마 카트린과 아빠의 양육방식과 대화를 보고 많이 생각하게 한다.
책임 있는 삶, 나다운 삶을 살면서
아이들과도 좋은 영향과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는 사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책을 읽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책을 읽으며,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고.
엄마는 기억하고 계셨다.
자신도 자신의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에 힘들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지인들과 함께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고.
싫고 이상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예쁘고 귀여워서
도치 맘이 되어 주저리주저리 내 아이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며
당신의 심정과 함께 사과를 하셨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인 나를 생각해 본다.
나도 엄마처럼
내 아이가 이쁜 나머지 아이가 원치 않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아이의 감정을 소중히 여겨 말을 아껴야겠다.
아이가 원치 않는 부분은 공유 말고 간직하자고.
감수성이 예민하고 내면의 자신에 대한 고민의 꽃을 피우는 사춘기 아이들과
그들을 자녀로 둔 부모에게 따스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