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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ㅣ 곰곰그림책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지음, 이명아 옮김 / 곰곰 / 2023년 8월
평점 :
형하고 내가 그 애를 바닷가에서 발견했다.
우리는 그 애를 집으로 데려왔다.
우리는 그 애한테 방을 내주고, 이름도 지어주었다.
마리나
마리나는 자기가 바닷속 공주라고, 인어라고 한다.
지상처럼 수상도 바라는게 다 있는 곳이라 한다.
우리는 거짓말이라 빈정거렸다.
(마리나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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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바닷가에 떠밀려온 마리나.
말은 못하지만 다 알아 듣고, 욕실을 꽉 잠그고 목욕을 하고,
어느날 부턴가 떠듬떠듬 말하다가 이상한 이야기를 나열하는 마리나. 마리나의 말대로, 마리나는 바다생물, 인어일까? 파도에 휩쓸려온 보트피플 난민일까? 부모님에게 버림받은 미아일까?
외국에서 홀로 이땅에 남은 아이일까?
마리나 말처럼 물밑에도 자동차랑 쇼핑센터랑 쇼핑봉투가 존재할까? 마리나는 진짜로 바다에 간 적이나 있을까?
요정의 존재를 믿지 않은 네버랜드의 아이들처럼, 인어의 존재를 믿지 않은 형제들. 혼자인 마리나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어른인 엄마. 자신의 세계에서 (자본주의 논리이든 소수자의 위치이든 어떤 장애가 있는 환경이든지) 자신의 세상을,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마리나는 겨우 자리를, 곁을 내어준 형제들에게도 거부당한다. 그런 세상은 없다고, 그런 세상이 있다면 숨 막혀 이미 죽은 세상이라고.
살았던 증거마저 퇴색되고, 살아있는 자신마저 인정받지 않은 마리나는 다시금 삶을 거스른다. 육지 아닌 바다로. 불안한 미래로 헤엄쳐 나아간다. 숨 막히더라도 죽지 않는, 살아가는 세계임을
몸소 보여주기 위하여. 소녀의 부재로, 소녀가 남긴 흔적으로 형제는 각성한다. (아니 이건 나의 바람일지 모른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보이고, 목격한 사실을 외면하지 못하는 양심으로. 이제 행동하는 일만 남았다.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 육지에서 바다로, 다시 육지로 오르내리는 일이. 바로 지금.
덧글.
전승되는 이야기일수도 있고,
외면받고 거부되는 아이일 수도 있고!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상상의 언어와 비언어를 빼앗긴
현실일수도 있고,
물질만능주의와 소비를 낳는 이야기 들 속에 퇴적되어 발효아닌 부패되는 이야기의 증거들이 쌓여지는 이야기로도 보인다.
조성모의 노래 가시나무 속 가삿말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아처럼
마리나 안에 많은 내가, 어린이가,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