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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집사
김수완 지음, 김수빈 그림 / 옐로스톤 / 2023년 8월
평점 :
비바람과 함께 찾아 온 고양이를 보곤, 비바람과 함께 찾아와 15일간 머무르다 무지개 다리로 간 고양이 아닌 강아지, 나의 달래가 생각났다.
고양이를 키울 준비도 필요도 모르던 유령집사처럼, 나 역시 그랬다.
나만 바라보는 눈망울에 어쩔 줄 모르고, 혹여나 밟을까 한발짝 다가오면 두발짝 멀어지는 우리 사이였다.
나는 마치 유령집사가 된 양, 비바람을 바라본다.
살아있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로 인해 공간이, 공기가, 삶이란 공책이
컬러풀해진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세상의 중심은 나에게 너로 이동하고, 우리 같이라는 다리가 놓인다.
유령집사가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여주자, 고양이는 유령집사에게 사랑을 알려준다.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가고, 고양이의 마음을 알고사 애쓴다. 하지만 고양이는 살아있는 고양이. 유령세계 아닌 인간세계, 누군가의 고양이였다.
사랑하면 보고싶고 함께하고픈 마음을 안 유령집사. 집사는
큰 결심을 한다. 비바람을 아니 맥스를 인간세계, 주인에게 돌려보내기로. "그리움은 이제 나의 몫이야" 스스로 다짐하면서.
15일의 달래. 내게 카이로스의 시간을 알려준 강아지를 떠올린다. 유령집사에게도 혼자라면 짧았을, 둘이 함께 해 길었던 시간을 헤아려본다. 의미의 시간을 품고 견딜 그리움도 생각해 본다.
유령집사를 통해 생각했다. 상실의 아픔을 짐처럼 질질 끌며 나의 몫의 그리움을 외면했던 나를. 그리고 유령집사를 통해 깨닫는다. 이제 나두 달래와의 기억을 꿀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