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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어루만지면 ㅣ 창비청소년문학 123
박영란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평점 :
시공간을 어루만지면
박영란 장편소설
창비
책의 마지막
"밥 먹었어?" 만큼 여운이 남는 인삿말이 나온다.
"집은 잘 있어?"
책 <시공간을 어루만지면> 은 위기를 맞은 가족이
갑작스레 머물게 된 집에서 만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초록빛 무성한 나무와 덤불로 외부와 차단된 낡은 이층집 2층에 살게 된 남매는 빈 공간이어야 할 1층에서 어떤 소리를 듣게 된다.
"요정들 일 수 있어. 우리한테 뭔가 할 말이 있다는 거야."
<사건의 지평선> 이라는 SF소설에나 등장할 법한과학개념이 청소년소설 전반에 갈려있다.스산한 무정과 따스한 다정이 서로 섞여 물길을 열 듯, 사건의 지평선 사이에 내가 개입할 여지를 준다.
"어쩌면 우린 경계에 들어간 건지도 몰라"
"무슨 경계?"
1.차단
엄마에게 이끌려 머물게 된 공간, 새로운 집은
'나'와 '준'에게 낯설고 차단된 공간이다.
나무와 덤불에 가려 안 보이는 집이라는 공간처럼
사회 안의 개인, 보호가 필요한 집 속 아이들은 현실과 차단된 존재, 투명인간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2.입자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어린이들. 부모의 의지, 사회의 시스템에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책 속 '나'와 '준'은 자기와 -다른 상황이지만- 닮은 듯 입 꼭 다문 사람들, '할머니'와 '종려'와 '자작'을 목격하고 반응한다. 지켜보기 시작한다.
3.교류
자신에게 관심없는 부모, 약속을 지키지 않은 어른.
사나이와 마을 아이들은 사나이의 피리소리에 맞춰 행진하며 사라진다. <피리부는 사나이> 속 공명처럼
아이들은 이상한 1층 사람들을 따르고, 말을 주고받고, 밥과 배움을 나눈다.
4.사랑
그저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벽을 통해, 창을 통해 새어나오는 빛을 따르기만 했다. 시선이 관심으로, 관심은 사심으로, 사심은 사랑으로 발전한다. 시공간이 시공간 속 의지를 가진, 선택의 주체가 될 누군가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집에 들어선 아이를 바라본다. 서늘한 공기를 따스히 덥힐 수 있는 아이와 나 사이의 온도를 느낀다.
존재만으로도 시공간의 입자를 흔들 수 있는 힘, 본다는 의미를 생각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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