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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도시, 개성 ㅣ 온그림책 33
장지연 지음, 정인성.천복주 그림 / 봄볕 / 2026년 8월
평점 :
역사 공부를 하면서 여러 번 들어본 도시지만 정작 개성에 어떤 문화유산이 남아 있고, 어떤 이야기들이 전해지는지까지 자세히 살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신화의 도시, 개성”은 고려가 세워지기 전의 이야기부터 왕건의 탄생과 고려 건국, 그리고 개성 곳곳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유산을 신화와 전설을 곁들여 들려주는 책이에요.
역사라고 하면 연도와 사건부터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조금 달랐어요.
호랑이에게 목숨을 구한 호경, 꿈을 사고 왕과 혼인하게 된 진의 이야기, 작제건을 거쳐 왕건이 태어나기까지….
‘정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며 아이와 하나씩 읽다 보니 고려 건국 이야기가 옛이야기처럼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박연폭포, 선죽교와 정몽주, 두문동처럼 개성의 실제 장소와 연결된 이야기도 있어서 좋았어요.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는 ‘두문불출’이라는 말이 개성의 두문동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말 속에도 역사가 숨어 있다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이 책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문화유산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아이가 전에 문제집에서 글로만 접했던 “직지심체요절”도 이 책에서는 실제 사진과 함께 금속 활자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왜 중요한 문화유산인지까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어요. 문제집에서 이름으로만 만났던 문화유산을 사진으로 다시 보니 “아, 이게 그거구나!” 하며 연결되는 게 정말 좋았어요. 단순히 외워야 할 역사 용어가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느껴졌고요.
또 반가웠던 건 경천사지 십층석탑이었어요.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을 때 아이와 직접 보고 왔던 석탑이라 책장을 넘기다 발견하자마자 “우리 이거 봤잖아!” 하게 되더라고요.
박물관에서는 크고 멋진 석탑 자체에 감탄했다면, 책을 통해서는 탑에 새겨진 조각과 역사,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돌아와 복원된 이야기까지 알게 되었어요. 직접 본 경험 위에 책에서 알게 된 이야기가 하나 더 쌓이니 문화유산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어요.
책 속에는 강화 부근리 고인돌을 비롯해 여러 문화유산도 실제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요. 만화와 캐릭터가 먼저 호기심을 끌어주고, 이어지는 설명과 사진으로 조금 더 깊이 알아볼 수 있어서 초등 아이가 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만난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어요. 과거의 문화유산뿐 아니라 우리가 지키고 기억해야 할 비교적 가까운 역사의 기록까지 함께 다루고 있어서, ‘문화유산은 아주 오래된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이야기도 아이와 나눠볼 수 있었어요.
책으로만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지는 도시, 개성. 475년 동안 고려의 수도였던 곳인 만큼 우리가 알고 기억해야 할 이야기도 참 많은 곳이었어요.
언젠가 자유롭게 개성을 찾아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아이와 함께 선죽교도 걸어보고, 책에서 만났던 장소들을 하나씩 찾아보며
“우리 이거 책에서 봤었지!”
하고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역사를 글로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신화와 전설로 재미있게 만나고, 실제 문화유산의 사진으로 확인하며, 이미 알고 있던 역사 지식과 경험까지 하나씩 연결해 볼 수 있었던 책.
“신화의 도시, 개성” 덕분에 아이에게 ‘고려의 수도’ 네 글자였던 개성이 훨씬 생생한 도시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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