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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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당신이 불러 주는 단어를 잘못 말할 때마다 버튼을 눌러 전기충격을 주도록 지시를 받은 한 실험에서 65%에 가까운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 정도의 전기충격을 가했다.

스탠리 밀그램의 이 유명한 실험은 사람들이 그것이 불합리한 명령임에도 불구하고 신뢰할만한 권위에 대면했을 때 얼마나 쉽게 명령에 복종하는지를 보여준다.

한 여성이 어두운 도로에서 칼을 든 강도에게 무자비하게 난자를 당했다.  그 여인은 필사적으로 고함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날 밤 창가에서 그녀를 목격한 사람은 38명. 그러나 그 중 단 한사람도 그녀에게 도움을 주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우습게도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줄어든다. 군중들이 많으면 책임감이 분산되어 한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위험에 처해있다면 구경꾼이 많을 때보다 적을 때 도움을 받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가짜기억을 진짜기억과 섞어서 말해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짜기억을 진짜기억으로 생각한다.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 라는 한 심리실험에서 실제로 쇼핑몰에서 길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쇼핑몰에서 길을 잃어버린 기억을 완벽하게 꾸며냈으며 그 기억을 실제로 믿었다.

과연 당신이 하고 있는 기억은 진짜인가 가짜인가?  아니면 진짜라고 믿고 있는 가짜인가?

이 책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을 뒤엎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들의 유명한 심리실험 10편을 담고 있다.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대한 실험에서 드릴로 뇌를 뚫어 뇌의 일부분을 제거하는 20세기의 과격한 정신치료에 이르기까지 10편의 심리실험은 그 내용 하나하나가 흥미로울 뿐더러 인간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존재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담고 있다.

인간은 과연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인가?  인간의 기억은 과연 믿을 만 한가?  인간은 과연 이성적인 존재인가?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간의 정신은 뇌의 물리적인 기능에 의해 변화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모두 인간 존재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과 고민에 닿아 있다.

이 책에 나오는 10편의 심리 실험은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의문을 가지고 출발한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들의 시도로 이루어진 실험들이며 그 실험의 결과들은 우리에게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인간 본성의 핵심을 꿰뚫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실험이 본질적으로 인간이란 존재를 더 깊게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단서들은 결국 우리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고 이해하게 만든다.

이 책에 나오는 심리실험들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사고와 믿음을 뒤바꾼 것은 그런 면에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인간이란 참 이해하기 힘든 존재다. 비록 이 책에 나오는 기발하면서도 놀라운 심리실험들이 숨겨진 인간 본성의 많은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해도 그것만으론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인간행동의 메커니즘이 설명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권위 앞에서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러나 인간은 거부할 수 없는 권력에 대항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사실과 거짓이 혼돈되어 있는 기억을 붙잡고 사는 나약한 존재인 것 같지만 인간은 과거의 기억을 통해 현재를 살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존재이기도 하다. 사회적인 책임감에 무관심하기도 하지만 때로 타인을 위해 가차 없이 자신을 내 던질 줄도 아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인간의 내면은 어쩌면 가까이 갈수록 그 실체가 희미해지는 구름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바로 거기에 인간에 대한 희망이 놓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10가지 실험의 대상에 나를 대입해 보았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나라면 뭔가 다르게 행동했을까?  대답은 모른다다. 나도 나를 잘 모르니까.

책을 쓴 로렌 슬레이터는 그녀 자신이 심리학자이면서 작가이다. 발로 뛰며 쓴 글에는 단순한 심리실험에 대한 얘기뿐만 아니라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새로운 시도와 실험에 인생을 바친 심리학자들의 인생과 애환까지 생생하게 녹아있다. 책은 마치 소설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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