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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누드
신현림 지음 / 열림원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산문집을 집어 들었다. 신현림이란 작가가 쓴 일종의 사진 에세이다.
이야기 하나에 사진 한 장이 곁들어져 있다. 사진도 보면서 그녀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책이지만 일부러 천천히 읽어 보았다.
신현림이 이 책을 낸 지가 1999년이니 꽤 되었다. 절판되었다가 최근에 다시 발간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을 썼을 때 그녀의 나이가 지금의 나와 비슷한 30대 후반이다.
그 때 그녀는 솔로였고 지금 나는 결혼한 여자이긴 하나 30대 후반의 여자가 느낄 만한 어떤 공통된 정서나 느낌이 있을 것 같기도 하였다.
책은 마치 또래 여자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는 듯 했다. 지나온 이야기, 스쳐가는 생각들, 영화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 그녀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 얘, 이 사진은 꼭 이런 느낌이 나지 않니? 혹은 이 사신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니? " 하며 이야기를 걸어오면 나는 " 그래 그런 것도 같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는걸. " 하는 것 같은.
어떤 이야기는 시시하고 어떤 이야기는 뭉클하고 어떤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그녀의 이야기는 솔직하고 꾸밈이 없어 보였다. 대체로 쉽고 편안했다.
나는 사진에 대해선 잘 모른다. 유명한 사진작가도 잘 모르고 사진집 하나 가지고 있는 것도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사진을 들여다보며 나는 어떤 느낌이 드는지 가만히 살펴보았다. 물론 내가 그녀와 동일한 느낌이 들리는 만무하다. 별다른 느낌이 없는 사진도 많았지만 몇 개의 사진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순간을 포착하여 영원성을 부여하는 사진의 특성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사진...참 매력적인 매체임에 분명하다.
이 책에서 그녀는 참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그것은 시가 되기도 하고 어떤 글의 일부분이 되기도 하고 금언이나 격언 같은 것이 되기도 하는데 그녀는 자신이 여러 문구를 자주 인용하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이미 누군가가 먼저 했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나는 그녀 자신이 한 이야기가 더 좋다. 같은 느낌이라도 같은 경험이라도 같은 생각이라도 사람이 다르면 다르게 나타나는 법이니까. 그녀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그러니 인용하는 것 말고 그녀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녀 삶의 깊이만큼 자연스레 독자들에게 전해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