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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게임
리처드 바크만 지음 / 반도기획 / 1994년 6월
평점 :
절판
어느 시대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시점의 전체주의 국가가 되어 있는 미국. 100여명의 소년들이 롱 워크(Long walk)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있다.
긴장과 흥분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 주인공 거래티도 들어있다.
게임이 시작됐다. 100명의 소년들은 자신들의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약간은 산책나온 기분으로 걷기 시작했다.
소년들이 참가한 롱 워크란 게임은 걷는 게임이다. 끝은 없다. 거리는 무제한. 최후의 한명이 남을 때까지 경기는 계속된다.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다.
소년들은 몇날 며칠이고 쉬지 않고 걷되 속도가 시속4마일 이하로 떨어지면 경고를 하나 받는다.
다음 경고까지 30초가 주어지고 1시간 안에 다시 경고를 받지 않으면 경고 하나가 사라진다.
경고를 3개 받으면 군용트럭을 타고 따라오는 군인들의 총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최후의 승자 한 사람에게는 평생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는 상이 기다린다.
소년들에겐 전국의 수 많은 사람들의 내기 돈이 걸려있다. 시민들은 소년들이 지나가는 길에 나와 소년들을 응원한다.
2시간이 지나자 첫 희생자가 나왔다. 그리고 또 한명의 희생자가 나오고 또 한명....
소년들은 비로소 이 게임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무도 처음에는 이 게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99명이 죽어야 게임이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99명 중의 한 사람이 이제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소년들이 하나 둘 죽어나가자 깨달게 된 것이다.
이 게임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했다. '걷든가 죽든가'
이야기는 이제 팽팽한 긴장감을 띄기 시작한다.
소년들은 홀로 혹은 몇명씩 짝을 지어 걸어간다. 게임은 진행되고 소년들은 서로의 가슴속에 있는 얘기들을 하나 둘 꺼내놓기 시작한다. 직면한 죽음의 공포가 그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든 것이다. 참가한 소년 하나하나의 사연들이 밝혀지면서 독자들은 소년들의 죽음에 태연하기가 힘들게 된다. 이 게임엔 친구도 동료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위하는 소년들의 우정이 들어난다. 죽음의 순간에서 구해주기도 하고 결혼해서 이제 곧 아버지가 될 소년이 죽게 되면 최후의 승리자가 누가 되든 그의 남은 식구를 돌봐주기로 약속하기도 한다.
물론 마지막에는 누구도 서로를 도와서는 안된다. 자신이 살기위해서 절대적으로 혼자와의 싸움을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걷는다는 단순한 설정의 게임에 소년들을 몰아넣고 극한 상황속에 처한 인간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성공이다. 소년들은 끊임없이 이어진 길 위에서 새로 태어나고 자라고 그리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죽어간다. 때론 소리치고 때론 반항하고 때론 후회하고 그러면서 소년들이 걷는 길은 모든 인간 삶의 축소판이 된다.
죽음과 싸우는 소년들을 응원하러 길가에 나온 시민들은 소년들의 공포와 고통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다. 죽음의 공포와 싸우는 소년들, 그리고 웃고 소리치며 소년들을 응원하는 시민들. 그 둘은 모두 이 게임을 만든 소령의 동물원에 갇혀있을 뿐이다. 뒤에서 이 모든 것을 조종하고 계획하는 소령은 전체주의와 감춰진 권력의 상징이다.
이 책은 저자가 리차드 바크만이란 가명을 써서 출판한 4권의 책 중 하나다. 대학 신입생때 썼다는 걸로 보아 저자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단순한 설정이 지루함을 줄지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책은 정말 재미있다.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과 스릴이 있다.
아쉬운 건 1994년에 처음 출판 된 이 책을 지금은 서점에서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스티븐 킹의 다른 책에 비해 덜 알려져서 인지 재간행도 안되고 있다.
친구의 오빠가 번역한 책이어서 운 좋게 친구에게 다시 빌려서 읽게 됐다. 15년만에 다시 읽었지만 변함없이 재미있는 책이었다.